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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의 위반, 시대의 전복

영혼으로 만나는 세상

  • 글: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학 / 연극평론가 viaantica@hananet.net

금지의 위반, 시대의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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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은 가냘픈 몸과 느린 움직임으로, 시간과 공간상의 모든 거리가 수축되어 가는 세상에 저항한다. 억압 없는 매개와 소통을 지향하는 것이야말로 ‘복제될 수 없는 몸’을 지닌 연극이 시대를 거슬러 존재해야 하는 처절한 이유 아닐까.
0.1 연극을 이해하는 일은 공연을 통해 시작되지만 공연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사라지는 연극 공연을 이해하고 분석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공연은 시작되자마자 즉시 흔들리고 무너져버린다. 사라진다는 것, 일회적이라는 것, 나약하다는 것,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 복사되지 않는다는 것, 사람의 몸으로 한다는 것,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 글을 몰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극예술의 특징이다. 그렇지만 관객이 애써 기억해낸 공연이란 ‘얼음에 갇힌 강물과 같이 잠시 머무르는 것’에 불과하다. 어떻게 사라진 공연을 글로, 말로 다시 세우고 이해한단 말인가?

공연은 불안하게 긴장하고 있는 존재와 같아 연극을 이해하려면 역시 그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긴 호흡이란 산에 오를 때 몸이 내는 소리와 같다. 관객이 연극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연극 공연을 통해 바로 자신의 몸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 곧 자신의 내면 풍경을 읽는 것이다.

0.2 그런 점에서 연극을 이해하려는 것은 다른 장르와 비교해 많은 약점을 지닌, 패배할 줄 뻔히 알면서 하는 시도와 같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공연을 끝낸 연출가와 배우들을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 따라서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 하나 남기지 않음에도 자신을 불태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연극의 이해란 이처럼 관객으로서,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의 외로운 등판을 떠올리며 무대 앞에 서는 일이다. 공연은 도판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니체의 아름다운 글귀대로 “마음의 바닥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섬세한 손가락과 눈으로” 공연을 읽고 부수고 다시 세워야 한다.

0.3 연극 공연은 관객에게나 연극평론가에게나, 읽어야 하는 한 권의 두툼한 책과 같다. 연극은 일회적이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아니 사라짐으로써 완성되는 나약한 예술이다. 그러므로 연극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라지는 공연의 허무 속에서 그 허무에 직면해 그 의미와 가치를 찾는 일이다. 관객은 막이 내리고 난 뒤 남겨진 허물어진 조각들을 가지고 새로운 연극 언어를 스스로 건축해야 한다.

1. 극장에 대하여

1.1 극장은 어둡다. 극장 바깥의 밝음과 대비되는 곳이다. 어떤 사회에나 극장은 존재한다. 실외에 있는 극장, 실내에 있는 극장, 혹은 원형, 혹은 사각형으로. 극장은 항상 변모해왔다. 이런 변모는 국가·사회·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극장이 있는 곳에는 연극을 하는 이들이 모인 극단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극장은 고정적인데 반해 극단은 유동적이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떠돈다. 우리의 남사당이 그렇고, 서양의 코메디아 델아르테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를 유랑극단이라 한다.

반면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한곳에 머무는 이들이다. 이런 경우 누가 누구를 유혹하겠는가? 떠도는 자가 멈추어 있는 자를 유혹하게 마련이다. 옛날 유랑극단 시절에는 연극 한 편에 홀려 보따리 싸들고 집을 뛰쳐나와 극단에 들어간 이들이 많았다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연극에 매혹되고, 연극하는 떠도는 삶에 유혹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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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학 / 연극평론가 viaantica@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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