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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마술과 환상, 인간을 꿰뚫다

문학, 세계의 반영

  • 글: 서성철 문학평론가 scsuh@unitel.co.kr

마술과 환상, 인간을 꿰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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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다른 인종, 서로 다른 언어와 신화가 얽혀 용광로처럼 들끓는 땅 중남미. 그들의 신비롭고 역동적인 소설이 지금 세계 문학계를 이끌고 있다. 마르케스, 네루다, 푸엔테스와 바르가스 요사의 땅.
  • 그곳으로 떠나는 짧은 문학기행.
세계 문학계에서 중남미 작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이 짧은 글에서 20세기 중남미 문학이 세계 문학에 끼친 영향과 그 위상을 상세히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중남미 문학은 이제 더 이상 비주류, 변방세계의 문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문학에 한국의 지성인들, 혹은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3세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중남미인들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문학 자체에 헤게모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주도하는 흐름은 있다. 유럽을 시작으로 러시아, 영미 문학에 이어 지금 세계 문학을 선도하는 것은 중남미 문학이다. 노벨 문학상이 반드시 한 지역의 문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지만, 중남미나 스페인 문학은 20세기에 많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백년동안의 고독’의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얼마전 타계한 멕시코의 시인 옥타비오 파스, 민중시인으로 잘 알려진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같은 나라의 서정시인 가브리엘 미스트랄(그녀는 중남미 대륙이 배출해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브라질의 조르지 아마두 등이 그들이다.

그 외에도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또 환상소설 혹은 추리소설의 대가로 많은 현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같은 나라 출신으로 역시 환상소설의 대가인 훌리오 코르타사르와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의 원작자인 마누엘 푸익,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물망에 오르는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 네오바로크 문학의 선구자인 쿠바의 기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 대통령 후보로 후지모리와 격돌했던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페미니즘의 대두와 더불어 명성이 한층 높아진 칠레의 이사벨 아옌데(1970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실각한 아옌데 대통령의 조카딸)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만남·충돌·변용의 문학

중남미 문학 역시 그 문화처럼 신크레티즘(syncretism·혼합주의)에서 탄생했다. 중남미 문학 속에는 타자와의 만남과 충돌, 그리고 변용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중남미 대륙은 크다. 그곳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 온갖 다양성, 그리고 역사와 함께 인간사회에서 도출될 수 있는 모든 갈등과 모순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풍토에서 나온 문학이라 스케일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남미 문학이 지역주의에 함몰돼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아마 그런 독창성에 보편성이 덧붙여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중남미 문학은 현실과 상상력 사이에서 늘 부대끼고 고민하며 성장한 문학이다. 그런 특성이 독자들에게는 남다른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중남미 현대소설은 ‘붐(Boom)’이라는 단어를 수반한다. 그런 수식어가 붙은 것은 중남미 문학이 어느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터지듯 세계 문학의 중심에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주변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중남미 문학이 세계 문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기에는 기존의 옛 모델을 파괴하고 새로운 실험정신을 추구한 작가들의 진지한 문학정신이 있었다. ‘붐’세대 작가들은 당시 영미·유럽의 모더니즘, 리얼리즘 문학에 과감히 도전해, 오로지 중남미만의 독특하고 주체적인 문학을 창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6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보르헤스, 중남미 대륙의 현실과 환상을 문학 속에서 멋지게 용해한 쿠바의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이런 ‘붐’ 소설의 1세대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존의 사실주의를 세계나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낡고 케케묵은 것이라 비판하면서 그 미학을 부정했다. 이로써 그들은 서구의 아방가르드 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보르헤스는 조이스나 카프카의 영향을 깊게 받았으며, 아스투리아스나 카르펜티에르는 초현실주의와 선이 닿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한 것은 단순한 사조의 모방이나 답습이 아닌, 사실주의와의 단절을 통한 중남미의 새로운 비전 제시였다. 또 중남미 대륙의 언어로 그들만의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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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철 문학평론가 scsuh@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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