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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영혼으로 만나는 세상

  • 글: 김학민 오페라·뮤지컬 연출가 / 음악평론가 hakminkk@korea.com

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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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종합예술’ 뮤지컬. 그 스펙트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다면, 공연장을 찾는 일이 더는 수동적 관람이 아닌 작가의 의도를 관찰하는 지적 유희가 될 것이다.
삶의 당의정 혹은 카타르시스

극단 ‘신시’가 공연한 ‘키스 미 케이트’

뮤지컬을 감상하는 것은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뮤지컬의 구조와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공연의 생생한 현장과 무대 뒤에 얽혀 있는 온갖 이야기들, 어느 작품이 언제 무슨 상을 받았고, 어디 가면 무슨 공연을 볼 수 있고, 어느 공연에 누가 나와서 좋았느니 나빴느니 하는 이야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뮤지컬의 모든 것을 손금 보듯 훤히 꿰뚫고 있어야만 뮤지컬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뮤지컬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극장에 찾아가 직접 뮤지컬을 보는 것일 게다. 그러한 이유로 이 글에서는 세세한 설명들 대신 뮤지컬 작품들 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한다. 역사에 남은 공전의 히트작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만으로도 독자들이 재미있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기초공사는 충분하리라 믿는다.

북 뮤지컬 : 탄탄한 구성과 극적 재미

보드빌이나 벌레스크, 레뷔, 뮤지컬 코미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초기 쇼 뮤지컬들은 아예 줄거리 없이 버라이어티쇼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줄거리가 있다 해도 화려한 춤과 노래를 엮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러한 초기 뮤지컬을 벗어나 대본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한 이들이 리처드 로저스(작곡가)와 해머스타인 2세(작사가). 스타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초기의 쇼 뮤지컬에서 진일보한 이러한 양식을 흔히 북 뮤지컬이라 일컫는다. 한마디로 ‘북(book)’ 즉 대본을 중시한 뮤지컬이라는 뜻.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남긴 뮤지컬의 고전 ‘오클라호마’(1943)는 북 뮤지컬의 본격적인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오클라호마’에서 첫 곡으로 나오는 ‘오 아름다운 이 아침(Oh, what a beautiful morning)’은 노래가 그 자체로 부각되지 않고 인물의 성격과 극의 상황을 부각시키는 데 사용한 좋은 예다. 대개 뮤지컬들은 웅장하고 화려한 코러스로 시작하지만,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은 일부러 시골 전원의 한가한 분위기에 적합하도록 조용한 솔로곡을 택했다.

노래 없이 춤만 추는 장면 또한 북 뮤지컬의 면모를 제대로 발휘한다. 1막 마지막에 삽입된 춤 장면인 ‘로리의 결심’은 여주인공 로리의 악몽을 묘사한다. 꿈의 내용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접근하는 근육질의 남자 주드와 애인 컬리가 서로 결투를 벌이다가, 결국 주드가 컬리를 죽이고 로리를 댄스파티로 데려간다는 것. 안무가 아그네스 드 미으는 발레를 통해 여주인공의 두려움과 근육질 사나이 주드의 위협을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드림 발레’의 전형을 확립해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 장면이 이처럼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의 전체 구조 속에서 아주 적절한 극적 긴장과 사실적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탄탄한 구성이야말로 이 작품이 북 뮤지컬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오클라호마’ 이후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은 ‘왕과 나’(1951) ‘회전목마’(1945) ‘남태평양’(1949) ‘플라워 드럼 송’(1958)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 일련의 고전 뮤지컬들을 통해 북 뮤지컬의 전통을 확립했고,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전통에 따라 뮤지컬들을 창조해냈다. 레웨와 러너의 ‘브리가돈’(1947)과 ‘마이 페어 레이디’(1956), 콜 포터의 ‘키스 미 케이트’(1948), 프랭크 뢰서의 ‘아가씨와 건달들’(1950), 복과 하닉의 ‘지붕 위의 바이올린’(1964) 등은 제각기 다루고 있는 내용과 분위기, 주제는 다르지만, 대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노래와 춤을 극 안에 통합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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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학민 오페라·뮤지컬 연출가 / 음악평론가 hakmink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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