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한국전력공사

매장량 4억2000만t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 작업 준비

  • 시드니=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1-10-26 13:2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전력공사

    호주 바이롱 광산에서 기술자들이 탐사활동을 펴고 있다.

    호주는 엄청난 자원 부국이다. 세계적으로 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사실은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 총 면적이 768만6850㎢(한반도의 약 35배)에 달하는 호주는 다양하고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로 가는 한국 기업의 열에 아홉은 자원 관련 비즈니스를 일군다. 한국전력공사(KEPCO·이하 한전)도 대표적인 자원 개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책임 소재를 떠나 한전은 지난 9·15 정전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존재의 중요성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은 국민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확한 수요 예측과 연료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전이 호주 자원 개발에 나서는 이유도 이와 관련돼 있다. 첫째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광산 운영으로 수익을 창출해 전기요금 인상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전은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18개국에서 39개 사업을 벌이며 글로벌 한전의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원 개발 부문에서는 호주 등 4개국에서 10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가가치 체인 전 부문 주도



    2007년 호주 코카투 사에 투자한 이래 한전은 물라벤(Moolarben) 광산 개발에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아다로 에너지사 지분 인수 등으로 발전용 유연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약 6억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라벤 광산에서는 지난해부터 생산을 시작해, 매년 250만t을 한전이 직접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한전의 자원 개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획이 그어졌다. 매장량 4억2000만t의 호주 바이롱 유연탄 광산을 4190억원에 단독 인수한 것이다. 이 광산은 호주의 주요 탄전 지대인 뉴사우스웨일스 주 시드니 분지에 있는데, 세계 3위의 유연탄 수출기업인 호주 앵글로 아메리칸 사 소유였다. 그 결과 유연탄 자주개발률(이미 확보한 양)이 34%로 높아졌다.

    바이롱 광산 인수로 한전은 해외 자원 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유연탄 광산 경영권을 확보하고, 탐사·개발·생산·판매 등 부가가치 체인(value chain) 전 부문을 주도하게 됐다. 한전은 이곳에서 2016년부터 30년간 열량 7050kcal/㎏ 이상의 고품질 유연탄을 연평균 750만t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한전이 유연탄 가격 수용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공급시장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발전연료 가격이 급변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또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이 돼 국민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자주개발률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그 물량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의미는 좀 더 복잡하다. 석탄으로 발전을 할 경우 그 비용의 70%는 연료에서 나온다. 그런데 석탄 연료 가격이 많이 상승한다고 해서 전기요금을 그만큼 올릴 수는 없다. 전기요금을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또 연료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그만큼 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국가 경제나 소비자에게 충격을 주게 된다. 그래서 해외 자원에 투자하면 석탄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그만큼 덜 받게 되기 때문에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이도식 한전 호주법인 사장)

    바이롱 광산을 인수할 때 앵글로 아메리칸 사가 동시에 매각하는 5개 광산에 대해 발전용탄 수요자인 한전과 제철용탄 수요자인 포스코, 호주의 광산개발 기업인 코카투 사가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패키지로 입찰에 참여한 것도 흥미롭다. 이들 기업은 가격 경쟁력보다 각사의 강점을 활용하고 치밀한 입찰전략을 구사해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자원기업들을 따돌렸다.

    “처음에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다. 그 프로젝트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낮은 가격에 제안서를 냈던 거다. 그런데 이후 재입찰 의향서를 제출해, 다시 기회를 얻었다. 두번째 입찰에서는 코카투, 포스코와 함께 다른 곳에서 제시하지 않은 방식인 패키지 전략을 마련했다. 5개 광산의 각각의 자산 가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전체 인수 가격을 제시했을 때 낙찰이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이도식 사장)

    5개 광산 패키지 인수

    한국전력공사

    호주 물라벤 노천광산.

    광산 인수 뒤 한전은 광산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호주 광산개발 전문회사인 코카투사를 광산 개발사로 지정했다. 3년 뒤 지분 30%의 콜옵션을 주는 조건이었다. 코카투사는 여기에 참여하는 대가로 매장량 1억7000만t 규모의 오나뷰(Ownaview) 유연탄 광산 지분 51%를 한전에 무상으로 이전키로 약속했다.

    바이롱 광산 인수 때 이미 중국 인도 기업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자원 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느끼는 경쟁의 치열함은 상상 이상이다. 이도식 사장의 말이다.

    “세계 자원시장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산업화하면서 자원 소모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환경에도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최근에 중국이 호주에서 광산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게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게다가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호주인들은 ‘조상 대대로 쓰던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라는 ‘정서법’에 호소하고, 농토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그것이 자꾸 광산으로 개발되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식량 안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광산 개발로 호주인이 얻는 이익은 많지 않고 투자한 이들이 이윤을 훨씬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즉 언론이 자원 민족주의 분위기를 부추기고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인·허가 과정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한전은 바이롱 광산의 개발을 위해서도 추가로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정부 담당 장관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광산개발 허가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은‘지역사회가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바이롱 광산 지역 주민들은 개발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 6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개발을 통해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호주인 전문가도 채용해 현지에 파견한 상태다. 그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때 광산 처분 아쉬워

    한국전력공사

    광산 개발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

    올해 초 부임한 이 사장은 10년 전에도 호주법인에 근무했던 자원 개발의 베테랑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체제 때 그동안 개발했던 광산을 모두 팔고 국내로 들어갔다. 그가 피부로 느끼는 호주 광산업계의 분위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호주에서 광산 개발이나 투자를 얼마든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온갖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호주인들도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더 내보이고 있다. IMF 체제 때 광산을 팔지 않았다면 지금쯤 큰 이익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지금 광산을 구입하는 것도 늦지는 않다.”

    ▼ IMF 체제 때 어떻게 광산을 처분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호주에서 연간 1500만t 정도의 석탄이 한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환란으로 한국에서 호주 광산업체에 돈을 지급하지 못했다. 당연히 연료를 들여보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12개 석탄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6개월 뒤에 돈을 지급할 테니 한전을 믿고 연료를 선적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1t에 24달러 할 때다. 10만t 규모의 화물선에 선적하는 비용이 240만달러였다. 처음에는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호주 석탄회사 직원들 가운데 친하게 지내던 이들을 계속 찾아다녔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죽지 않는다, 한 번만 믿어달라’고 사정했다. 결국 그중 한 회사의 동의를 시작으로 12개 회사 모두가 6개월 무이자로 석탄을 선적해주었다. 지금도 한전을 믿고 처음 선적에 동의해준 그분께 감사하고 있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회사가 광산을 팔아서 환란 극복에 일조하는 게 먼저라고 해서 모두 팔게 됐다. 당시 투자금의 110% 정도를 받고 광산을 팔았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많다. 그때 몇 년만 앞을 내다보고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0년 현재 한국은 연간 9600만t의 유연탄을 도입해 7100만t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라늄의 경우 연간 수입량인 4500t을 모두 소모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석탄 7400만t을 수입했는데, 2020년에는 8900만t까지 수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이도식 한전 호주법인 사장

    ▼ 한전이 투자한 광산의 현황은 어떠한가.

    “물라벤 광산의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되고,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바이롱 광산은 지금 한창 탐사를 하고 있는데 탄층이나 탄질이 매우 좋다. 물라벤 광산이나 바이롱 광산의 위치가 비슷한 곳이다. 그곳에 잘 개발된 다른 회사 광산도 있다. 100㎢ 안에 원래 60개의 시추공이 있었고, 인수 뒤 50개의 시추공을 더 뚫어서 탐사했다. 탐사결과 약 5m 정도의 탄층이 형성돼 있음을 확인했다. 개발만 잘 된다면 많은 이득을 남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롱 광산은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300㎞,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다. 탄을 실어 나르는 뉴캐슬 항구에서는 200㎞ 거리다.

    제3국 수출도 가능

    ▼ 생산된 석탄을 모두 한국으로 가져가는가.

    “우리가 가진 광산이므로 한국으로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 시장에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으면 그것도 가능하다. 차익을 남기는 만큼 그것이 곧 국익으로 돌아온다.”

    ▼ 자원이 없는 나라가 외국에서 자원을 개발해 제3국에 판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 광산을 갖고 있으면 우리도 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이 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다. 바이롱 광산과 비슷한 규모의 생산광산은 지금 20억달러로 평가된다. 이제까지 우리는 4억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 생산 직전까지 5억달러 정도 더 투입해야 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잘 개발된다면 경제적 이익을 많이 남길 것이다.”

    한전 호주법인에는 주재원이 4명, 현지 채용 직원이 3명이다. 단출하지만 이들은 앞으로 있을 본격 생산체제를 준비해야 한다. 바이롱 광산이 생산에 들어가면 훨씬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적은 인원으로 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도식 사장은 집념과 신념을 내보였다.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자원은 일단 먼저 잡아둬야 한다. 길게 보고 가야 한다. 지금 여기서 주춤거리면 경쟁국가 경쟁기업에 빼앗기고 만다. 호주에 민족주의가 다시 일어나는 것 같아도 노력만 하면 자원을 확보할 기회는 아직 많이 있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연료를 확보해야 하는 한전으로서는 이처럼 직접 개발에까지 뛰어들어야 한다.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니 다른 대안이 없다. 앞으로 연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특히 국민 경제에 이바지해야 할 공기업으로서 그 책무가 막중하다고 하겠다. 대체에너지도 확보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전통적 에너지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편 한전은 원자력 발전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캐나다 워터베리, 크라이스트 탐사사업, 데니슨사 주식 인수, 니제르 아모라렝 광산 지분 참여 등을 통해 2010년 현재 우라늄 자주개발률 22%를 달성했다. 한전 관계자는 “그동안 적극적인 열정과 도전적 노력을 통해 이룩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스마트 그리드 기반 구축 등의 성과를 발판 삼아 글로벌 탑 에너지 파이어니어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0기 이상의 원전을 수출하고, 신규 발전사업 수주를 확대할 것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자원 개발로 발전연료 자주개발률 60%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