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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보이는 것 그 너머

  • 글: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사진학 / 사진가 chuha123@hanmail.net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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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최초의 사진 발명가 중 한 명인 자크 망데 다게르가 찍은 파리 풍경(1839·위)과 윌리엄 폭스 탈보트의 작품(1844)

사진은 탄생하면서 그 표현의 지극한 명징성으로 수천년 동안 회화가 가지고 있던 ‘재생의 힘’을 일거에 무력화한다. 더 이상 사실적일 수 없는 사진은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화가라 할지라도 따라갈 수 없는 힘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의 명징한 재현 능력 때문에, 당시 역사화가인 폴 들라로슈는 “이제 회화는 죽었다”고 외치며 침통해 마지않았다. 초상화를 그려 먹고 살던 당시의 많은 화가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사진이 예술로서 당시 회화와 견주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일군의 발명가와 화가가 결탁해 자신들의 생존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사진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적어도 발터 벤야민(1892∼1940)에게는 그렇다). 그러니까 사진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욱 인간적이고 천박한(고상한 예술의 입장에서 본다면) 태도로 이 세상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20세기를 여는 새로운 예술이 시작된다. 적어도 민주주의적인, 그리고 저변 수평적인 향유가 가능한 그런 의미를 가진 예술로서 말이다.

이렇게 태어난 사진은 산업적인 우여곡절을 겪고 19세기 후반에 이른다. 여전히 사회와 예술로부터 멸시의 대상이 되던 사진이 급기야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회화가 구축해놓은 영역으로 비집고 들어가려 애쓰는 시기다. 소위 픽토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이 조류는 몇 명의 위대한 사진가를 탄생시키면서 널리 퍼지게 된다. 이 픽토리얼리즘 시대의 사진은 말 그대로 회화풍을 따르는 작업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매우 교훈적이고 윤리적인 계몽을 내용으로 하는 대규모 작업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 시기조차 사진가들이 맹목적으로 회화성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제시한 흐릿한 초점의 사진은, 오히려 인간의 눈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적인 시각의 좀더 과학적인 탐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원형으로 되어 있는 우리의 눈은 그 원형의 곡선으로 인해 어느 지점에 초점을 맞추면 바로 그 옆에 있는 지점에는 초점을 맞출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눈에 대한 ‘확연한 진실’은 이제 사진예술을 하는 사진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책을 앞에 놓고 한 글자에 초점을 맞추면 그 옆의 글자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상에 대한 진실한 재현을 깊게 생각하는 사진가일수록 이 초점이 흐린 사진에 깊게 매료됐던 것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공적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인리히 칠레(1890~1910), 오귀스트 아트제(1913),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삼등칸’·1907), 로라 길핀(1917)의 작품

잘 알려진 것처럼 19세기 후반은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이 교차하는 시기다. 분자와 원자가 발견되고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비밀스러운 과학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사회를 견인하였던, 그리고 마침내 과도한 에너지의 사용을 경고하는 엔트로피 법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던 그런 시기였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모더니제이션(근대화)이라고 불리는 19세기를 지나면서 발전된 과학의 힘으로 인간은 엄청난 잉여생산물과 잉여노동력(식민지 확보를 통해)을 생산했다. 물론 대규모 살상이 가능한 전쟁도 치렀다.

이러한 시기에 사진이 당시의 과학을 바탕으로 재현의 문제를 더욱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특히 예술의 문제가 이제 주관적인 태도로 바뀌어 작가의 창의적인 시각이 중요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천재의 문제가 새롭게 재인식되던 시기(18세기로부터 시작해 19세기까지 이어온)에 사진가들이 대단한 콤플렉스에 갇혀 당시의 예술적 분위기에 휘둘린 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이러한 콤플렉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를 맞는다. 우리가 사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대체적으로 초기와 근대를 구분 짓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인데, 픽토리얼리즘이라는 회화성의 사진이 진행되던 시기에 겹쳐, 그리고 회화와 문예를 중심으로 하는 시기구분으로는 모더니즘 시기와 겹쳐, 사진은 매우 사실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재현하는 방법으로 다시금 회귀한다. 포토리얼리즘 시대라고 불러야 옳을 이 시기는,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있으며, 대표적인 작가로는 프랑스의 장 으젠느 오귀스트 아트제(1857∼1927)와 미국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1864∼1946), 그리고 독일의 하인리히 칠레(1858∼192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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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주하 백제예술대 교수·사진학 / 사진가 chuha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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