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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중도 사람이요, 체력 유지하려면 ‘단백질’도 섭취해야지”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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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엔 젊은 비구에게 늙은 비구니가 삼배
  • 스님이 보살들과 술집, 노래방 드나든다는 제보도
  • “요즘 신도들, 중이 좀 이상타 싶으면 인터넷에 팍팍 올리는 기라”
  • 피자, 햄버거 찾는 승가대학 비구니 학승들
  • “갑자기 부자 절이 됐다면 의심해봐야”
  • 죽이지 않고 살려 중노릇 잘하게 만드는 게 진짜 감찰
조계종 첫 비구니 감찰 정현스님의 불가(佛家) 뒷얘기
“근성이 있어야 되는 기라. 머리 깎았으면 중노릇 바로 하고, 시집갔으면 아줌마 노릇 반듯하게 해야지요. 일을 정성스럽게 해보려는 근성이 있어야지. 대충 하다가 싫다고 관둬버리면 되겠능교? (세상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아요. 근성 없이 대충하는 거, 딱 보면 압니다. 중 같지 않은 중은 (신도가) 알아보고, 딴 짓하고 들어온 어마이 아바이, 자식이 다 압니다.”

조계종 호법부 상임감찰 정현(正現·52)스님의 말이다. 호기롭고 걸걸하고 기개가 있어 보이는 이 스님은 지난 2월 비구니로는 처음 상임감찰에 임명 됐다.

호법부 상임감찰이란 속세의 검찰과 흡사한 조직으로 1962년 고(故) 숭산스님이 종단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도입했다. 감찰스님이 되면 종단 내 각종 비리를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한마디로 승풍(僧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정현스님의 감찰 대상은 비구니 스님에 한해서다.

정현스님을 만난 건 지방선거가 있던 5월31일. 후끈 달아오른 초여름날, 팔공산 갓바위 능선 끝자락 즈음에 있는 작은 사찰에서였다.

“들어와보소.”

무심히 던지는 스님의 말투가 전형적인 경상도 ‘보리문둥이’를 연상케 했다.

“미안소. 서울에서 만나면 좋았을 텐데…. 딱딱한 사무실에서 얘기하면 뭐가 좋겠소. ‘집에서 편안하게 하는 게 안 낫겠나’ 싶어서 오라 했소. 땅에는 음터가 있고 양터가 있는데, 음터는 죽은 기운이라 묘가 들어서고 양터는 기운이 나는 땅이라 집이 들어서요. 산속 절집은 좋은 양터입니다. 절집에서 참새소리 물소리 들으면 영혼이 맑아지고 편안해지잖아요. 초라하고 누추하지만…. 자, 편안하게 앉아보소.”

정현스님은 사찰을 ‘집’이라고 표현했다. 규모가 작아 마치 암자처럼 보이는 이 절의 이름은 보현사. 스님은 중앙무대에서 상임감찰로 주5일 근무하고 보현사의 주지스님으로 이틀을 근무한다.

“불가의 남녀차별, 억수로 심했어요”

스님은 말투가 시원시원하고 호탕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눈매는 매서웠다. 뒷모습으로 봐서는 비구 같아 보일 정도로 어깨선이 곧고 당당했다. 걸음걸이가 마치 사관생도 같았다. 소문으로 스님의 성격과 언변을 짐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막상 만나보니 조금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스님은 1954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서 1979년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청도 죽림사 주지, 팔공산 내원암 주지, 운문사 포교국장, 총무국장을 지냈다.

승려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사찰 담장 안에서 독경과 명상에 잠겨 수행에만 몰두하는 이판승(理判僧)과 포교에 앞장서거나 사찰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판승(事判僧)이 있는데 정현스님은 사판승에 가깝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이판사판’이란 말의 어원이 바로 불교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판승의 말씀이 모범답안이라면 사판승의 말씀은 해설서에 가깝다.

“(법문할 때) 거룩하고 우아한 얘기만 해보소. (바닥을 향해) 꾸벅꾸벅 절하는 사람이 많습디다. ‘니만 아나, 나도 안다’는 식으로 우습게 생각해버려요. 좋은 말은 참 지루한 법이라. 책에 다 나오거든. 예전에 은사스님이 욕을 참 잘했어요. 연세가 많은 노스님이셨어요. 이를테면 내가 ‘비구스님이 법회 하는 데 가봅시다’ 하면 ‘야, 이놈아. 어떤 놈하고 눈맞았노’ 하고 노발대발하시는 겁니다. 거 참… 허파 뒤비는 소리 아닙니까. 기가 차서 눈물이 다 나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그 말씀이 나의 아상(我相)을 꺾어줬던 것 같아요. ‘무의식 속에서 자아의 실체를 바로 보고 고집하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라’는 가르침이었어요. 기(氣)를 딱 꺾어버린 거죠. 애비가 딸한테 ‘니 머슴아한테 관심 있제? 공부 때려치워뿌라’고 소리친다고 생각해봐요. 억지소리에 기가 찰 거 아닙니까. 억울하면서도 ‘알았심더. 공부할게요’라고 대답하거든요. 택도 아닌 말을 삼키면서 ‘두고 봐라. (아니란 걸) 꼭 보여줘야지’ 하는 근성이 생기는 거라요. 책 100권보다 따끔한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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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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