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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 박상준 < SF·과학 해설가 > cosmo@nuri.net

복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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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배 아파 낳기는 복제인간도 마찬가지
  • ● 높은 실패율, 폐기 방법 골칫거리
  • ● 기억까지 복제할 수는 없다
  • ● ‘오리지널’ vs ‘복제품’, 新인종차별 우려
  • ● 미래의 악몽… ‘최상품’이 세계를 지배한다
21세기로 진입한 과학계에서 가장 첨예한 화두는 인간복제다. 아직은 반대론이 우세하지만, 신중한 찬성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이 흥미진진한 소재를 기본 설정으로 채택한 SF영화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영화들을 통해 막연하나마 복제인간에 대한 미래상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복제인간이 탄생하는 과정, 복제인간의 정체성, 모체가 되는 인간과 복제인간의 공존상황 등. 사실상 이 모든 부분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형태로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복제를 소재로 삼은 SF영화와 실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붕어빵 찍어내기’는 불가능

영화 ‘멀티플리시티’(1996)에서는 주인공과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을 마치 틀에서 찍어내듯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복제인간은 주인공과 외모는 물론 기억까지 똑같이 공유한다.

‘6번째 날’(2000)의 기본 설정도 인체세포를 복제한 원형체(原形體)가 미리 대량 배양돼 있는 상태. 복제하려는 인간이 결정되면 이 원형체 중 하나를 택해 똑같은 외모를 만들고, 미리 저장해 둔 디지털 매체에서 기억을 복사해 넣는다.

이렇듯 영화 속 복제인간은 대개 ‘붕어빵 찍어내기’와 다름없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그러나 이런 묘사는 허구에 불과하다.

복제인간은 보통 인간과 마찬가지로 산모의 자궁에서 태아 상태로 성장하며, 임신 기간을 다 채운 뒤 신생아로 세상에 태어난다. 즉 여성들이 ‘배 아파 낳는 아기’임에는 변함이 없다. 위의 영화들처럼 다 자란 성인의 모습으로 단번에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간은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결합하여 태어난다. 두 세포가 결합한 수정란은 여성의 자궁 안에서 세포분열을 계속해 배아(胚芽)가 되고, 다시 태아로 성장을 거듭하며, 산모의 태반과 연결된 탯줄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복제인간은 이 과정에 맨 처음 부분, 즉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는 과정 대신 여성 혹은 남성 어느 한쪽의 체세포를 분열시켜 태아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시작된 배아는 보통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자궁 안에 착상해야 자라날 수 있다. 이 과정은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복제양이나 복제소를 탄생시키는 실험을 통해 이미 검증된 것이다.

이러니 영화처럼 주인공과 똑같은 외모의 복제인간이 나오려면 나이도 똑같이 먹고 신체도 같은 수준으로 발달했어야 한다. 물론 외모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제반 환경도 똑같아야 한다. 영화처럼 복제인간을 속성으로 성장시키는 기술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그렇다면 SF영화들이 하나같이 ‘붕어빵 복제인간’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쪽이 진짜인지 구별해내기 쉽지 않은 인물들을 동시에 등장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야 흥미로운 볼거리나 극적 전개가 용이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을 연출하고 싶다면 오히려 안드로이드(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똑같은 고성능 로봇)를 등장시키는 편이 더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공도 미처 몰랐던 쌍둥이 형제라거나.

한편 복제인간이 인공자궁에서 자라난다는 설정도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성급한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자궁과 똑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자궁을 만들려면 적어도 50년은 더 걸린다고 내다보고 있다.

신체와 기억은 별개

앞의 영화들을 보면 복제인간은 몸뿐 아니라 기억까지도 주인공과 똑같은 것으로 묘사된다. ‘멀티플리시티’에서는 복제인간이 세 명이나 생기면서 각자의 개성이나 정신적 능력에 편차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기억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6번째 날’에서는 아예 복제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한다. 즉 자신을 복제인간이 아니라 원래의 모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제인간은 어디까지나 생물학적, 물리적 차원의 ‘복제’일 뿐이다. 즉 모체가 되는 인간으로부터는 신체의 생물학적 특징만 물려받게 되어 있다. 두뇌 속에 들어 있는 정보는 복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갓난아기로 태어날 복제인간이 모체가 갖고 있는 성인의 기억이며 성숙된 가치관 등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신체 복제와는 별개로 기억 복제는 가능할까. ‘6번째 날’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 디스크에 저장했다가 다른 사람의 두뇌에 파일 복사하듯 순식간에 주입해 넣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아쉽지만 이 부분 역시 과학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간의 두뇌는 아직도 신비의 영역이다. 기억이나 판단, 사고 등 여러 가지 정신적 두뇌활동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현대과학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6번째 날’에서처럼 인간의 기억을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고 저장하는 일은, 인간 두뇌가 컴퓨터와 같은 연산처리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방법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따라서 완전한 기억 복제도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컴퓨터공학의 선구자 폰 노이만은 1950년대에 이미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신경세포간의 접합 부분인 시냅시스가 on-off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인간 두뇌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컴퓨터다. 그러나 컴퓨터와 달리 인간의 두뇌는 상당히 부정확하고 오류도 많이 발생하는 반면, 창조적인 사고와 발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간 두뇌의 논리 회로는 컴퓨터 언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닐까. 컴퓨터의 언어는 수학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것과는 다른 논리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컴퓨터의 수학적 연산 언어보다는 훨씬 깊이가 얕아 보이지만, 그보다는 뿌리가 다른 구조의 논리 언어 체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과는 상당히 다른 것임에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기억 복제의 시도는 생물학적 인간복제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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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 SF·과학 해설가 > 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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