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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정 합의사항 절반 이상 무시 의료서비스는 뒷전, 밥그릇 싸움에 급급

시행 11년, 의약분업 현주소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의약정 합의사항 절반 이상 무시 의료서비스는 뒷전, 밥그릇 싸움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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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의무규정 어겨도 처벌 규정 없어
  • ●‘총알진료’하고도 치료약 척척
  • ● 쓰레기 취급받는 환자보관용 처방전, 알맹이 없는 복약지도
  • ● 항생제·주사제 줄었지만, 약화사고는 늘어
의약정 합의사항 절반 이상 무시 의료서비스는 뒷전, 밥그릇 싸움에 급급

의약분업 시행 후 한산해진 서울 종로 약국거리.

새천년을 맞이한 2000년, 전국적으로 밀레니엄 베이비붐이 일었다. 12간지(干支) 중 몸집이 가장 큰 용띠 해라는 점도 출산 붐을 자극했다. 그러나 그해 여름부터 가을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 파업이 연일 계속된 탓이었다. 당시는 아이 낳을 산부인과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출산대란이었다.

그해 엄마가 된 이들은 지금도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 분노를 금치 못한다. 국민의 건강을 외면한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적잖은 고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 많고 탈 많던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11년째. 그 사이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의약분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진료는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하는 거요.”

의약분업이 뭔지 아느냐고 물으면 열명 중 절반 이상은 이렇게 답한다. 나머지는 모른다고 말하거나 불만을 터뜨린다.

“한참 기다려서 의사를 만나도 성의 없이 진료해요. 처음 본 환자에게 서너 가지 물어보고 처방전을 써주니 허준도 감탄할 신기(神技) 아닌가요.”

아쉽게도 이들은 모두 핵심을 놓치고 있다. 의약분업의 주인공은 의사와 약사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 말이다. 의약분업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고 ‘의사의 처방전 2매 발행’과 ‘약사의 복약지도(服藥指導)’가 법으로 의무화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처방전 2매 발행과 복약지도는 국민의 건강권과 알 권리를 위해 의·약·정이 합의한 사항이다. 이는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넉 달 만에 거둔 성과였다. 당시 합의안에는 이외에도 약사의 임의조제 근절, 의사의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발행 등 많은 내용이 담겼다.

처방전 2매 발행, 유명무실

7월1일은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꼭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재원으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실시한 의약분업. 과연 당초 취지와 기본원칙에 어긋남 없이 달려왔을까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 제2항은 처방전 2매 발행을 의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 2부를 발급해야 한다. 다만 환자가 그 처방전을 추가로 발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팩스·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해 송부할 수 있다.

처방전 2매 중 1매는 약국조제용으로 제출된다. 다른 1매는 환자보관용이다. 그러나 처방전을 2매 발행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처방전 2매를 받은 소비자는 36.2%에 불과했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7.1%만이 처방전을 2매 발급한다고 답했다.

이 규정을 그마나 잘 지키는 곳은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대부분의 의원에서는 처방전 1매 발행이 일상화돼 있다. 약국조제용 처방전만 내주는 것이다. 의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1매 발행 사실을 시인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한 소아과 원장은 “처방전을 2매 발행한 건 의약분업 시행 후 처음 한두 달뿐”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환자들이 처방전 2매가 필요없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

“의약분업 시행 초기에는 처방전이 두 장씩 나오는 루울렛 프린터가 있었어요. 근데 필요 없어서 한 장 나오는 프린터로 바꿨어요. 지금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2매를 떼줘요. 근데 그런 사람이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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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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