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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원자력 경쟁은 이제부터다

제4장 그래도 원자력이다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한일 원자력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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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던 일본 원자력계는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일본 내에서도 반원전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원전을 계속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속출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로 일본 원전은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은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산 원전 수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국회에서는 일본 원전 수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베트남에 대한 일본의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국가 간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해, 베트남에 대한 원전 수출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11년 10월 31일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응웬떤중 베트남 총리와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2010년 10월 양국이 합의한 대로 베트남에 대한 일본 원전 수출을 계속 추진한다. 후쿠시마 사고를 철저히 분석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원전을 베트남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베트남 북부에서 생산되는 희토류를 공동으로 개발해 일본에 가져오는 협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중국 포위 위해 베트남에 원전 수출하는 일본

일본과 베트남은 2009년 자유무역협정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발효시킨 바 있다. 일본은 베트남에 항만과 도로 정비에 사용할 엔화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었다. 일본이 베트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엔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일본은 중국을 잠재적인 라이벌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일본은 센가쿠(尖閣) 열도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베트남은 스트래틀리 군도(南沙群島) 문제로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하고 있다. 적의 적은 친구다. 일본 총리는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양국 간 협조를 거론했다. 일본은 베트남 원전 수출 경쟁에서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한국을 제친 바 있다. 이러한 점은 일본이 중국 포위를 위해 원전을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은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은 터키에 대한 원전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터키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기에 한국은 터키 랠리를 포기했다. 반면 일본은 UAE 경쟁에서 한국에 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였다. 터키는 2010년 12월 일본은 새 원전 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을 지정했다.

2011년 11월 18일 일본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은 국제에너지기관(IEA)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터키의 이을드즈 에너지 장관을 만나 “일본 기술을 계속 평가하고 진전시켜 주셨으면 한다”는 말로 터키에 일본 원전을 도입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이을드즈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측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계속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는 원전 르네상스를 선점하려는 일본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일본의 원자력계가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것은 안이한 파단이다. 일본은 세계 시장으로 일본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잘 알고 있다.

UAE 원전 계약일을 원자력의 날로 정한 한국

한국만큼 일본을 벤치마킹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원자력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1956년 10월 26일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 헌장에 조인했다. 1963년 10월 26일엔 일본원자력연구소가 동력시험로 발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1964년부터 10월 26일을 ‘원자력의 날’로 제정해 원자력 공로자에 대한 표창을 하는 등 원자력 관련 행사를 치러왔다.

한국은 별도로 원자력의 날을 정하지 않고 있다가 1995년 과학기술처가 9월 10일을 ‘원자력 안전의 날’로 정하고, 그 날이 속한 주(週)는 ‘원자력안전주간’으로 해 원자력 안전에 관한 행사를 치렀다. 그러다 2009년 12월 27일 UAE에 원전 수출 계약을 한 것을 기려 지식경제부는 그날을 원자력의 날로 정하고 ‘원자력 안전의 날’과 합쳐 2010년 12월 27일 처음으로 기념식을 열었다.

그런데 2011년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가 일어나 원자력 안전이 중요해지자, 이날을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로 이름을 바꿔 경축하기 시작했다.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을 만들 정도로 의미 있는 사건이었던 UAE에 대한 원전 수출 사업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을까. 당시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 한국 컨소시엄은 아레바가 중심이 된 프랑스 컨소시엄, GE와 히타치가 중심인 미일 컨소시엄을 꺾어 세계적인 화제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UAE가 한국 컨소시엄을 선정한 이유였다. UAE는 한국 컨소시엄의 가격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건설해 운영해온 원전의 안전성 때문에 한국 원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핀란드와 더불어 원전 정지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핀란드는 4기의 원전을 가동하지만 한국은 21기를 가동한다. ‘가지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는데’ 한국은 많은 원전을 가동함에도 고장이나 사고로 원전을 세우는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UAE 원자력공사(ENEC)의 CEO인 모하메드 함마디(Mohamed Al Hammadi)는 “한국전력이 보여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UAE 원전사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입증된 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한, 30년간 성공적인 원전 운영을 통해 얻은 지식을 UAE에 전수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추가로 밝힌 바 있다.

UAE 원전사업은 140만 kW급 신형경수로 APR-1400 4기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설계와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돼 상업운전을 할 때 핵연료와 부품 등을 제공하고 운영도 책임지는 턴키 중에서도 엄청난 턴키 사업이다. 이 공사는 동아건설이 리비아에서 수주한 대수로 2단계 공사금액 63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수출이다.

UAE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국가를 운영해나가는 데 필요한 테크니션이 부족한 나라다. 따라서 원전을 지어도 가동할 인재가 부족해 모든 것을 한국에 발주했다. 한국컨소시엄은 4기의 원전을 설계 건설하고 핵연료를 공급해 시운전까지 해주는 데 200억 달러, 시운전을 거쳐 60년간 상업운전을 하며 부품과 기기 교체, 핵연료 공급 등 운영을 하는 데 200억 달러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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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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