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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대통령실장

한반도대운하 설계자

  • 최영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류우익 대통령실장

류우익 대통령실장
이명박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를 통틀어 이전 정권보다 권한이 강화된 자리가 있다면 단연 대통령실장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차관급인 반면 새롭게 마련된 대통령실장 자리는 비서실과 경호처(옛 경호실)를 아래에 둔 장관급이다. 장관급이라고 하지만 그 기능으로 보면 총리급과 맞먹는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의 초대 대통령실장 자리에는 정무 기능과 국정조율 기능의 강화를 위해 당초 국회의원 출신이 거명됐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단 한 번도 정치계 문을 두드린 적이 없는 현직 교수가 임명된 것이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17대 대선 과정에서 한반도대운하의 ‘이론가’로 잘 알려졌다. 그의 이름 석 자가 나올 때마다 운하가 거론되지만 기실 한반도대운하는 그가 짜놓은 ‘한반도 국토개조론’의 한 축일 따름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新)국토개조론도 류 실장의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새만금 개발론’도 알고 보면 류 실장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다.

류 실장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리학계의 석학이자 역대 정권에서 국토 개발과 관련한 정책자문에 깊숙이 개입해온 인물이다. 지리학은 각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깊은 연구가 없으면 성과를 낼 수 없는 학문. 따라서 정권의 정책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류 실장은 1993년 건설교통부 국토이용계획심의회 위원을 시작으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내무부, 건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국토개발연구원 등 각종 기관의 정책자문위원을 두루 거쳤다. 한편으론 태평양아시아협회 사무총장과 2000년 세계지리학대회 조직위 사무총장, 세계지리학대회 부회장을 거치며 세계 지리학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이자 프랑스지리학회 종신 명예회원. 대통령실장이 되어서도 IGU 사무총장직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는 대통령실장이고 이후부터 새벽 1시까지는 IGU의 사무총장”이다.

류 실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시점은 서울시장 재임 중반기인 2004년 무렵. 지인의 소개로 류 실장을 처음 만난 MB는 그의 천재성을 바로 알아봤다. 류 실장은 대학시절, 교수 생활에 이르기까지 내내 주변에서 ‘천재’ 소리를 들어왔다. 상주고등학교 시절에는 상주가 배출한 3대 ‘신동’으로 꼽혔을 정도. 사석에서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MB는 그의 국토개조론에 매료되었고, 둘의 관계는 어느 덧 서울시정과 정치적 행보, 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때부터 MB의 주요 연설문은 류 실장의 손을 거치게 된다. 대선 기간 MB의 주요 연설문은 류 실장의 차지였고 주요 전략회의에는 반드시 그가 있었다. 그의 글은 학자 출신답지 않게 대중적이면서도 핵심을 집어내는 명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MB의 서울시장 시절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류 실장의 지리학적 조언이 있어 가능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마무리될 때 쯤, 즉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 출마의 뜻을 굳힐 시점인 2006년 초 이미 그는 ‘MB의 숨은 장자방’이 되어 있었다. 그가 ‘MB의 우뇌’ ‘정책 브레인’으로 불린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그는 ‘이명박 사단’에서 정책분야만큼은 MB의 속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꿰뚫고 있다는 평판을 듣는다. 이런 연고로 2006년 초 GSI(국제전략연구원)의 원장이 됐다. MB가 서울시장 퇴임을 6개월 앞둔 때였다. GSI는 1994년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만든 정책자문집단. 동아시아연구원의 후신으로, 동아시아연구원은 1996년 ‘PLP(President Lee Plan)’, 즉 이명박 대선 출마 장기계획을 구상하기도 했다.

2006년 초 동아시아연구원은 17대 대선을 위한 ‘정무캠프’ 노릇을 하던 안국포럼에 대별해 ‘정책캠프’ 기능을 맡으며 GSI로 개편됐다. 어떻게 보면 류 실장의 대통령실장 임명은 이때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류 실장은 이곳에서 한반도대운하의 이론적 근거를 완성했고, 한강 하구 임진강에 남북평화경제지대 인공섬을 만든다는 ‘나들섬 구상’도 만들었다. 류 실장은 이곳에서 수백명의 교수와 자문 집단을 대선 후보인 MB와 연결하는 일을 담당했으며 그 사무실에서 MB의 연설문 초안을 써 내려갔다. GSI 출신으로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GSI 정책실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통일부 장관 사퇴), 현인택 고려대 교수, 홍두승 서울대 교수가 있다. 류 실장의 오른팔 노릇을 했던 김영우 정책국장은 경기도 포천·연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다.

그는 인문학을 전공한 지리학자로서 한반도대운하의 기본 틀을 콘크리트 운하의 개발에서 자연 수로의 연결, 잊힌 물길의 미래적 복원으로 바꿔놓았다. 그의 머리에 들어 있는 운하는 친환경, 친문화적, 친공간적 운하다.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친환경과 친문화가 누누이 강조된 것도 그 때문이다. MB의 ‘토목 CEO’ 이미지를 벗겨내려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아랫사람에게 비친 그의 이미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단호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정치적 생명을 송두리째 걸기도 한다. 2007년 9월초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이 막 끝났을 때의 일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운하는 전면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말해 당내에 파란이 일었는데, 하루는 이 의장이 GSI로 그를 직접 찾아왔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운하 공약을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공약으로 하기에는 역풍이 너무 부담됩니다. 아니면 전면 수정을 하든지요.”

이에 류 실장은 이한구 의장에게 “그럼 내가 GSI를 그만두겠다.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도 이탈하겠다. 내 식구들도 함께 다 그만둔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MB에게 장문의 보고서를 올렸다. 며칠 후 새벽 회의에서 MB는 “운하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간다. 다른 사람들의 입에 휘둘리지 말라”며 류 실장의 손을 들어준 일화가 있었다.

한때 대통령실장으로 정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당내 비판이 있었고, 서울대의 동료 교수들이 운하 반대 성명을 내는 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그는 “정책은 당장 배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정치적 능력은 지금부터라도 배우면 된다”는 말로 일축했다. 실제 대통령실장이 되고 난 후 그가 가장 먼저 찾은 상대는 대선 경선과정에서 대놓고 맞서 싸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는 그 자리에서 넉살좋게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을 늘어놓으면서 정권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박 전 대표도 “몇 년 만에 정권 교체를 했는데,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며 예상외의 부드러운 언사로 그를 맞이했다.

“선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때 대구사범을 다니셨습니다. (그 때문에) 늘 지지하셨죠. 1970년 대학 4학년 시절 정양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육영수 여사가 대학에 갓 입학한 딸을 데리고 정양사에 오셔서 앳된 모습의 박 전 대표를 처음 뵈었습니다….”

이후 초대 대통령실장의 정무 기능에 대한 비판은 많이 수그러들었다.

柳佑益

생년월일 : 1950년 1월6일(음력)

출생지 : 경북 상주

학력 : 상주고, 서울대 지리학과, 서울대 대학원 지리학 석사, 독일 킬대학(Albrechts Univ. zu Kiel) 철학박사

경력 :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환경학과 교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지리학과 교수, 미국 버클리대 객원교수, 파리-소르본대 객원교수, 서울대 교무처장, 세계지리학대회 부회장 겸 집행위원, (現)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

배우자 : 표명윤(表明允) 숙명여대 약학부 교수

저서 : ‘장소의 의미-유우익의 국토기행 Ⅰ,Ⅱ’ ‘21세기의 한국과 한국인’ 등 다수

논문 : 동북아시아권의 지정학적 고찰, 21세기 통일한국의 국토공간 활용방안, 지역개발에 있어 환경윤리의 문제, 농촌지역의 중심지 행동과 사회구조, 통일국토의 미래상:공간구조 개편 구상, 중심지 ‘행동과 사회구조’-독일과 한국의 비교연구 등 다수

상훈 : 국민훈장 동백장, 농어촌진흥대상, 자유경제출판문화상(전경련)

신동아 2008년 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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