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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산방 토속기공 체험기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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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속기공의 열네 가지 동작을 천천히 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두 시간. 시원한 계곡에서 수련했는데도 끝나고 나니 이마와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숨은 전혀 가쁘지 않았다. 온몸을 구석구석 틀어주어서 그런지 개운했다.
1999년 3월 일본 아사히TV 방송팀이 한국을 찾았다. 전세계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으나 실재하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 팀이 한국에서 취재한 사람은 ‘장풍도사’란 별명을 가진 양운하(50)씨였다. 아사히TV팀과 양운하씨가 찾은 곳은 서울 성산대교 부근 한강 둔치. 강폭이 무려 120m나 되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양씨가, 맞은편에는 실험대상 5명이 섰다. 잠시 후 특유의 자세를 취한 양씨가 손바닥을 반대편을 향해 펴고 팔을 뻗자, 1분이 지나지 않아 5명 모두 쓰러졌다. 피실험자들은 무언가 가슴을 미는 것을 느꼈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양씨의 설명에 따르면 손에서 바람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氣)가 방사된다는 것.

일본 아사히TV가 기공과 관련해서 굳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일본에는 양씨만한 고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양씨는 국내 방송가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방송 3사의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장풍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방송 PD들이 기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면 으레 그를 출연시켜 ‘양PD’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그는 국내 단체나 기업체에 출강해서 기공을 가르쳤다. 그에게 기공지도를 받은 유명인사는 이종찬 전국정원장, 박봉환 전동자부장관, 정호선 국회의원, 윤병철 전하나은행장, 김현종 WTO법률자문관, 표재순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국악인 김영동씨, 가수 장사익·이선희씨 등 수없이 많다.

양씨는 1992년 기공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TV에 출연해서 운기방사(장풍) 공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 그는 세 명의 중국 기공사를 만나 대결을 벌였는데 양씨가 세 명을 한번에 넘어뜨리자 중국인들은 그를 ‘기공대사’라 칭했다.

양씨는 기공 말고 무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18세 때 무술을 연마하기 위해 입산한 후, 공인받은 무술만 태권도 5단, 불무도 7단, 활기도 7단, 합기도 7단, 십팔기 5단, 쿵푸 4단 등 총 35단이다. 그러나 22세에 만난 스승 무신 스님이 “하늘에 대고 발차기를 하면 뭐하고 손으로 바위를 부순들 어디에 쓰겠느냐. 호흡이나 잘 다스려라”고 하는 말을 듣고부터는 기공과 명상에 전념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수십 년의 수련을 거치던 중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토속기공을 창안했다.

농부들은 하루종일 벼를 베고 도리깨질을 해도 지칠 줄 모른다. 양씨는 이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일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팔, 다리, 허리 운동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천천히 호흡만 맞추면 그 자체가 완벽한 기공이다. 이를테면 도리깨질 동작은 변비와 몸통 군살제거, 물레 돌리기는 어깨군살 제거, 노 젓기는 간기능 강화와 요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양씨는 KBS ‘제3지대’를 통해 밥을 마음껏 먹으면서도 출연자들의 살을 4일 만에 4kg씩 빼주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지난 8월5일 기자는 소문난 장풍도사 양운하씨의 기공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군을 찾았다. 양씨는 현재 강원도 정선군 남면 유평2리 190번지에 있는 기림산방(氣林山房, 033-591-5469, 9093)에서 김종수 소장과 함께 교육생을 가르치고 있다. 양운하씨가 기림산방의 김종수 소장을 만난 것은 1999년으로,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었다. 한마디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두 사람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한다)이라는 건강법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수 소장은 몸이 차가워지는 원인과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양운하씨는 기공을 가르친다. 정규교육 일정은 4박5일인데, 이 기간 동안 교육생들은 한여름에도 더운물만 마셔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기림산방의 김종수 소장은 사람이 병 들고 죽음에 이르는 근본 원인을 몸이 차가워지는 데 있다고 본다. 그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즉 몸이 따뜻하면 기운이 있어 순환이 잘 되고, 또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암환자들의 몸은 차갑다. 정신질환자, 치매, 중풍환자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은 더운 여름에도 몸이 차가워서 두꺼운 이불을 찾는다. 즉 병들고 늙어가는 사람들은 모두 몸이 차갑다. 특히 아랫배가 순환되지 않고 차갑게 굳어 있다. 그러나 김소장은 몸이 따뜻한 사람들은 기운이 있고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인생을 고통없이 깨끗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김소장이 교육생들에게 더운물을 권하는 것은 배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배가 따뜻해지면, 자연히 발이 따뜻해지고, 하체가 따뜻해지면 머리는 저절로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이 기림산방은 서울에서는 기차로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오전 10시에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후 2시께 증산역에서 내려 간이열차로 갈아타고 별어곡역에서 내리면 된다. 해발 800m 정도의 산중턱에 있는 기림산방은 별어곡역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30℃가 넘는 폭염 속에 산길을 1시간30분쯤 오르니 첩첩산중에 화전민 집이 서너 채 눈에 들어왔다. 공기는 드맑았다. 구슬같이 맑은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고, 산비탈 밭에는 고추, 호박, 토마토, 옥수수, 배추 등 갖은 작물이 뜨거운 태양 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곳. 기림산방이었다.

흐르는 땀을 얼음같이 찬 계곡물로 씻은 뒤, 계곡에 걸쳐 지은 원두막에 올라섰다. 기공을 배우러 온 고려대 민용태 교수 일행과 양운하씨, 김종수 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뙤약볕에 1시간30분 가량 산행을 한 취재팀에게 김종수 소장은 더운물과 삶은 감자를 권했다. 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얼음물을 기대했건만 삼복더위에 더운물이라니. 하지만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가쁜 숨이 잦아든 뒤, 계속해서 더운물을 마셨다. 몸이 따뜻해져왔다. 그런데 더워서 땀을 흘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뱃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순환이 잘 되는 기분이었다. 김소장은 더운물을 마실 때 두 손으로 마시라고 주문했다. 다도(茶道)에서 찻잔을 두 손으로 들게 한다. 두 손으로 마시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기운이 뱃속에 찬다는 설명이었다. 한 손으로 마시다가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시니, 과연 그랬다. 두 손으로 잡으니 배꼽 밑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기자와 함께 기공 수련을 받을 사람은 고려대 민용태 교수 일행이었다. 민용태 교수는 6개월 전부터 양운하씨의 토속기공에 심취해 있다. 양운하씨를 만나기 전 기공에 관심이 많던 민교수는 태권도 사범으로 11년 동안 스페인에서 지냈는데, 이때부터 기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교수의 기공 사랑은 무엇보다 삶과 인생에 대한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바람직한 삶이란 장수하며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겁고 어렵게 사는 것에 반대한다. 인간으로서 가장 영웅적인 행위가 웃고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어차피 얼굴과 몸은 심각하고 무거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가볍게 웃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영웅적인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웃고 가벼운 것. 이것이야말로 민교수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웃고 가볍게 살기 위해 그는 연예인인지 대학교수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방송 출연이 잦다. 즐겁게 살기 위해 술도 많이 마신다. 그러다 보니 피로가 쌓였다. 웃고 즐겁게 살려고 즐거운 일을 계속했는데, 피로하고 힘들어지더라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민교수가 택한 것이 바로 기공이다.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고 피로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즐거운 것이고, 그래야만 자신의 최고 장기인 웃음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한데 웃는 얼굴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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