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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로부터 와,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근원, 학문의 근본

  • 글: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

마음은 어디로부터 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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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은 뇌와 동일한가. 마음이 있는 로봇은 가능한가.
  • 그렇다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지과학,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달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왜 인간인가.
인간의 마음만큼 우리와 친근하면서 또 그토록 오랫동안 신비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도 없을 것이다. 감각의 파노라마가 연출되기도 하고, 온갖 느낌이 교차하기도 하며, 때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기도 하는 마음은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마음의 현상이란 두뇌에 기반을 두고 있을 게 분명한데, 도대체 신경세포의 물에서 어떻게 마음의 포도주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마음은 물질과 근본적으로 다른가? 다르다면 물질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신비의 베일을 벗기고 마음을 물질계에 포섭할 수는 없을까? 모두 철학의 초창기부터 철학자들을 괴롭혀온 질문들이다.

현대 심리철학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를 꼽는다면, 그것은 물질과 정신의 관계, 또는 물질계에 정신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 하는 심신문제(心身問題, mind-body problem)라 할 수 있다.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마음이 심장이 아니라 두뇌에 있다는 것을 안다.

어쨌거나 우리는 마음이 심장이든 뇌이든 신체기관 어딘가에 있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에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철수가 하숙집에 있다’고 말할 때와 같이, 마음은 두뇌와 다른 것이지만 두뇌 속에 어떤 방식으로 깃들어 살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나의 엄지는 나의 손에 있다’고 말할 때와 같이, 나의 마음은 두뇌의 한 부분, 또는 두뇌와 동일한 것이란 말인가?

심신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두 요소가 있다. 첫째, 정신은 물리적 사건과는 전혀 다른 성질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토마토를 볼 때 나의 정신에는 빨간 영상이 맺힌다. 그리고 바늘에 찔리면 불쾌한 통증이 유발된다. 정신에는 이런 경험적 감각에 대응하는 의식이 존재한다. 또한 나의 심리상태는 외부의 사실을 표상하는 성질도 갖고 있다. 내가 ‘비가 온다’고 믿을 때, 믿음이라는 나의 심리상태는 외부의 사실을 일정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이런 마음의 특성을 지향성(Intentionality)이라 한다. 또한 나의 마음은 여러 문제를 현명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지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의식·지향성·지능의 세 특성은 물질에선 쉽게 찾아지지 않는 정신의 고유한 특성들로 간주된다.

주목해야 할 둘째 요소는 정신과 물질은 서로 긴밀하게 원인과 결과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내가 손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나의 손은 올라간다. 마음이 손의 움직임이라는 자연계의 사건을 야기하는 것이다. 또 자연계의 사건이 나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늘이 내 피부를 찌르면, 나의 마음에 고통이 생겨난다.

정신은 물질계의 어디에 위치하는가

심신문제의 숙제는, 정신의 특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정신을 물질계에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양자의 인과관계를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위의 두 조건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물질의 서로 다른 외형적 특질들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신과 물질을 서로 상이한 존재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양자가 서로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비슷한 종류의 것들은 인과관계를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경우 그들이 어떻게 인과관계를 맺는지 설명하기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반면에 정신과 물질을 동일한 유형의 것으로 간주하면, 양자의 인과관계는 설명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정신과 물질에서 나타나는 상이한 특질들을 설명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다. 정신과 물질이 다름이 없는 것이라면 의식·지향성·지능 등 정신의 고유한 특성으로 보이는 것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제 이러한 구도로 심신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존의 이론들을 되돌아보자.

마음과 신체 또는 물질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심신문제를 현대철학에서 논의되는 형태로 전면에 부각시킨 최초의 철학자는 데카르트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의 차이는 해소될 수 없는 것이며 그 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원론을 주창한다. 데카르트는 정신의 본질적 특성은 ‘생각함’인 반면, 물질의 본질적 특성은 ‘공간을 차지함’이라고 주장한다. 정신은 생각하는 한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물질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신은 사유하는 한 공간을 차지함 없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정신의 영역과 물질의 영역을 확고히 구분한다. 마음과 물질에 관한 그의 이론은 오늘날 심리철학자들에 의하여 실체이원론(substance dualism)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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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현 서울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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