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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제3장 전원 복구로 사고 수습에 성공하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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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시 상황, 자위대를 출동시켜라

원자로에 발생하는 수소를 촉매로 태워 없애는 수소제거기. 한국은 이 시설을 모든 원전에 설치한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연이어 일어난 수소폭발은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나라를 긴장시켰다.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는 한국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한국은 수소폭발에 대해 일찍 대비했다.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08년 설계수명 30년을 맞아, 더 사용해도 되는지 검사를 받게 되었다. 고리 1호기는 이 검사를 통과해 2009년부터 10년간 계속운전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고리 1호기를 대상으로 이러한 검사를 하기 전 대한민국 정부는 고리 1호기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 수소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2007년 과학기술부는 2007-18이란 고시를 통해 ‘계속운전에 들어간 원전에서, 원자로 노심이 녹는 용융사고가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해 폭발하는 문제를 없애는 방안을 만들라’고 요구한 것이다.

수소 제거기 설치한 한국 원전

그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2009년 고리 원전 1호기에 설치한 것이 ‘무전원(無電源) 수소 제거기’다. 이 기기는 외부전원과 비상발전기 전원 등 모든 전원이 끊어졌을 때도 녹은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작동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촉매를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물로 만듦으로써 수소 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약간의 에너지를 가해 수소 분자 2개와 산소 분자 1개를 결합하면 물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를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2H₂+O₂=2H₂O(수증기)다. 무전원 수소 제거기는 에너지 없이 촉매로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켜 물로 바꿔주는 장치다. SBO 상황에서 발생한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켜 물을 만들어야 하니 촉매를 사용하게 되었다. 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물로 바꿔주는 것이라 과거에는 ‘피동 촉매형 재결합기(Passive Auto-catalytic Recombiner·PAR)’라 했다.

녹은 핵연료에서 발생한 수소는 격납용기 안에 존재하는 산소와 바로 섞인다. 이러한 대기가 무전원 수소 제거기 안으로 들어간다. 무전원 수소 제거기 안에는 백금이나 팔라듐이 코팅된 구멍이 매우 많은 ‘다공성(多孔性) 촉매체’가 있다. 수소와 산소가 섞인 대기는 이 촉매체(觸媒體)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결합돼 수증기(물)가 되는 것이다.

이 수증기는 녹은 핵연료에서 열을 받아 매우 뜨거운데, 뜨거운 기체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 수증기가 빠져 올라가는 무전원 수소 제거기의 윗부분에는 격납용기 바깥으로 나가는 관이 설치돼 있다. 생성된 수증기는 이 관을 통해 격납용기 바깥으로 나가 대기로 흩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격납용기 바깥은 격납용기 안보다 온도가 훨씬 낮으니, 관을 통해 격납용기 밖으로 나간 수증기의 상당량은 응축돼 물로 바뀌어 격납용기 외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물에는 방사성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원전 측은 이 물을 따로 모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방류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격납용기 안에 두 종류의 무전원 수소 제거기를 설치했다. 첫째는 ‘설계기준 사고용 제거기’이고 둘째는 ‘중대 사고용 제거기’다. 설계기준 사고용 제거기는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를 4% 이하로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정상가동되는 원자로의 격납용기 안에서 수소 농도가 4%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가 녹아 원자로 바닥을 녹이고 나와야 이 정도의 수소가 발생한다.

격납용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면 매우 위험하기에 원전을 설계할 때는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가 4% 이하가 되도록 한다. 이러한 설계 기준치에 맞추기 위해 여러 이유로 발생한 수소의 농도를 4% 이하로 낮춰주는 것이 ‘설계기준 사고용 제거기’다. 이 제거기는 원자로가 녹지 않았을 때부터 가동한다.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가 2%가 되면 자동으로 가동돼 수소 농도를 낮춘다.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가 10%가 되면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수소폭발을 일으킨다. 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원자로를 바닥을 녹이고 격납용기 바닥에 떨어졌을 때 수소 농도가 10%까지 치솟는다. 이는 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녹는 것이라 중대사고(重大事故)로 분류된다. 중대사고용 제거기는 원자로가 녹아 다량의 수소를 발생시킬 때 작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제거기도 수소 농도가 2%가 되면 바로 가동한다. 격납용기 안의 수소 농도가 2%에 이르면 설계기준 사고용 제거기와 중대사고용 제거기가 모두 가동하는 것이다. 설계기준용 제거기와 중대사고용 제거기는 이름만 나눠놓았을 뿐 하는 일은 똑같다.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은 두 종류의 제거기를 계속운전에 들어간 고리 1호기에 설치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나자 과학기술처의 후신인 교육과학기술부는 모든 원전에 이 제거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에 따라 계속운전에 들어가기 위해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는 월성 1호기에 먼저 설치하고, 이어 2013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에 설치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한국의 원전 안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나눠놓은 일본 전력체계의 맹점

1,2,3,4호기에서 수소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발전소 전경은 참혹했다. 일본의 과학자들은 일본이 원자폭탄 두 발을 맞고 패망한 것을 가슴 아파했다.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원자력에 관심을 기울였고 원자력 기술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은 아오모리(靑森)현의 롯카쇼무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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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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