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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고지혈증 ‘기름청소’로 뿌리뽑자!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 콜레스테롤 수치

  • 김효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혈관 건강의 바로미터, 콜레스테롤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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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대중음악평론가 K씨(45)는 1년 전쯤 한밤중에 병원으로 실려갔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때문이었다. 병명은 심근경색. 고지혈증으로 관상동맥에 죽상경화증이 생겨 혈관이 막혀 심근이 괴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K씨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무려 320mg/dl. 그는 대부분의 한국 중년 남성이 그러하듯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혹은 한 갑 반 정도 피우고, 1주일에 나흘 정도 술을 마셨다. 번번이 자정을 넘기며 소주 두 병 이상과 맥주 세 병 이상을 마셨다. 안주는 삼겹살이나 불고기. 프리랜서인 그는 업무량에도 늘 쫓겼다. 술을 마시고 와서도 새벽까지 다음날 넘길 원고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K씨는 4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늙어 보였고 체중은 88kg였다.

K씨의 경우는 쓰러지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발병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에게 K씨의 사례는 조금 심할 수는 있어도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 건강 열풍 덕분에, 그리고 부인의 걱정과 성화 덕분에 발병 문턱에서 가까스로 회귀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K씨처럼 자신의 발병 원인이 고지혈증이란 사실조차 모른 채 병을 키우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 혹은 지질(脂質)이 늘어나서, 마치 수도관이 녹이 슬어 막히듯 혈관에 죽상경화증이 생겨 내경이 좁아지는 심각한 질환이다. 하지만 지질 자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세포막의 필수적인 부분을 형성하고, 비타민과 호르몬의 생성에도 없으면 안 될 요소다. 단 과잉 섭취할 경우, 남은 지방질은 인체에 누적된다.

인체 내에서 작용하는 대표적인 지질로는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트리글리세라이드)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모든 세포를 만드는 기본 물질 가운데 하나다. 콜레스테롤은 소화에 필수적인 담즙산을 만들어 소화작용을 돕고, 호르몬과 비타민D의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 합성되는데, 간경변증 환자와 같이 간 기능이 나쁜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마련이다.

중성지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방이다.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며 과잉 섭취할 경우 몸에 쌓여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중성지방은 피하와 복부의 장간막에 지방층 형태로 저장된다. 따라서 복부비만이 나타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질 수치가 너무 높은 경우인데, 이를 고지혈증이라 부른다. 한편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낮은 경우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지혈증이란 단어 대신에 비정상 상태임을 뜻하는 이상(異常)지혈증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지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여러 질병이 발병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고지혈증 혹은 이상지혈증이 결국 여러 종류의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 된다는 얘기다.

콜레스테롤의 양면성

최근 일요일 밤에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한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콜레스테롤을 주제로 다룬 적이 있었다. 40대의 여자 연예인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나와 가장 건강한 피와 혈관을 가진 것으로 판정받았다. 반면 배가 많이 나온 60대의 남자 탤런트는 나쁜 경우로 판정됐다. 또한 ‘사람이 재산이요, 사람과 정을 나눈다’는 휴머니즘의 기치 아래 술과 담배로 살아온 젊은 남자 연예인의 경우는 예외 없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게,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게 나왔다. 순전히 의학적 소견에만 의존한다면, 이런 20대는 40대 여자 연예인보다 건강하지 못한 셈이다. 20대부터 이 같은 생활을 계속한다면 앞서 예로 든 대중음악평론가 K씨처럼 쓰러지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혈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역’을 떠올린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호르몬과 세포막을 이루는 필수요소다. 콜레스테롤은 이처럼 꼭 필요한 것이지만 넘치면 문제가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경구가 딱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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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수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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