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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2>|별지기들

나만의 별 찾아 헤매는 밤하늘의 사냥꾼

  • 박승철 천체사진가

나만의 별 찾아 헤매는 밤하늘의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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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카메라 렌즈 배터리 공구 등 집안 곳곳에 펼쳐진 장비를 챙기고, 컴퓨터로 관찰할 별자리 부분을 출력하면서 여러 시간을 보낸다. 나이가 든 탓인지 아무리 챙겨도 현장에 도착해보면 열 번이면 두서너 번은 꼭 잊어버리고 온 게 있다. 날씨는 무지 좋은데 그냥 멍청히 하늘만 보다 되돌아올 때는 정말 자신이 밉고 사는 게 허무해지지만 어찌하랴. 지난해 9월 뉴질랜드로 사진관측을 갔다가 망원경을 고정하는 볼트를 빠뜨리고 온 것을 알고 무척 당황한 적도 있었다. 수소문 끝에 현지에 사는 일본인 아마추어에게서 빌려 겨우 일할 수 있었다.

마니아들의 목표는 보통 두 가지로 정해져 있다. 그중 하나는 멋진 장비로 아름다운 천체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보통은 우선순위를 놓고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사진촬영에 먼저 매달리게 되는데, 인터넷에는 자신이 촬영한 멋진 사진을 자랑하는 홈페이지가 상당히 많다. 아름다운 것들은 항상 상당한 고생의 결과물인 것처럼 이것들도 매서운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얻어낸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 투명하고 맑은 날이 많은데다 사진을 촬영하는 작업이 주로 산정의 노지에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을 피울 수도 없다. 불빛이 가장 큰 적인데다 주위 공기가 데워지면 망원경 앞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현상이 생겨 선명한 별상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천체 사진이라고 해서 뭐 카메라가 특수하다거나 필름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필름의 경우는 슬라이드용인 코닥 E100S를 애용하는데 이것은 천체사진에 가장 중요한 대상들이 Hα선이 내는 붉은색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룻밤 작업에는 4대의 중형 카메라로 20∼30컷의 사진을 찍지만, 이중 너더댓 컷만 파일 속에 정리되고 나머지는 가위로 잘려 곧바로 휴지통으로 버려진다.

소수의 열정적인 관측자의 소망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혜성을 찾는 일이 관측자를 가장 크게 유혹한다. 핼리 혜성이나 헤일-밥 혜성처럼 혜성 이름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우주 속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천체가 영원히 존재한다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광을 얻은 천문학자는 없다. 신혜성은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끈기 있게 하늘을 수색하는 사람들에게만 발견된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딥 임팩트’를 보면 어린 소년이 작은 망원경으로 지구로 접근하는 혜성을 발견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가 그런 일을 해낼 수는 없다. 지금 혜성과 소행성을 찾는 일에는 좋은 망원경을 갖춘 천문대의 뛰어난 관측자들과 컴퓨터가 동원되고 있다. 초보자가 우연히 발견할 가능성은 이미 100년 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혜성은 새벽 동쪽 하늘에서 지구와 가까워지며 밝아지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의 혜성 찾기 작업도 주로 해뜨기 두 시간 전부터 해 뜰 때까지 동쪽 지평선 위에서 이루어진다.

밤하늘 지키기 운동



눈으로 하는 경우는 햐쿠타케 혜성으로 유명해진 일본의 햐쿠타케처럼 주로 구경이 150mm인 대형 쌍안경을 이용하여 하늘을 관찰하며 이루어진다. 사진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400mm급의 망원렌즈에 중형 카메라를 결합해 ISO400 정도인 흑백 필름을 사용하여 5∼6분 노출시키면서, 두 시간 동안 20여 곳을 촬영한다. 그리고 현상된 필름을 이전에 촬영된 필름과 비교하여 신혜성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농부나 집배원 등 시골에 사는 천문 마니아들이 세계적으로 큰 업적을 이루어내고 있다.

올해 천문 마니아들의 가슴을 들뜨게 하는 2가지 천문 현상이 있다. 개기 월식과 육안 혜성의 등장이다. 태양에 의해서 생긴 지구 그림자 속에 달이 통과하면서 달 표면이 어둡게 가려지는 현상이 월식이다. 오는 7월16일 밤 10시에 개기 월식이 일어나 전국에서 볼 수 있는데, 이번 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의 중앙을 통과하며 1시간47분 동안 계속되는 최상의 조건이다. 또 지난해 9월27일 발견된 리니어 혜성도 7월20일 전후 저녁 서쪽하늘 사자자리에서 맨눈에 보일 만큼 밝아지고 6월 말부터는 쌍안경으로 관찰이 가능할 듯해 기대가 크다.

천체관측자들이 처음부터 깊은 산 속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산과 일영, 마석 등 서울 근교로 망원경을 가지고 나다녔다. 아직 밤하늘이 그렇게 오염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30대 중반이 지난 성인들은 어린 시절 시골의 밤하늘에 반짝이던,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플라네타륨을 기억할 것이다. 석양이 깔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마당이나 대청마루에 앉아 까만 하늘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아가씨처럼 작은 감동을 느끼며 별자리의 전설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밤하늘엔 별들이 없다. 공해로 찌든 대기와 거리를 비추는 수많은 네온사인과 가로등, 유흥업소의 강력한 서치 라이트들이 만들어내는 광해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별은 거의 볼 수 없다. 시골에서조차 은하수를 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소음과 수질·대기오염 등 다른 환경 문제와 비교해 야간의 빛공해를 규제하는 법규는 없다. 이제 별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꽤 비싼 비용을 치르고 야외 캠프에 참가하거나 높은 산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들처럼 인적 없는 산 속으로 숨어버린 별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 유흥업소의 네온 사인에 점령당한 밤하늘을 위해 일본이나 미국처럼 ‘밤하늘 지키기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보자들에게-천문 관측 활동을 시작하려면

내가 만일 천체 관찰을 처음 배우는 초보자라면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제일 먼저 과학 잡지나 별자리 안내서, 인터넷의 천문 동호회 등에서 기초지식을 얻는다. 다음,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야외 관측회에 참여해 망원경으로 실제 밤하늘 관찰을 익힌다. 장비는 먼저 7×50(렌즈 구경 50mm, 7배 배율을 의미) 정도의 쌍안경을 구하고 주변 환경과 사용목적에 따라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미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초보용이 따로 있지 않다. 조악한 탁상용 망원경들은 당신과 자녀들을 실망시키고 흥미를 잃게 할 뿐 아니라 눈도 크게 해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기본 성능이 확실한 제품을 구해야 한다. 값비싼 신품보다 동호회 등의 중고 장터를 통해 성능이 좋고 싸게 나온 중고품을 구하는 것도 괜찮다.

망원경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망원경 자체보다 망원경이 설치되는 가대, 특히 적도의 가대다. 적도의는 몸체에 모터가 달린 가대로 천체 사진 촬영뿐 아니라 달과 행성을 높은 배율로 확대해서 자세히 관찰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적도의 가대가 아니면 진지한 천체 관찰 활동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망원경의 경우, 행성이나 심우주 관찰을 다 할 수 있는 만능 망원경은 없다. 도시 주변이나 도심 주택가에서는 주변의 빛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달과 행성들이 주요 관찰 대상이다. 이 경우 초심자들은 구경 75∼100mm의 굴절 망원경이 가장 쓰기 편하다. 굴절 망원경은 대체로 기본 성능이 우수하고 조작성과 유지 관리도 매우 쉽다. 게다가 망원경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때 중고 판매나 교환이 쉽고, 보조 망원경으로 활용하는 데도 좋다.

태양계 밖의 먼 은하와 성운을 보려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불빛이 없고 공기가 깨끗한 산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는 덩치가 큰 구경 200mm 이상의 반사 망원경을 사야 하고 지프와 같은 차량이 필요하다.

결국 본인의 경제적·시간적 여유와 주거 지역의 환경 등을 고려해 자신의 천문활동 범위에 맞는 적도의형 가대와 망원경을 정해야 한다. 대개 나는 초심자에게 구경 100mm 렌즈를 가진 적도의식 굴절망원경을 추천한다.


신동아 200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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