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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바람은 공산에 찬데

  • 편집기획·진행: 황일도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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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는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나 종교·풍속에 관한 사진들이다. 이미 소개된 것도 일부 있다. 우선 대원군의 사진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이다. 관복을 입은 이 사진 외에 대원군이 중국 베이징 근처 바오딩(保定)에 유폐되었을 때 사진관에서 찍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어가행렬과 황태자비의 장례식, 러시아 군사교관 사진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군사교관과 훈련받는 한국군 사진은 채색된 것도 있다.

눈이 밝은 독자라면 이들 사진에서 근대로의 변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군인의 경우 구식군대와 신식군대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 변화가 바로 드러난다. 어가행렬을 호위하는 구식군대 군인들의 차림새와 서양식 모자에 각반을 치거나 구두를 신은 신식군대 군인의 차림새는 쉽게 대비된다.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도 다르다. 총이나 서양식 칼에 맞선 전통적인 칼이나 창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그런 점에서 전통 관복을 입은 관리와 서양식 복장을 한 순검이 함께 찍은 사진은, 전통과 근대의 공존을 보여주면서도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한 분위기는 황태자비의 장례식 사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사진에선 외세의 창궐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항 이후 한국은 열강의 각축장이었다가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이 독무대를 이룬다. 사진 속 러시아 군사교관이 머물던 시기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사이였다. 일본이 국권(國權)을 침탈하자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하여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는 일본군과 일본군에 체포되어 호송당하는 의병을 찍은 사진이 남아 아픈 역사를 말 없이 증언한다. 무장해제된 남루한 복장의 의병과 집총한 일본군, 그리고 그 광경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일본인. 한 시대의 비극이 엉성한 구도의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태극기와 일본기 사이로 이토 히로부미와 하세가와 요시미치의 얼굴이 보이는 사진도 우리에게는 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침략의 원흉인 두 사람 옆에 태극기가 게양된 사진 한 장은 1905년 이른바 을사조약에 따라 통감부가 설치된 후 한반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은 을사조약을 한국 내정 장악의 기회로 삼아 결국 국권을 빼앗고 만다.

서양인들이 찍은 사진에는 교회나 미션스쿨이 자주 등장하는 데 비해, 일본인들의 관심은 사찰을 비롯해 불교와 관련한 사진에서 읽을 수 있다. 일제는 국권을 빼앗자마자 사찰령을 내려 한국불교를 장악했다. 1911년의 일이다. 또한 일본불교의 한국 전도에도 열심이었다. 불단이며 범종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향후 불교를 장악하기 위한 관심의 일단이 아니었나 싶다.

남산 국사당 안의 무신도도 널리 소개된 풍경이다. 민간신앙의 중심이었던 국사당은 1925년 인왕산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만들면서 취한 조치였다. 남산은 서울을 수호한다 해서 목멱대왕(木覓大王)에 봉한 곳인데, 일제는 그 기를 막으려 남산 아래 공사관을 설치하고 일본인 거류지로 삼았다. 을사조약 이후 공사관은 통감부가 되었고 경복궁에 새 청사를 지을 때까지 총독부로 사용됐다. 그리고 조선신궁을 남산에 지으면서 국사당을 쫓아낸 것이다.

3부에 수록된 사진은 비록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전통과 근대를 보여주며 나라 잃은 슬픔을 표정 없이 드러내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그 표정 없음이 의미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글을 읽을 때 행간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찾는다고 하듯 이 사진들 속에서 말로 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을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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