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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은 인터넷으로, 약은 집에서 받으세요”

맞춤의료서비스 벤처 뜬다

  • 손정훈·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서 존·의사·(주)네오케어 이사

“진단은 인터넷으로, 약은 집에서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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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서비스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한 인식과 확신이 부족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에 이용되는 기술이 잘 고안된 임상시험에 의해 명확한 원인-결과관계가 확립돼 있지 않아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에 의사가 개입할 경우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예컨대 흡연이나 알코올 문제에 있어서는 개입이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체중조절, 식습관 교정, 스트레스, 정서적 문제 등에 있어서는 아직 확실치 않다는 것.

셋째로 국민들의 인식 문제를 들 수 있다. 건강증진의학 서비스가 자리 잡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이 이 서비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변화다. 많은 사람이 건강에 대해 막연하게 걱정하며 갖가지 검사와 보약, 건강식품을 선호한다. 한국이 세계 최대의 녹용 소비국이라는 얘기도 있고, 건강식품 구입비용이 총 의료비를 상회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건강증진의학의 잠재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렇듯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 과학적인 건강증진의학 서비스로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을 쓰면서도 이처럼 비과학적인 수단에 의존하는 것은 의료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의료인들은 권위적이고 경직된 집단으로 비치는 게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의사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불친절하게 내뱉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의학에 접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며,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 일로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나 의사를 찾아가며, 이는 의사가 환자의 평소 행동특성과 생활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어렵게 만든다. 각 개인을 대상으로 한 완벽한 건강증진 서비스가 실현되려면 의사가 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의사는 이 정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맞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질병이 발생한 뒤에도 개인별 특성에 기반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맞춤 큐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소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노력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며, 이것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1차 의료기관에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료인과 정부, 국민 모두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건강증진의학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기만 하면 흔들리는 ‘동네의원’에 새로운 시장과 수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강증진 관련사업들을 1차 의료기관 중심의 네트워크로 구축해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 팀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의학과 인터넷의 결합

인터넷은 건강증진 서비스를 가로막는 문제들을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의료 서비스와 정보통신의 결합으로 지금껏 의사를 만나는 것에 대해 시간적,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은 의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건강증진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인터넷은 일반인도 다양한 의료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의료행위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하는 적극적인 의료 소비자로 변해가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엑스트라넷 등의 네트워크와 인터넷 인프라 같은 정보통신 분야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개인 유저들의 생활방식과 습관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 분석, 관리하게 해줄 뿐 아니라 그런 정보를 본인과 의료인이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해준다.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의 현재 건강상태에 가장 적합한 에듀테인먼트(education + entertainment)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에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온라인을 통해 의사에게 전송된다.

인터넷과 의료 서비스가 완벽하게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낳게 되면 어떤 일이 가능해질까? 먼저 치료 차원의 예를 들어보자. 의사는 환자에게 “평소에 육류를 얼마나 많이 드십니까?”라든가 “운동은 얼마나 자주 하시죠?” 같은 판에 박힌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 수십년 동안 축적된 환자의 식생활이나 운동패턴이 이미 잘 분석된 형태로 의사의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처방은 개인의 요구나 특성을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반영해 이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까지 가서 약을 조제받는 불편함도 없어진다. 의사의 처방은 그 자리에서 약국으로 전송되고, 약사가 조제한 약은 환자가 집이나 직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자상거래망을 통해 배달돼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기 위해서는 병원, 의사, 제약업체, 약품 도매업체, 약국 등의 통합 의료 시스템이 사이버 상에 구축되고, 이것이 다시 물류나 택배사 같은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연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벤처업체들이 이런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인터넷의 효과는 치료의학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아직 특별한 병은 없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지금까지는 “운동을 많이 하고 정상체중을 유지하세요”라는 의사의 조언 만으로 끝났다. 의사도 별 기대없이 던지는 말이고, 환자도 건성으로 듣다 보니 병원을 나서면 그만이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이 주변의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환자가 진료실을 나가기도 전에 환자가 원하는 헬스클럽에서 편리한 시간에 운동할 수 있도록 등록이 끝나 있다. 헬스클럽에선 환자가 도착하기 전에 의사의 처방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해야 하는 운동의 종류와 강도, 시간과 빈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그후 헬스클럽은 환자가 실제로 운동한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의사에게 전달해 다음 진찰 때 의사와 환자가 운동의 효과를 봐가며 상담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데이터가 상당 기간 축적되면 국가 차원의 의학연구 수준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구축된 엄청난 양의 의료 데이터베이스가 대학병원이나 주요 연구기관 등에 제공될 경우 의료기술의 발전은 물론,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같은 생명공학 연구에 살아 숨쉬는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국민건강증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동아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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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훈·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서 존·의사·(주)네오케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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