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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호 특별부록 | 한국의 核주권

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2부

이승만의 집념과 시슬러의 우정 위에 출범한 원자력원과 한국원자력연구소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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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슬러를 통해 원자력에 접근할 길을 확인한 이승만은 재빨리 선진국에 유학생을 보내고 원자력법을 만들어 원자력연구소를 세울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박정희 시절 한국은 트리가 마크-Ⅱ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원자력史 속에서 본 한국 원자력史 - 제2부

한국에 원자력의 씨앗을 뿌려준 워커 시슬러씨.(왼쪽) 원자력 인재를 키우고 원자력연구소를 만든 이승만 대통령.(오른쪽)

한국의 원자력 주권, 전기(電氣) 주권과 관련해 잊어선 안 될 사람이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에디슨 사(社)의 전무와 사장 회장을 역임한 워커 리 시슬러(Walker Lee Cisler)씨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李承晩) 박사이다. 두 사람의 선견지명 덕택에 오늘날 한국은 싼 값에 전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워커 리 시슬러란 인물에 대해 알아보자.

시슬러의 나무상자

시슬러는 1897년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나 코넬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1939~1945) 중에는 정부에 들어가 전쟁물자생산국에서 전력 관계 일을 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디트로이트 에디슨 사에 들어가 1971년까지 근무한 인물이다. 이 기간 중 그는 세계에너지회의(WEC) 의장, 에디슨전기협회(EEL) 회장, 미국 원자력산업회의 의장 등을 맡아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시슬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을 부흥하기 위해 미국이 펼친 마셜플랜에 참여하면서 전력과 경제개발 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이나 자기 회사의 이익보다는 인류애적 관점에서 활동했다. 그가 1948년 북한이 단행한 5·14 단전(斷電)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미 군정을 받고 있는 한국이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자신이 정부에 있을 때 건조된 발전함을 긴급히 한국에 보낼 것을 건의해, 이를 관철했다. 그에 따라 자코나 발전함이 부산항에, 엘렉트라 발전함이 인천항에 들어와 전기를 공급했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한국은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했는데 이때 미국이 보내준 3만㎾급 발전함인 레지스탕스함도 시슬러가 정부에 있을 때 건조된 것이었다.

한강 하류에 있어 더욱 유명했던 당인리발전소(지금은 서울화력발전소로 부른다)는 1929년 6월 경성전기주식회사가 건설에 들어가 1년5개월 만인 1930년 11월, 1만 ㎾급 1호기를 준공함으로써 생겨났다. 그리고 1936년 1만2500㎾급의 2호기를 준공해 가동하다 광복을 맞았다. 1948년 5월 북한이 전격적인 단전 조치를 취했을 때 이 발전소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원자력은 ‘머리에서 캐는 에너지’

6·25전쟁이 끝난 후 한국 정부는 당인리발전소에 2만5000㎾급 3호기 건설을 추진하는데 이때 마셜플랜에 참여해 활동한 경험이 있는 시슬러가 AID 차관을 주선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결과 한국은 1956년 3월 3호기를 준공해 부족한 전력을 메울 수 있었다. 시슬러는 1950년대 한국이 북한에 앞서 국제에너지회의(WEC)에 가입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시슬러는 북한이 한국에 앞서 국제에너지회의 가입 신청서를 내자 북한의 가입 승인이 보류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 사실을 한국전력의 박영준 사장에게 알렸다. 이에 박 사장이 상공부와 외무부를 움직여 한국도 가입신청을 하게 됐다. 시슬러는 한국이 북한보다 먼저 국제에너지회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막후에서 끝까지 도와주었다.

국제 전력계의 거물이니 만큼 시슬러는 한국에 오면 이승만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1950년대 중후반 한국에 온 그는 나무로 만든 작은 ‘에너지 박스’를 들고 경무대로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가 들고 간 에너지 박스 안에는 우라늄과 석탄이 들어 있었다. 에너지 박스를 열어 석탄과 우라늄을 보여준 시슬러는 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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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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