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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 장터와 장인(匠人), 경제생활의 풍경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 편집기획·진행: 황일도

제2부 - 장터와 장인(匠人), 경제생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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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에 수록된 사진들은 보통 사람의 경제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배경이 되는 공간은 대개 도회의 장터다. 익숙한 사진도 더러 눈에 띄지만, 이렇듯 한데 모인 장터 풍경 사진은 당시 민초들의 생활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장은 5일장이 일반적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고을에 닷새마다 장이 돌아가며 열렸다. 장돌뱅이들은 장 서는 고을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고 또 샀다. 서울에는 시전(市廛)이 있어서 궁중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조달하고 일반의 생활용품도 공급했지만, 지방에서는 몇몇 지역에야 겨우 상설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의 배경에 전신주가 서 있고 성벽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사진 속의 장은 서울을 비롯한 큰 도회의 한가로운 장터로 짐작할 수 있다.

목재소·대장간·잡화상·음식점 등은 가게를 갖추고 있었다. 다듬잇방망이나 통·갓·오지확 등을 파는 상인들은 좌판을 벌였다. 엿이나 광주리, 옹기는 행상들이 엿판이나 지게에 지고 팔러 다닌다. 시장에서 좌판이나 행상을 하는 이의 대부분은 자신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았다. 다듬잇방망이나 통을 그 자리에서 능숙하게 만드는 광경이 렌즈에 잡혔다. 지게에 밥상을 잔뜩 얹은 모습은 아예 신기(神技)에 가깝다.

운반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된 것은 단연 소였다. 소달구지에 물품을 실어 이동하거나 소 등에 가득 싣기도 했다. 소는 농사를 지을 때 뿐 아니라 장에 나갈 때도 유용했던 것. 특히 장작이나 솔가리를 내다 파는 나무장수들은 대개 장사가 본업이 아닌 농부들이었다.

시장 풍경을 담은 사진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중 하나는 단발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장사에 나선 경우가 적지 않은데 모두 머리를 땋았고 어른들은 상투를 했다. 1895년 단발령이 발표되었음에도 1900년대 초반에 촬영한 사진에 나타난 한국인 대부분이 단발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또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시장에 여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점을 하는 아낙 몇과, 상점 앞을 지나가거나 음식점에서 나오는 여자가 전부이다. 지역적인 차이가 있었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장에 여자들이 나가는 일을 꺼렸음을 시사한다.

갓을 쓴 노인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은 쓰지 않았다. 의관을 갖춘 양반이 시장에 나오는 일은 여전히 드문 일이었을 것이다. 양복을 입은 사람은 아예 찾을 수가 없는 것을 보면 양복 입는 ‘개화쟁이’는 다른 형태의 상점을 이용했던 모양이다. 담뱃대를 물고 있는 상인이 여럿 보인다. 궐련을 피우는 이는 배추밭 주인이 유일해 아직 궐련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장에서 엿이나 광주리, 짚신, 빗자루 등을 파는 풍경에선 가난한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더벅머리에 짚신도 못 신어 맨발인 아이도 있다. 두루마기에 갓까지 쓴 새신랑 같은 청년이 닭장을 메고 장에 나온 모습은 묘한 부조화를 자아낸다.

흔히 시장에 가면 살아 있음을 새삼 깨달을 만큼 역동성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2부에 담겨있는 사진들에서는 그러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손님이 적어서일까, 전체적으로 무기력한 분위기다.

100년 전 이 땅에는 근대로 옮겨가는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당시 시장의 풍경에서는 그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사회의 시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삼천리 곳곳 민초들의 삶의 양상이 총체적으로 바뀌는 일은 서울의 조정이 주도하는 외형적인 조건의 변경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개항을 하고 외국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도 민초들의 생활에는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삶의 변화는 그처럼 더디고, 그만큼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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