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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경쟁력이다

기술의 힘을 빌어, 청중과 함께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도

  • 글: 황성호 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학 / 작곡가 shhwang@knua.ac.kr

기술의 힘을 빌어, 청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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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소통의 모더니즘’을 넘어 대중 곁으로 달려가고 있는 현대음악.
  • 기술의 발달은 청중의 감정, 뇌파와 근육 상태까지도 음악적 표현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인간·음악·기술, 그 접점은 어디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음악을 ‘동시대 음악(contemporary music)’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이 개념으로 본다면 현재 작곡돼 연주되는 모든 음악들, 즉 미국의 잘 나가는 작곡가인 존 콜리리아노의 작품만이 아니라 자우림의 노래도, 황성호의 컴퓨터 음악도 다 현대음악이다.

아울러 음악사적으로 현대음악은 모던뮤직(modern music)을 뜻한다. 이는 모더니즘 양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시대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모더니즘 음악을 하나의 양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포괄적이지만, 서양음악사에서 모더니즘은 1910년경 표현주의의 무조음악으로부터 음렬음악의 전성기인 1950, 60년대까지의 음악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14세기 새로운 경향의 음악을 뜻하던 아르스 노바가 이제 과거의 한 사건을 지칭하는 것처럼 모더니즘 역시 과거의 것이 되고 있다.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현대음악을 모더니즘으로 파악하는 사람들 또한 이를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든 음악이라 생각한다. 낯설고 이상한 소리들, 어설픈 해프닝이라고 평가하며 과장된 해설 등은 가히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익숙함을 거부하는 이 반동의 소리들에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왜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일반인들이 볼 때 무모한 일들을 자행하는가? 전통 가치로부터 이탈을 시도한 이 시기 음악들은 기존 음계와 형식, 더 나아가 어법과 상식을 거부했으며 녹음기, 전자매체,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의 산물을 음악의 도구로 삼으면서 새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했다. 이제까지와 다른 모든 것이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통해 실험됐다. 이 모든 거부와 이탈을 기존 질서의 붕괴라는 시대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음악을 소리를 통한 언어라고 한다면, 어느 시대나 작곡가들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통용되는 음악 단어와 문법으로 음악 언어를 구사한다. 바다처럼 거대한 공통의 관습 속에서 성장한 작가는 자신만의 어법을 통해 제 생각을 주장함으로써 개성을 찾지만, 그도 공통 관습에서 본다면 큰 강의 한 거품 정도인지 모른다. 바흐나 하이든만 하더라도 자기 개성, 작가 의지를 주장하기엔 그를 둘러싼 사회의 힘이 너무 컸다. 우리는 바흐의 음악이 고용주가 바뀜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공과 맺은 불평등 고용 계약서를 통해 우리가 그토록 경외하는 대 작곡가가 주변에 얼마나 종속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지만 원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베토벤에 이르러서야 진정한 작가의식과 그 위대성을 알게 된다. 작가의식은 곧 개인의식의 발현이었으며 시민 정신의 상징이었다. 이를 통해 베토벤은 형식 위주의 고전주의를 벗어나 낭만 정신을 이끌 수 있었으며, 공통 관습의 양식화를 거부한 그의 작가 의식은 후대에 의해 양식화되면서 새 사조인 낭만주의의 근원이 된다.

불소통을 전제로 한 모더니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바그너에 이르러 작곡가는 하이든이나 바흐와 같은 일방적 고용인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단계에 오른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어 작곡은 철학적 사고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작곡가의 신분 상승 과정은 음악에 있어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작가의식이 강해지면서 작가의 음악 언어는 일반인들의 것과 먼, 개인적인 것이 되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감각과 교양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더 많은 생각과 작가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 되었다.

공통 관습의 중력권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음악은 19세기말, 20세기초에 이르러 정치적·사회적·음악적 이유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 분화 과정에서 자신의 어법을 찾는 수단으로 기존 조성이라든가 음계를 벗어나는 일들을 꾀했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반음계 화성을 구사하여 조성을 흐리게 했으며, 이에 반해 클로드 드뷔시는 온음만으로 이루어진 온음음계라든가 옛 교회선법, 민속음계 등을 사용해서 조성을 비껴갔다.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옥타아브 안의 12음을 대등하게 구사함으로써 인위적으로 조성을 타파했으며, 더 나아가 반음의 반음을 사용하는 미분음계를 사용한 체코의 알로이스 하바와 같은 이도 있었고, 심지어 한 옥타브가 아니라 두 옥타브 개념의, 즉 두 옥타브 사이를 일정 간격으로 나눈 음계를 구사하는 일도 생겨났다.

또 종래 기능화성 체계에서 벗어나 음향 개념으로 음들의 집합을 다루기 시작했고, 리듬과 박자, 강약의 구성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서사(敍事)나 감정 대신 주변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인상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빈의 쇤베르크, 베르크와 같은 작곡가들은 인간의 정신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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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성호 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학 / 작곡가 shhwang@knu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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