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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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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辛卯年), 토끼띠의 해다. 어느 점술가에 따르면 신묘년은 토끼가 이빨을 드러내는 운세라고 한다. 신금(辛金)과 묘목(卯木)이라는 금기(金氣)와 목기(木氣)가 상전(相戰)하는 형세라는 얘기다. 나라의 운세를 점술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으나 그럴듯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박에 못이긴 굴욕적 평화는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의 연평도 포격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나쁜 행동’이다. ‘나쁜 행동’에 보상이 따를 수는 없다. 벌주고 응징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우리 군에게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할 것”을 지시한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자면 교전규칙을 기존 ‘비례성의 원칙’에서 ‘충분성의 원칙’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 북이 포를 쏘면 포로 대응하는 식의 소극적 대응으로는 북의 도발을 응징하기 어렵다. 그러니 해군과 공군을 동원해 도발의 원점(原點)을 ‘충분히’ 타격해 북이 다시 도발할 수 없도록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이 또한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맞다고 해서 현실에도 맞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닌텐도 게임’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대응의 전제는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가 되어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 북의 도발을 응징하자는 것과 전면전을 무릅쓰고서라도 도발을 응징하자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점에서 나는 연평도 사태 직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 지시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발언(청와대 측은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가 잘못이라는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 그 시점에 대통령의 그런 발언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확전(擴戰)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까지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단호한 대응’이다. 연평도 사태를 복기해보면 단호한 대응에 실패한 것은 분명하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서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북한의) 서해 5도 공격계획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해안포 부대 사격준비를 하라’는 당시 감청내용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틀 전인 11월21일 북한군이 122㎜ 방사포 1개 대대를 황해도 강령군의 개머리 포진지에 이동배치하고 사격준비를 진행한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사전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평도에 배치한 자주포 6문 중 2문은 피격돼 고장이 났고, 1문은 훈련 중 고장이 난 상태여서 고작 3문만 작동했다고 한다. 레이더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북한군은 170발을 쏘았는데 우리 군은 80발밖에 쏘지 못했고, 그중에서도 45발만 탄착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소리다. 풍향 등의 영향으로 탄착점 오차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한 발도 명중하지 못했다면 궁색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

결국 ‘비례성의 원칙’에 비추어서도 북의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하물며 연평도는 2009년 11월에 3차 교전이 있었고, 8개월 전인 3월에는 천안함이 폭침된 서해 지역의 섬이 아닌가. 바로 그 서해에서 북의 도발에 속수무책이었다면 이 정부와 군이 그동안 외쳐왔던 결연한 안보의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햇볕정책으로 군의 정신자세가 해이해졌다는 것은 우스운 소리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다. 이 정부는 햇볕정책이 북한의 ‘나쁜 행동’에 끌려 다니며 ‘굴욕적 평화’ 유지에 급급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관계를 냉각된 채로 내버려둘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냉각된 채로 내버려둠’이 북한 정권의 압박에 양보하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으로 상대의 변화(굴복)를 유도하는 것이었다면, 그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이은 연평도 사태는 이 정부와 군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며, “군에 만연해 있는 행정주의, 관료적 풍토,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군의 작전기강과 전투의지를 고양해 야전성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위권에 대해 “적의 도발을 응징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교전규칙의 필요성 비례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다시 할 경우 북쪽 지역을 항공기로 폭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측도 한국군의 자위권 행사에 동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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