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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비만

남자의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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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iet, or die!”

살고 싶으면 뱃살부터 빼라

다이어트 전문업소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이다. 다이어트식품 광고도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다. 한국 남성들은 비만과 무관한 사람들일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비만에 대한 인식이 낮아 남성비만의 심각성이 은폐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당장 ‘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김영신·자유기고가

회사원 C씨(39)는 요즘 본격적으로 ‘뱃살과의 전쟁’을 시작해볼까 생각중이다. 키가 182cm인 그를 주변 사람들은 ‘0.1톤의 사나이’로 부른다. 청소년기까지만 해도 ‘통통한 편’이었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부쩍부쩍 몸무게가 늘더니 30대에 들어선 허리 주변에 두툼한 ‘배둘레햄’이 자리를 잡았다. 몇번인가 식사량을 줄여 ‘바지 허리가 넉넉해진 느낌’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뿐, 회식 몇 번 갔다 하면 체중계 바늘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일이 많은데다, 술 많이 마시고, 단 음식 좋아하고, 운동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거든요. 어쩌면 당연한 결과죠.”

낙천적인 성격의 그이지만, 기성복 판매점에서 도대체 맞는 치수가 없을 때면 속이 상한다. 지난 여름도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 덕분에 그럭저럭 넘겼지만, 평소 비오듯 땀을 흘리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아담한 비만’ 많아

비만이 ‘풍요의 상징’이던 때는 오래 전에 지나갔다. ‘뱃살은 인격’이란 말도 썰렁한 농담이 됐다. 비만은 완치가 어려운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비만인구는 91년 12%에서 98년 17.9%로 크게 증가했으며, 매년 30여 만 명이 심혈관 질환 등 비만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

물론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격도 다르고 식사나 생활패턴에도 차이가 많다. 하지만 비만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역학조사가 취약한 우리나라에는 전국민을 상대로 비만도를 측정한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다. 다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인의 보건의식 행태를 보면, 과다체중률이 10대는 5.4%, 20대 8%, 30대 15%, 40대 21.1%, 50대 19.6%로 30∼50대의 장년층으로 갈수록 비만한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국내 의학계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환자가 전체 성인의 25%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서양의 경우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보는데, 이 기준에 따른다면 한국의 비만 환자는 전체 성인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만환자들은 겉보기엔 ‘아담한 체격’이라도 복부비만이어서 합병증과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례가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아시아인의 비만 정도는 서구에 비해 심하지 않지만 비만으로 인한 질병발생률은 높은 편이다’고 보고하고 있다.

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 박혜순 교수는 “비만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두드러진 현상은 청소년 비만과 함께 30대에 체중이 90∼100kg에 달하는 극도 비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도 과거에는 40∼50대에 많았는데 요즘은 30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들의 경우 살찌는 원인으로는 단연 ‘술과 기름진 안주’가 꼽힌다. 우리나라 직장문화의 독특한 현상인 ‘회식’이 비만과의 전쟁에선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소주 2홉들이 한 병의 열량은 500kcal 정도다. 한국인의 한 끼 권장 열량이 약 800kcal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주 몇잔에 한 끼 열량이 간단히 채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삼겹살이나 기름기 많은 중국요리를 안주 삼아 마신다면 열량은 단숨에 배가된다. 더구나 알코올은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성질이 있어 과다 섭취한 지방이 오갈 데 없이 몸 안에 남고 만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부족도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로 꼽힌다. 특히 요즘 늘어난 벤처기업 종사자들의 경우 컴퓨터 앞에 앉아 날밤을 새워 일하고 끼니도 배달시켜 먹으면서 하루종일 운동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붙박이 생활이 보통이다.

“오전 10시쯤 출근해 설탕과 크림을 넣은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12시까지 마우스를 클릭하고 자판을 두들긴다. 점심은 더러 회사근처 식당에 가기도 하지만, 시간도 아깝고 귀찮기도 해서 같은 팀 사람들과 함께 피자나 중국요리, 도시락 등을 번갈아 배달시켜 먹곤 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짬짬이 콜라 같은 청량음료와 과자로 간식을 먹는다. 그렇게 일하고 나면 저녁 때가 돼도 별로 입맛이 없다. 그렇다고 식사를 거를 수도 없다. 사이트를 오픈한 지 얼마 안돼 계속 야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과 다른 메뉴로 또 한끼를 대충 때운다. 일이 밤늦게까지 계속될 때는 라면이나 떡볶이, 만두로 야식을 한다. 이런 탓인지 요즘 들어 부쩍 배가 나와 고민이다.”

올초 벤처기업에 다니면서부터 체중이 5kg나 늘었다는 컨텐츠 기획자 이모(31)씨의 얘기다.

은폐된 남성비만

남성들은 미혼시절 하숙이나 자취를 하느라 부실했던 식생활이 결혼한 뒤 개선되는 경우가 많아 살이 찌기도 한다. 더구나 TV 앞에 앉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물 한잔, 과일 한쪽까지 아내 손을 빌려 갖다 먹는 습관을 들이면서 운동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흡연자가 설 자리를 잃는 사회 분위기 탓에 금연을 선언했다가 체중이 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담배 1개비를 피우면 보통 9kcal의 열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하루 한 갑을 피우다 끊은 사람이라면 180kcal의 열량이 고스란히 쌓이는 셈.

각종 다이어트 업소의 성수기는 휴가기간이 시작되기 전인 초여름으로 알려져 있다.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뚱뚱한 몸매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투어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비만과 별 상관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비만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성인 환자는 방학 동안 아이들과 뒹굴며 함께 간식을 챙겨먹거나 혹은 휴가기간 실컷 먹고 즐긴 뒤처럼 여름이 지난 다음에도 적지 않다. 특히 ‘천고마비의 계절’로 식욕이 돋는 가을은 비만 환자나 치료하는 사람 모두에게 ‘공포의 계절’로 여겨지곤 한다.

‘2주 동안 10kg 책임감량’ ‘부작용 없는 성공 다이어트’…. 서울 강남거리를 지나다보면 다이어트 전문업소들에서 내건 현수막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업소의 주고객은 여성이다. 식품회사나 제약회사 등이 내놓은 다이어트 제품들도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신문이나 여성지에 광고를 내보낸다. 속속 개설된 인터넷 다이어트 사이트 게시판에도 남성, 특히 30세 이상 성인남성들의 참여가 미미한 듯하다. 남자들은 비만에 대해 관심이 없는걸까? “우리나라 남성들의 비만은 은폐돼 있다”고 참클리닉의 이규래 원장은 지적한다.

“4년쯤 전 모 방송사에서 개최한 무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는데, 당시 전국에서 온 600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제일 적게 나가는 체중이 106kg이었다. 방방곡곡에 그렇게 뚱뚱한 사람들이 많이 숨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은 동네 한 바퀴를 뛰려 해도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때문에 자꾸 집안에만 머물러 상태가 더 악화된다.

통계에 잡히는 종합병원 비만클리닉 내원 환자들은 회사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을 받은 뒤 비만 때문이 아니라 몸의 이상 때문에 병원에 왔다가 비만이 병의 원인인 것으로 판정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뱃살을 빼야 한다고 조언하면, ‘서른 살 때부터 이랬는데 새삼스럽게…’ 내지는 ‘뱃살이 빠지면 힘이 없어 일을 못한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결국 합병증으로 인한 자각증세가 심한 경우가 아니면 따로 건강검진을 받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큰 회사의 임직원인 경우에나 비만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남성들 사이에서도 비만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 사이트 ‘건강샘’에서 비만상담을 맡고 있는 이원장은 비교적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한몸매’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귀띔한다. 2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애인이 쫄티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며 상담을 요청하더라는 것. 다이어트 클리닉을 찾아가 전문의로부터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도 더 이상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30대의 경우 개인사업을 하는 이들보다는 샐러리맨들이 많고, 점차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50대는 부인과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 문제는 40대 남성들이다. 가장 위험한 시기인데도 가장 의식이 낮은 편이라고 한다.

약 달고 사는 비만인들

남성들의 ‘살빼기 열풍’의 증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이어트 비디오가 불티나게 팔린 건 여성들 사이에서만은 아니다. 영화 ‘세기말’과 ‘신혼여행’의 베드신에서 ‘조각 같은 몸매’를 과시하며 섹스심벌로 떠오른 모델출신 배우 차승원씨의 비디오 ‘차승원의 몸매 만들기’는 지난해 초 출시된 뒤 벌써 3판을 찍었다. 보디빌딩 세계챔피언 김준호씨가 지난해 5월 일반인과 선수들을 위해 펴낸 보디빌딩 비디오 ‘벗을수록 아름다운 남자의 몸매 만들기’도 초판 3000개가 다 팔려 재판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몸매 가다듬기 장소인 헬스클럽으로 가보자. “헬스클럽의 수가 90년대 초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다”는 대한보디빌딩협회 홍영표 전무의 말마따나 헬스클럽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 문화관광부는 전국의 체력단련장 수를 98년 12월30일 현재 3220개로 집계했다. 2년 전인 96년(2549개)에 견주어 700개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늘어난 헬스클럽에 남성고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S헬스클럽 매니저 강대성씨는 “1년 전부터 고객 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주로 30∼40대 샐러리맨들이다. 강남지역이라 벤처기업에서는 10여 명씩 단체로 등록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퇴근한 뒤 운동하러 오기 때문에 현재 10시까지인 개장시간을 곧 밤 12시까지로 연장할 생각이다”라고 들려준다.

10여년 가까이 헬스클럽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봉근씨는 “한두 해 전만 해도 40∼50대가 고객의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30∼40대로 연령층이 내려왔다. 매스컴에서 건강과 비만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인식도 좋아져서인지 알아서들 운동을 한다. 뱃살 빼러 온 사람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유산소운동을 하겠다며 러닝머신으로 올라간다. 특히 술 마신 다음날에는 빼놓지 않고 나와 열심히 뛴다”고 했다.

우리나라 남성들에겐 특히 배가 많이 나온 형태의 비만이 주를 이룬다. 복부비만은 중년여성에게도 흔하지만, 지방의 형태가 여성의 경우 피하지방인데 비해 남성은 내장지방이 많다는 게 다른 점이다. 남성의 복부비만은 각종 대사성 질환과 관련되기 때문에 특히 경계해야 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이 많이 생기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도 높아진다. 특히 복부비만이 있으면 전체적인 비만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더라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생겨 대사성 증후군에 걸리게 된다. 이런 질병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려워 평생 약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의료보험연합회에 따르면 당뇨병 진료건수는 86년 13만4863건에서 98년 339만7293건으로 25배, 고혈압성 질환은 31만8783건에서 575만1791건으로 18배, 허혈성 심장질환은 1만3807건에서 18만5538건으로 13.5배 늘었다. 흔히 ‘성인병’으로 불리는 이런 질환들이 증가한 직접적인 원인은 평균수명이 연장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양섭취는 증가한 반면 운동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든, 즉 비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 탓도 크다.

미국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으로 인한 심장병이 1921년 이래 줄곧 사망원인 1위를 지켜오고 있으며, 뇌졸중은 1938년 이후 사망원인 3위에 올라 있다. 현재 미국인 전체 사망원인의 40% 정도가 심혈관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98년의 심혈관 질환 사망은 전체 사망의 24.93%로, 암(17.51%)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높은 연관성에 주목한다면, 비만 예방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살진 정력가’는 없다

비만으로 인한 신체질환은 비단 내분비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뚱뚱하면 관절이 쉽게 손상돼 몸무게를 지탱하는 허리 무릎 발목 등의 관절에 골관절염이 생긴다. 골관절염 역시 일단 발병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치료를 받더라도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통증이 심해 비만 치료를 위한 운동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 밖에도 지방간, 담석증, 역류성 식도염 등의 소화기계 질환, 수면중 무호흡과 환기성 장애 같은 호흡기계 질환,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암질환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질병을 동반할 위험이 많다. 잠을 잤는데도 나른하고 일에 집중이 안 된다거나, 코를 심하게 골아 잠을 못 자는 것도 일정 부분 비만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일이다.

비만한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없거나 스스로에 대해 창피하게 느끼며, 우울증 불안증 피해의식 같은 인격성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거식증, 폭식증, 신경성 대식증 등의 심각한 식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의학계에서는 비만증과 성기능 사이에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살진 정력가는 없다’는 얘기다. 흔히 성기능 장애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제일 크다고들 한다. 비만인 사람은 스스로 뚱뚱한 몸 때문에 날씬한 사람에 비해 성적인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적극성이 떨어지고, 이성에 대한 관심은 물론 교제하는 기회조차 줄어든다. 당연히 성욕도 감소한다.

또한 비만은 내분비 성호르몬에도 영향을 준다. 배가 나올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글로불린 결합성 호르몬 등의 분비가 줄어들며, 발기부전의 부분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심지어 불임에 이르는 경우도 발견된다. 심한 복부비만인 경우에는 아랫배 지방층이 지나치게 두꺼워 음경이 함몰되기 때문에 발기가 되더라도 성행위가 불가능하다.

비만학회 등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살이 찐 것 자체는 성기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특히 복부비만과 관련된 만성질환, 즉 고혈압과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당뇨병 등이 대부분 발기부전을 불러오며, 이런 병들을 치료하는 약물도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만한 사람은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아 45세 이상이 되면 체중이 1kg 늘 때마다 사망률이 3%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허리 사이즈가 늘어날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셈이다. 흔히 비만은 ‘5D’를 초래한다고 한다. 용모손상(Disfigurement), 불편(Discomfort), 무능(Disability), 질병(Disease), 사망(Death)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비만은 유전되는 질병이라는 것.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해악을 끼친다.

그렇다면 나는 비만일까, 정상일까. 비만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표준체중 계산법. 일명 ‘브로카 공식’이라고도 불리는데, 키(cm)에서 100을 뺀 숫자에 0.9를 곱해 표준체중값이 나오면 실제 체중을 이 값으로 나눈다. 그 수치가 110∼119%면 과체중, 120%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그러나 이 방법은 키가 작을수록 표준체중이 적게 계산되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체질량지수(BMI) 계산법.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만도 지표이기도 하다. 체중(kg)을 키(m)로 두 번 나누는 방법인데, 체질량지수 20 미만을 저체중, 20∼25 사이를 정상체중, 25 이상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친다.

셋째는 허리둘레에 대한 엉덩이둘레 비율(Waist Hip Ratio)을 재는 것이다. 허리는 배꼽을 지나는 배의 둘레를 측정하고, 엉덩이는 가장 튀어나온 부위를 잰다. 혹은 갈비뼈 아랫부분과 엉치뼈 윗부분의 정중간부위를 재기도 한다. 남자는 1.0이상이면 비만으로 치고, 비율이 높을수록 복부비만 정도가 심한 것이다. 신장과 체격에 따른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남자바지 사이즈로 34인치 이상이면 ‘위험’신호, 37인치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라면+공기밥은 ‘쥐약’

이밖에도 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는 약한 교류전류를 이용해 생체전기 저항값을 측정한 후 체내 수분량을 측정해 지방조직 비율을 측정하는 전기저항 측정법, 캘리퍼(caliper)라는 측정도구를 사용해 피하지방의 두께를 재고 그 합으로부터 체지방을 계산하는 피부주름두께 측정법, 체지방 CT촬영법 등이 있다. 특히 복부의 지방조직을 다른 조직과 분리해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체지방 CT는 내장비만인지 아닌지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라면은 남성들이 직장에서 야식으로, 혹은 저녁 먹고 TV를 보다 ‘심심할 때’ 즐겨 먹는 밤참이다. 뜨끈한 라면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신 김치를 곁들여 먹는 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먹는 것이 삽겹살 먹는 것보다 더 살이 찐다고 하면 어떨까.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기름은 포화지방으로 열량이 500kcal 정도다. 여기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으면 210kcal가 더 늘어 총 710칼로리를 섭취하는 셈. 반면 삼겹살 1인분 200∼300g은 420kcal 정도다. 또한 라면에는 염분이 많아 건강에도 좋지 않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이 있는데, 대부분의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들은 체지방을 빼는 게 아니라 몸의 수분만 빠지게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게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도 권장되고 있다.

합리적, 분석적 태도 필요

건강을 위해 살을 빼는 과정에는 길목마다 함정이 기다리고 있기 일쑤다. 다이어트 클리닉 의사들은 비만 환자들이 병원에 오기 전에 특히 잘못된 식이요법으로 몸을 더 망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 한다. 시중에 유행하는 일명 ‘원푸드 다이어트’가 그 예. 종류도 다양해서 포도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 다시마 다이어트, 초콩 다이어트, 두부 다이어트, 꿀 다이어트, 요구르트 다이어트 등 갖가지 방법이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가령 해조류만 섭취하다보면 요오드가 많아져 갑상선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포도 다이어트를 1년 하면 머리카락이 다 빠진다.

무엇보다 원푸드 다이어트는 영양상의 불균형을 불러오기 때문에 지속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제약회사에서 만들어내는 다이어트 푸드는 그나마 영양소 균형을 맞춘 것이지만, 그것도 한두 달 이상 계속 먹을 수는 없다.

약물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식욕억제제, 지방흡수억제제, 열대사촉진제, 갑상선제제 등이 그 예들. 잘못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약제로는 이뇨제와 설사약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페닐프로페놀라민은 식욕억제제이며, 내년에는 음식에서 지방성분만 변으로 배출하는 제니칼, 입맛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을 하는 싸이브트라민 두 가지 약제가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이런 약제들은 함부로 사용하면 위험하므로 비만 전문의와 상담후에 처방받아야 한다.

한편 우울증과 골다공증 치료에 쓰이는 성장호르몬을 비만치료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체중감량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또 ‘숙변을 빼서 똥배를 줄인다’는 방법은 실제로는 항문에서 가까운 장만 씻어내는 것으로 대장암 등을 발견하기 위해서 쓰는 방법이다. 살을 빼는 데는 별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유산균을 만드는 각종 유익한 균들이 자꾸 없어져 비타민이 결핍되고 장운동이 엉망진창이 되기 일쑤다. 지방흡입술, 지방제거수술 등의 방법도 체형 교정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체중을 근본적으로 줄인다거나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비만클리닉 남수연 교수는 “진료를 하다보면 단식원이니, 생식이니, 효소제니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다 실패하고 그때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 비만에는 특효약이라든가 획기적인 치료법이란 게 따로 없다. 비만 환자들은 우선 다이어트 방법을 정할 때 ‘이 방법을 내가 평생 할 수 있는가, 이걸로 건강해질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루 100kcal만 소모하자

인간의 중요한 욕구 가운데 하나가 먹는 것이다. 비만을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음식의 냄새를 맡고, 혀로 핥고, 씹는 감촉과 입안 가득 퍼지는 미각의 즐거움을 포기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현대인들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슬프고 외로울 때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유·소아기에 욕구불만을 갖고 자라 성인이 된 경우에도 먹는 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치료에 정신과적 요소가 결부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규래 원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생활방식은 서구와 닮아가는 반면, 우리나라 남성들의 의식구조에는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분석적이지 못한 성향이 잠재해 있다. 이런 것들이 비만의 원인을 제공하고, 치료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시간을 절약한답시고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는 저녁 회식자리에서 직장 상사나 후배가 따라주는 술잔을 거부하지 못한다. 바깥에선 접대문화가 필수고, 집에 가면 자기는 꼼짝하지 않고 아내가 시중들어 주기만 바란다. 자신이 왜 살이 쪘는지 생활습관을 점검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병원에 와서도 스스로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의사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자가용과 교통수단의 발달, 엘리베이터, 인터넷 등 현대문명의 산물들이 사람들로부터 운동할 시간을 뺏고 있다. 우리 남성들도 사회활동을 하며 비만으로 진행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환경탓만 할 일은 아니다. 운동공간이 없어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버스 타고 출퇴근하며 목적지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는 습관을 갖는다거나, 저녁 때 뉴스를 보며 고무매트를 깔아놓고 뛰기만 해도 충분한 운동이 된다. 이런 단순한 운동만으로 상당한 체중을 뺀 사례도 있다. 남수연 교수는 “음식을 조절하며 100kcal씩 소모하는 운동을 매일 하면 1년 동안 5kg의 체중을 뺄 수 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는 비만치료에도 해당하는 원칙이다”고 강조한다.

체중조절과 비만치료에 왕도는 없다. 전문가들은 음식요법과 운동요법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즉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번 살이 쪘다가 빠진 사람은 같은 체중이라도 원래 날씬한 사람에 견주어 에너지소비율이 20∼30%나 떨어진다고 한다. 이것은 비만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은 날씬한 사람과 똑같이 먹어도 더 살이 찐다는 의미다. 비만의 심각성과 치료의 어려움, 예방의 중요성을 동시에 상기시키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당신도 ‘비만과의 전쟁’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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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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