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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존의 원칙 부정하는 ‘뺄셈의 정치’ 벗어나라

  • 글: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pjyoon@hanshin.ac.kr

공존의 원칙 부정하는 ‘뺄셈의 정치’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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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실현과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대화와 경쟁, 공존의 원칙을 내팽개친 결과는 무엇인가.
  • 수구와 진보의 막무가내식 힘겨루기 사이에서 한국정치는 폐허가 됐고, 사회는 갈갈이 찢겨졌다.
공존의 원칙 부정하는 ‘뺄셈의 정치’ 벗어나라

3·1절 기념행사도 이념따라 따로따로. ‘한·미공조’를 주장한 보수단체의 시청앞 행사(위). ‘이라크전 반대와 SOFA개정’을 앞세운 진보진영의 탑골공원 행사.

한바탕 정치활극이 벌어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사건이다. 이로써 한국 정치는 총체적 불확실성의 상태로 진입했다. 군사독재 청산 이후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던 한국 민주주의의 행로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널뛰듯 어지러운 사회에서 예측 가능한 사회로의 진전’이라는 민초들의 소박한 꿈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대낮 국회의사당에서 자행된 멱살잡이 난투극은 국회 바깥에서 무한정쟁의 형태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은 사생결단 식의 정치 싸움을 강도 높게 증폭시키는 촉매 노릇을 할 것이고, 보혁 사회세력간의 대립도 임계점 수준으로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민생고는 갈수록 깊어지고 사회 현안들은 표류하며 한반도 위기관리 조차도 실종될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 희망하는 것처럼 헌법재판소가 총선 전에라도 신속하게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심판을 내리면 사태가 진정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헌재의 결정은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시발점이 될 개연성이 높다.

결국 한국 사회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천하대란적 상황으로 진입하고 만 것이다. 탄핵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여야 의원간 몸싸움에 밀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흔들리던 국회의장석 뒤 태극기와, 통곡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던 열린우리당 한 의원의 모습은 한국의 이런 암울한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그림이다.

【시대정신 외면한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여진 것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장고(長考) 끝에 최대의 악수(惡手)를 둔 격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림으로써 일거에 정치판을 뒤집고자 했던 거야(巨野)의 무리한 시도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살아 있는 생물처럼 요동치는 한국 정치현실에서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겠지만 이런 여론의 흐름은 총선에서 야당에 불리하게 현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라 걱정보다 자신들의 권력 헤게모니 유지를 앞세웠던 파당적 책략가들에게 가해지는 역사의 응보일 수도 있다. 정략적 이유로 탄핵을 밀어붙인 야당이 한국 민주주의에 져야 할 책임은 참으로 엄중하다. 그들은 눈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그 책임의 일부분을 심판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은 그 정치놀음의 피해와 흙탕물을 국민들이 송두리째 뒤집어써야 한다는 현실에 있다.

국민의 고통이라는 시각에서 보자면 노무현 대통령이 역사 앞에 져야 할 책임이 야당보다 덜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돌이켜보자면 난산 끝에 태어난 참여정부의 출범 자체가 도도한 시대정신의 소산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결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체 상태에서 멈칫거리고 있던 ‘민주화 이후 시대의 민주주의’의 과업을 반석 위에 놓으라는 것이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이었다. 동시에 이런 과업을 안정 속의 개혁을 통해 민의를 모아 추진하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노무현 정부의 성적표는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사상 최저치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도가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출범 이후 끝없이 이어진 ‘수구야당과 수구언론’의 발목잡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포부를 펼칠 수조차 없었다는 대통령의 항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사회를 장악한 기득권 세력의 바다 위에 떠다니는 돛단배에다가 스스로의 고단한 위치를 비교한 노대통령의 읍소가 처절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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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 pjyoon@han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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