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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연구|21세기형 운영체제

MS왕국에 도전하는 리눅스의 위력

  • 김상현 infosense@netsgo.com

MS왕국에 도전하는 리눅스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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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형 운영체제MS왕국에 도전하는 리눅스의 위력 9년 전, 21세의 헬싱키대학생 리누스 코발즈가 ‘재미삼아’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 인터넷을 통한 소스코드 공개로, 이제 리눅스는 윈도의 독점적 횡포에 맞서는 정보공개운동의 메시아로 떠올랐다. 과연 리눅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왕국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 유죄’(Microsoft Guilty). 4월2일 실리콘밸리 지역의 최고 권위지인 ‘샌 호세 머큐리 뉴스’는 1면 톱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4월1일 미국 연방지법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측은 이 ‘유죄’ 판결이 차라리 만우절의 농담이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법무부 간의 최종 협상이 결렬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황제는 죽었다?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로 대표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조직적으로’(Systematically)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 em)는 컴퓨터를 켰을 때 가장 먼저 실행되는 일종의 플랫폼, 혹은 마당 같은 것이다. 워드프로세서, 웹브라우저 등 모든 응용프로그램은 그 위에서 돌아간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응용프로그램이라도 특정 운영체제가 요구하는 표준 규약에 따르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압도적 시장 장악력을 가진 윈도 응용프로그램을 이용,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특정 경쟁사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압력을 가해온 셈이다.

판결을 보고 쾌재를 부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오라클 같은 반(反)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이었다. 스코트 맥닐리(선 회장), 래리 엘리슨(오라클 회장) 등은 오랫동안 골수 반마이크로소프트주의자로 꼽혀왔다. 시장 분석가들도 이들의 ‘네트워크 컴퓨팅’ 개념이나 ASP(초고속네트워크를 이용,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빌려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아이디어가 이번 판결에 힘입어 시장을 적잖이 잠식하리라는 데 동의한다. 스리콤사의 팜톱(휴대용 디지털 단말기), 애플의 매킨토시 등 비(非)윈도 계열의 운영체제를 쓰는 기업들도 만만찮은 이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도 리눅스(Linux) 진영이 누릴 반사이익에 견주기는 어렵다. 분석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리눅스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주류(主流)에 진입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 맞서는 ‘잠재적’ 대항세력, 혹은 다크호스의 지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리라는 것이다.

이제 리눅스라는 말은 인터넷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친숙해졌다. 컴퓨터 사용에 그리 익숙지 않은 사람들조차 리눅스라는 단어에 친근감을 느낄 정도다. 대체 리눅스가 뭘까? 시장분석가나 전문가, 뭇 언론의 장밋빛 전망처럼, 곧 윈도 운영체제를 밀어내고 새로운 ‘스타’로 부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는 아직 불확실하다. CD롬을 넣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에 따라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손쉽게 설치하던 윈도 운영체제나 다른 응용 프로그램들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설치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어렵사리 설치했다고 해도 그 환경에서 쓸 만한 응용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또 하나. ‘로마는 결코 하루 아침에 건설되지 않았다’라는 격언을 잊지 말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는, 그를 둘러싼 온갖 험담과 불평,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최강자다. 용산 전자상가의 게임용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윈도용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1세 대학생이 ‘재미삼아’ 만들다

그렇다고 리눅스의 발흥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리눅스는 분명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리눅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 몇몇 리눅스 관련업체들이 가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다.

“9년 전, 나는 아무런 비전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이지 우연에 불과했다.”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30)는 한 컴퓨터 잡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컴퓨터학과 학생이던 리누스는 1991년, ‘우연히’, 그것도 ‘재미삼아’ 새로운 컴퓨터 운영체제(OS)를 만들었다. 그때까지 써오던 유닉스(UNIX) 계열의 한 운영체제를 그의 취향에 맞게 이리저리 주물러본 것이다. 이전 것이 지루하고 따분해서, 순전히 개인 용도로 쓸 심산으로 시작한 작업이었다.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한 최고라고 자신하던 그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토발즈는 미닉스(Minix) 운영체제로 리눅스(자신의 이름에다 미닉스를 조합한 것) 코드를 작성하고, 이를 ‘comp.os.m inix’라는 인터넷 뉴스그룹에 올렸다. 그와 함께, 이 새로운 운영체제의 개발에 동참할 사람을 구한다는 메시지도 올렸다. 뉴스그룹은 인터넷으로 확장된 일종의 전자게시판(BBS)이다. 따라서 여느 한정적인 전자게시판과 달리 그 독자와 필자의 범위는 전세계로 확장된다.

전세계의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그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도 그런 위력의 일단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4년, 리눅스 1.0이 나왔고, 10년도 채 안된 지금은 140종 이상의 서로 다른 리눅스 버전으로 진화·발전했다.

리눅스가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된 데는 여러 가지 ‘행운’과 우연이 작용했다. 그중 결정적인 것은 소프트웨어업계의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과민반응이었다. 한 해커에 의해 만성절(萬聖節) 전야인 10월31일 전격 공개됨으로써 ‘핼러윈(Halloween) 문서’라는 이름을 얻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기밀문서는 리눅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 그에 대한 적극 대처와 고사(枯死) 작전을 주문하고 있다.

사내 이메일을 통해 배포된 이 문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개소스 프로젝트(Open Source Project)’와 리눅스가 급속도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종래의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규약을 더욱 개선·보완해 리눅스 등 대안 운영체제들에 대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 공개소스 프로젝트와는 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규약을 표준이 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이들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공개소스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특정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의 원천적인 프로그래밍 코드를 100% 공개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정 및 변형, 피드백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는 새로운 시도다.

리눅스 성공의 비밀

이 문서가 공개되면서 리눅스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으로, 그에 반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반드시 쳐부수지 않으면 안 되는 ‘악의 제국’으로 더욱 선연하게 구별됐다.

인텔, IBM, 오라클, 코렐 등 내로라하는 컴퓨터 관련 대기업들이 잇따라 지원을 표명한 것도 리눅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인텔은 여러 벤처자본가들과 함께, 1994년부터 리눅스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만들어 팔아온 ‘레드햇(Redhat) 소프트웨어’에 투자했다. 그 덕택에 레드햇은 업계의 깜짝 스타로 급부상했다.

IBM 오라클 인포믹스 시그너스 컴퓨터어소시에이츠 코렐 등 주요 컴퓨터 회사도 리눅스용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발표, 리눅스에 힘을 실어주었다.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판매로 일약 PC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델(Dell)사는 리눅스를 운영체제로 쓴 제품을 함께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윈도에 밀려 자사의 운영체제인 OS/2를 포기해야 했던 IBM은 올해 1월10일 리눅스를 IBM 제품의 기본 운영체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리눅스를 ‘21세기형 운영체제’, 혹은 ‘윈도를 대체할 가장 강력한 운영체제’로 꼽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리눅스 운영체제의 모든 핵심 코드가 철저히 ‘공개’돼 있다는 사실이다. 100여만 개의 명령어로 구성된 리눅스 코드는, 그 문법을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변형·수정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무려 3000여만 줄의 소스코드로 구성된 윈도 운영체제는, 잘 알려져 있듯 ‘비공개형’이다.

1991년 리눅스가 핀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 만족의 폐쇄회로에 갇힌 조잡한 프로그램이었을 뿐이다. 그러한 사실은 리누스의 회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눅스 프로그램을 짤 때 나는 스물한 살이었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나는 내가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했다. 스물한 살짜리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갖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짜기 어렵다고 해도, 기껏해야 운영체제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프로그램을 인터넷의 뉴스그룹에 공개한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스스로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로 자처하는 해커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 프로그램의 소스까지 낱낱이 공개된 그의 운영체제를 받아 열정에 가득 찬 세계 각국의 일급 프로그래머들이 이리 깁고 저리 고쳤다. 인터넷을 통해 작업에 참여한 사람이 5명에서 25명으로, 100명으로, 나중에는 수천 명으로 불었다. “나는 네티즌들의 온갖 다양한 기호와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랐고, 또 그것을 즐겼다. 리눅스 개발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미에서 시작한 일이었으므로, 그들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거나 고집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결국 인터넷이 리눅스를 키운 것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리눅스 이용자는 1500만~200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도 해마다 급속히 느는 추세다. 세계의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리눅스를 쓰고 있다. 독일에서는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제 중 리눅스가 제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를 통틀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솔라리스에 이어 2위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다른 경쟁사의 중대형 서버(몇 대, 혹은 수십 대가 연결된 PC들에 컴퓨터 프로그램과 정보를 제공하는 고성능 컴퓨터)들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면서도 값은 상대적으로 싼 솔라리스 제품군을 통해 그 위세를 떨쳐왔으나 리눅스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최근 솔라리스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그러한 부담의 일단으로 보인다. 한편 스티브 잡스의 경영 수완에 힘입어 급속히 회생하고 있는 애플사도 차세대 운영체제인 ‘맥OS X 서버’를 오픈소스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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