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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보고서를 작성하자

제2장 연이은 수소폭발 세계를 긴장시키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아차! 보고서를 작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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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요시다 소장은 1호기에서 수소가 폭발한 다음에 해수(海水) 주입을 결정했다. 이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수소폭발하기 전에 해수를 주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혼자 독배를 마셔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도쿄전력은 원자로를 못쓰게 되는 피해를 보지만, 사전에 해수를 주입했다면 원자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가 산지사방으로 방사성물질이 흩어지고, 원자로 등에서 새어나온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도쿄전력은 막대한 피해 배상을 해야 하는 2차 피해는 면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수소폭발한 1호기에 대한 해수 주입이 시작됐다. 그러나 위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가동을 하다 정지한 2호기와 3호기에서도 핵연료가 녹아내려 그곳에서도 수소폭발이 일어날 우려가 컸다.

3호기, 2호기에서 또 수소폭발

2·3호기는 1호기처럼 급격하게 위급상황으로 치닫진 않았다. 1호기는 지진 발생 하루 만에 폭발을 일으켰으나 3호기는 사흘째인 14일 오전 11시까지 버텨주었다. 도쿄전력은 3호기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13일 오후 1시 12분부터 원자로의 밸브를 열어 증기를 빼내고 소화펌프로 해수를 주입했다.

그러나 이미 물 밖으로 나온 핵연료는 다시 물에 잠기지 않았다. 녹아내린 3호기의 핵연료가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내려가며 구멍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이 구멍으로 어렵게 주입한 해수가 빠져나가버리니, 격납용기 바닥의 상당부분을 바닷물로 채움으로써 더 이상 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 핵연료를 다시 물속으로 넣을 수 있었다. 격납용기 바닥을 채울 정도로 많은 해수를 단시간에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친 행동은 아니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너무 늦은 결정은 해수 주입마저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14일 오전 7시 44분, 3호기에서 빼낸 증기 때문에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지자 도쿄전력은 격납용기의 밸브도 열어 증기를 빼냈다. 다시 한 번 후쿠시마 주변 대기로 방사능을 유출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3호기의 핵연료는 해수에 잠기지 않았다. “어” 하는 사이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14일 오전 11시 1분이 되자 큰 폭발음과 함께 3호기 격납용기 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지붕이 폭삭 무너졌다.

상황은 다시 다급해졌다. 2호기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1·3호기 상황을 그대로 밟고 있는 2호기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밸브를 열어 원자로 안의 압력을 낮추고 14일 오후 4시 34분부터 소방펌프를 이용해 바닷물을 주입했다.

그러나 물 밖으로 나온 핵연료는 역시 물에 잠기지 않았다. 녹아내린 2호기의 핵연료가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내려가며 똑같이 구멍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2호기는 3호기가 폭발한 다음 날인 15일 오전 6시 14분쯤 큰 폭음을 울리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벽과 지붕을 날려버렸다.

2호기에서는 수소가 격납용기 안에서 폭발한 듯, 격납용기의 뚜껑 부분이 날아갔다. 격납용기는 날아가던 전투기가 떨어져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짓는다는데 수소폭발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3호기와 2호기가 1호기의 전철을 밟고 있고, 1호기에서는 이미 수소폭발이 일어났는데, 도쿄전력이 3호기와 2호기에 대해서 해수 주입 결정을 신속히 하지 못한 것은 ‘미스터리’다. 추측건대 도쿄전력은 1호기는 포기해도 3호기, 2호기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해수를 주입하지 않고 사고를 막아보려 하다, 되지 않자 해수를 주입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결정이었기에 3호기와 2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아니면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동원할 수 있는 소방차와 소화전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수소폭발을 일으킨 1호기에서 또 폭발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장비를 1호기에 투입해야 했기에 3호기 2호기에 대한 대응이 늦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동력을 상실한 SBO 상황이 이러한 사태를 몰고 왔다. 비상발전기를 1층에만 놓았어도 이렇게 참담한 낭패는 피할 수 있었는데….

비상발전기는 상당히 크고 돌아가면 큰 진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장비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지하실에 설치한 것 같은데, 거대한 쓰나미를 예상하지 않은 것이 큰 위기를 불렀다. 누가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2호기가 수소폭발함으로써 동일본 대지진 직전에 정상가동되던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원전 3기는 모두 수소폭발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사고가 끝나지 않아다.

정지하고 있던 4호기에서도 수소폭발

2호기가 폭발한 15일 오전 9시 38분 4호기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역시 수소폭발에 의한 화재였다. 나중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4호기의 핵연료는 녹아내리지 않았다. 4호기 원자로는 구멍이 나지 않은 것이다. 4호기 원자로는 말짱했다.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는 물이 증발해 사용후핵연료 윗부분이 물 밖으로 나와 녹아내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4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난 것일까.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대지진이 나기 전 4호기는 핵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정지하고 있었다. 가동을 하다 자동정지한 1·2·3호기와 달리 4호기는 대지진 이전부터 핵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정지해 있었다. 그런데 수소폭발이 일어났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세계는 연속해서 수소폭발을 당하는 원전 최강국을 보며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원전은 이유 없이 수소폭발할 수도 있다….

핵연료 교체를 위해 정지하고 있던 원전에서는 수소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큰 오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원전은 1년에 한 번씩 3분의 1의 핵연료를 교체한다. 4호기가 핵연료 교체를 위해 정지해 있었던 것은 3년을 태운 핵연료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로 옮기고 새로운 핵연료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는 것을 ‘장전(裝塡)’이라고 한다.

4호기는 3년을 태운 핵연료를 꺼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로 보내고 새 연료는 미처 장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일본 대지진을 맞았다. 따라서 4호기 안에는 1년을 태운 핵연료와 2년을 태운 핵연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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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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