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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 숨어 있는 인재(人災)들

제1장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라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 숨어 있는 인재(人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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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의 1절과 2절을 자세히 읽은 독자라면 왜 일본에는 전력회사가 여러 개 있을까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좀 더 예리한 독자라면 쓰나미 피해는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났으니 도호쿠전력이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당했어야 하는데, 왜 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후쿠시마 제1발전소)가 해를 입었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문을 품은 독자라면 그는 Think the Unthinkable을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사람이다.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고 사회와 조직을 변혁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는 일본 전력산업계의 모순이 숨어 있다. 이러한 모순은 한국 전력산업계의 모순을 혁파하는 데도 참고가 되므로 주의 깊게 살펴보기로 한다.

자기 영토를 가진 일본의 전력회사

한국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6개의 발전회사가 있다(중소 발전회사 제외). 일본에는 10개의 전력회사가 있다(중소 발전회사 제외).

전력산업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發電)’과 발전한 전기를 가정과 공장 등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배전(配電)’을 양 축으로 한다. 한국의 6개 발전회사는 발전만 한다. 한국에서 배전은 6개 발전회사의 모기업인 한국전력이 맡고 있다. 반면 일본의 전력회사는 배전도 한다.

과거 한국에서는 한국전력이 발전도 하고 배전도 했다. 2001년 한국전력의 발전부문을 6개 회사로 쪼개 독립시키기 전까지, 한국전력은 발전과 배전을 모두 했다. 한국은 제주도 등 몇몇 섬을 제외하면 국토가 연결돼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이 전력산업을 독점했다.

일본은 혼슈(本州)로 불리는 본토와 홋카이도(北海道), 규슈(九州), 시코쿠(四國)의 큰 섬 4개를 중심으로 여타 섬이 보태져 구성된 나라다. 그런 까닭에 지방별로 특색이 강하다. 필자는 제1장 제1절의 에서 일본은 8개 지방으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섬이라는 특징과 강한 지방색 때문에 일본은 8개 지방에 발전과 배전을 모두 하는 과거의 한국전력이 하나씩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의 최남단 광역단체인 오키나와(沖繩)현은 류큐(琉球)제도에 있다. 오키나와현은 규슈 지방에 속한다. 그런데 규슈 섬에서 오키나와현이 있는 류큐제도까지는 너무 멀어 류큐제도에 ‘오키나와전력’이라는 또 하나의 전력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간사이 지방에 호쿠리쿠 전력이 추가돼 10개의 전력회사가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원자력발전을 하지 않는 것은 오키나와전력뿐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발전용량이 크기에 전력 소비가 많은 곳에 지어야 한다. 오키나와현은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 발달해 있지 않다. 총 인구도 140만 명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여러 섬에 흩어져 있어 원자력발전을 할 메리트가 적다.

원자력발전을 하는 9개 회사(호쿠리쿠 전력 포함) 외에 또 하나의 회사가 원자력발전을 한다. 제1장 제2절에서 도카이 제2발전소 운영 주체로 소개한‘일본원자력발전㈜’이다. 약칭 ‘일본원전’은 일본이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던 초창기, 일본의 전력회사들과 일본 정부가 투자해서 세운 발전 전문회사인 ‘전원(電源)개발㈜’이 공동으로 투자해 세운 원자력발전 전문 회사다.

일본원전은 원자력발전을 해도 괜찮은지 알아보기 위해 세운 ‘파이어니어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원전이 일본에서 최초로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나머지 9개 전력회사도 원자력발전소를 짓게 되었다. 일본원전은 원자력발전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세운 회사인지라 전기를 생산만 하고 판매하는 배전은 하지 않는다. 일본원전은 생산한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남의 영토에 원전을 지은 도쿄전력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을 하는 회사는 10개가 되었다(9개 전력회사+일본원자력발전). 일본의 전력회사는 자기 지방을 토대로 발전과 배전을 독점한다. 도호쿠 지방에서는 도호쿠전력이 독점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고, 도쿄가 중심인 간토(關東) 지방에서는 ‘도쿄전력’, 간사이(關西) 지역에서는 ‘간사이전력’이 전력산업을 독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발전회사들은 ‘자기 영토’를 갖고 있다.

를 근거로 한다면 도쿄전력은 간토 지방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도호쿠전력의 영토인 도호쿠 지방의 후쿠시마(福島)현에 제1, 제2발전소를 지어 운영하던 중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사고를 당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에 원전을 지어 운영한 것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확대한 측면이 있으므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1장 2절에서도 설명했지만, 원자력발전을 하려면 반드시 복수(復水)를 해야 하므로 원전은 바닷가에 지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입지 조건으로 단단한 지반이 필수다. 원전은 무겁고 예만한 시설이기에 개펄 같은 곳에는 절대로 지을 수가 없다. 그냥 단단한 지반이 아니라 활성 단층대 등이 없어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지반이 단단한 곳 가운데도 단층대가 있을 수 있으니, 원자력발전소 입지를 찾을 때는 반드시 과학적인 조사를 해봐야 한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도 피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 자연방사선의 수백~수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이미 사람들은 자연방사선을 쬐고 있는데, 거기에 0.0001~0.01%를 추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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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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