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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보이는 것 그 너머

  • 글: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사진학 / 사진가 chuha123@hanmail.net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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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이란 모습 속에 있는 것인데, 모습이 이미 같지 않다면 어찌 속정신을 전할 수 있겠는가.” (이익의 ‘성호사설’ 중 ‘논화형사’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최초의 사진 발명가 중 한 명인 조제프 니에푸스가 찍은 작업실 창문 밖 건물의 지붕 모습(1827)

사진은 생일이 있다. 그러니까 다른 예술 장르처럼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시기에 특정한 인물이 발명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사진의 발명이 공표된 곳은 프랑스의 파리고, 날짜는 1839년 8월19일이다. 당시 하원의원이자 과학학술원 서기이며 파리 천문대 대장인 프랑수아 아라고의 추천으로, 의회에서 이날 자신의 발명품을 시연한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는 이것을 다게레오타이프(은판사진술)라고 부르기를 원했다.

다게레오타이프 사진은 지금의 사진과는 전혀 다르다. 복제도 할 수 없고 지지체도 종이가 아니라 금속이다. 뿐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사진가는 커다란 암실을 지고 다니거나 마차에 싣고 다녀야 했으며, 확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의 사이즈에 맞추어 카메라를 새롭게 제작해야 했다. 이러한 방식의 다게레오타이프 사진은 사실 다게르 혼자만의 성과물이 아니다. 그의 동업자이자 아마추어 발명가인 조제프 니세포르 니에푸스가 아니었다면, 다게르는 절대로 이 사진을 발명할 수 없었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사진

당시 샬롱-쉬르-손이라는 조그만 시골에 살던 니에푸스는 사진을 발명하는 데 관심이 있던 다른 어떤 발명가보다도 이미지 정착에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방법을 몰라 불안했던 그는 대도시 파리에서 살고 있는 다게르가 비슷한 착상으로 사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병중에 있는 형 클로드를 만나러 가던 중 파리에서 다게르를 만난다. 그후 그들은 동업을 하기로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발명이 진행되던 1833년 니에푸스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다게르가 사진 발명을 마무리한다. 지극한 성공이었다(니에푸스가 죽고난 뒤 동업권은 그의 아들 이시도르에게 계승되나 별다른 관심이 없던 그는 프랑스로부터 연금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게르에게 모든 것을 넘긴다. 니에푸스의 공이 지극히 큰 데도 당시의 사진술을 다게레오타이프라고 불렀다. 니-게레오 타이프가 아니라!).

그러나 당시 사진 발명은 그 둘만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영국의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는 오히려 지금의 사진과 더욱 유사한 사진(복제가 가능한)을 거의 완성하고 있었으며, 브라질에 거주하던 에르퀼르 플로랑스도,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변호사이자 석판화 제작소의 소유주인 한스 퇴거 빈터도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재무성의 서기이던 이폴리트 바야르 또한 매우 독창적인 사진술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진의 발명이란 어느 시점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대적 요청’으로 보아야 옳다. 비록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이 발명은 단지 어느 한 사람의 독특한 머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789년을 기점으로 하는 프랑스혁명과(계몽과 근대를 아우르고 있는 시점으로) 19세기 초반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혁명(인간이 적극적으로 기계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에서)의 진행과정이 빚어낸 시대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이를 미술사적으로 본다면, 이제 재현의 문제가 단지 사물의 객관적인 묘사에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취미 판단(1690년 존 로크의 오성론으로부터 시작돼 1790년 임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이르러 정리가 되는. 물론 이 취미 판단이 매우 개인적이 되는 문란함 때문에 공평무사한 취미 판단의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애쓰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의 문제로 전환되던 시기에 사진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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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사진학 / 사진가 chuha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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