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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잘 걸리는 體質 따로 있다

한국인의 체질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암 잘 걸리는 體質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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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상의학에서 64체질론까지
  • ● 특정 체질에서만 나타나는 질병들
  • ● 지문으로 진단하는 북한의 체질분석기
  • ● 체질 알면 성격과 운명 바꿀 수 있다
  • ● 체질설로 접목되는 동서의학
지난 8월13일 오후 4시 경희대 한의과대학 2층 강의실. 200명 남짓한 한의대 본과 3년생들이 선배 한의사인 이승교 원장(삼정한의원)으로부터 ‘사상(四象)체질 분석법’이란 주제의 특강을 듣기 위해 모였다.

100여 년 전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7∼1900)가 “사람은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체질로 분류된다”고 주창한 사상체질의학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의대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지금은 웬만한 한의대에서 전공 필수과목으로 채택할 정도로 보편화한 의학이론이다.

이윽고 이원장이 컴퓨터와 관련 부속 기기를 한아름 들고 와서는 강단에 섰다. 그는 1996년 27명의 사상체질 전문의와 조선컴퓨터센터(KCC)가 합작으로 개발한 북한식 체질분류 소프트웨어 ‘금빛말3.0’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 임상에 적용하고 있는 한의사다. 그래서인지 한의대생들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에게 집중했다.

“사상의학 이론에 의해 자기 체질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손 좀 들어볼래요?”

강의 서두에 이승교 원장의 난데없는 제안. 그러자 학생들이 잠시 쭈뼛거리는 듯하더니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전공이 한의학이다 보니 선배 한의사들이나 사상의학 전문가들로부터 자기 체질을 감별받아 본 모양이다.

“그러면 이중에서 자기 체질이 태음인과 소음인 등 두 가지 이상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 사람들은?”

다시 이원장의 질문에 무려 50여 명이 재차 손을 들었다. 이들은 체질의학자들로부터 각기 다른 체질로 분류된 경우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다. 여러 명의 체질의학자들로부터 동일한 체질로 진단받았다고 하는 학생들은 두 명에 불과한 반면, 자신의 체질이 세 가지 이상 다양하게 나왔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여덟 명이나 됐다.

사상의학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사상체질 중 태양인은 매우 희귀한 편이라고 한다(1만명당 1명꼴). 그렇다면 이 8명의 학생은 관찰자의 판단에 의해 대체로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이란 세 가지 경우의 수가 다 나온 셈이고, 결국 진짜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 사람의 체질은 상황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것인가? 마른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뚱뚱해지기도 하고, 급한 성격이 차분해지는가 하면, 내성적인 성격이 어떤 계기를 맞아 바뀌기도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사상체질학자들은 체질은 타고난 것이어서 결코 바뀌는 법이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사람이 후천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 체질이 일시적으로 가려 보이거나 다른 체질의 성향이 섞여 나타날 수는 있어도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물이 수증기도 되고 얼음도 되지만 물의 본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듯이.

이원장은 스스로 태음인으로 판단한 학생 두 명을 강단으로 불러내 금빛말로 진단해보기로 했다. 컴퓨터에 부착된 CCD 카메라를 통해 학생의 열 손가락 지문을 모니터에서 확인해보면서 입력해본 결과 컴퓨터는 한 학생은 태음인, 다른 학생은 소음인으로 판명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지문을 분석해 사상체질을 분류해낸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체질별 지문 분석으로 수천 명의 환자를 임상 검증한 결과, 특정한 체질은 특정한 지문 형태(패턴)를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한다. 남한에서는 지문과 사상체질의 관계에 대해 아주대와 동국대 등 일부 대학에서 그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지만 아직 미완의 영역이다.

아무튼 북한측 자료에 따르면 지문으로 분석한 체질분류의 정확도는 85%에 이르며, 이원장이 국내 임상에 적용해본 결과 우리나라 사람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태음인의 경우 그 정확도가 90%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사상의학에 대한 관심은 한의대생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근래 들어 체질의학이 일반인 사이에도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 나온 체질 관련 책만 수십 종에 이르고, 인터넷에서는 자가진단용 사상체질 설문지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모두 자기 체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애달아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체질의학 전문가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의학관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즉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증상)은 비슷하지만 그 병의 뿌리가 다르면 다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테면 똑같은 질병에 똑같은 치료법을 써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체질의 차이는 쉽게 인지된다. 맥주 한 잔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사람이 소주를 한 병 마셔도 끄떡없는가 하면, 반대로 소주에 약한 사람이 맥주를 마시면 시원하게 갈증이 풀린다고 해서 좋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남과 다른 체질적 특성이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라는 것.

4체질로 만나는 동·서양 의학

따지고 보면 ‘체질’이란 용어는 동·서양 의학사에 처음부터 등장한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중국 진·한대에 편찬된 가장 오래된 의서)’에서는 일찌감치 인간의 25체질론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할 히포크라테스 역시 4체질론을 부르짖은 바 있다.

그러나 임상적 실증이론에 바탕을 두지 않은 고대의 체질이론은 동·서양 의학사에서 그 빛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묻혀 버렸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한국 땅에서 비로소 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선두주자가 바로 조선의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이제마다. 그는 1894년에 완성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통해 인체를 정밀하게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임상한 결과물인 사상체질 이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이제마 이전에 사상체질과 엇비슷한 사대(四大)이론을 소개한 이도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 내경편에서 인체가 흙(土), 물(水), 불(火), 바람(風)의 4대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옛 문헌을 빌려 이미 밝혀 놓고 있었다. 다분히 불교적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사대 이론을 의학적으로 풀어보면 이렇다.

“힘줄, 뼈, 힘살, 손·발톱, 이 등 딱딱한 것은 모두 흙 기운에 속하며 정액, 피, 콧물, 진액 등 흐르는 것은 모두 물기운에 속한다. 호흡과 체온 등은 불 기운에 속하고, 영혼과 정신활동은 바람기운에 속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이 네 가지가 배합돼 생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흙 기운이 왕성하면 근골(筋骨)이 무쇠처럼 강해지고, 물 기운이 왕성하면 정(精)이 잘 분비돼 몸이 구슬처럼 아름다워지고, 불 기운이 왕성하면 기운이 구름처럼 뻗치며, 바람 기운이 왕성하면 지혜가 많아진다고 한다. 양의사로서 동·서양의 체질이론을 깊게 연구한 이의원 박사(선릉통증의원)의 말.

“동양의 사대 사상은 그리스 신화와 점성학 등에서 우주와 인간에 대한 근본 인식의 틀로 제시하는 공기(바람), 불, 흙, 물 4대 에너지 이론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 이것은 히포크라테스의 4체질설(혈액, 황담즙, 흙담즙, 점액)과 그 500년 후에 등장한 갈렌의 사대 기질설(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국내에서 28체질론을 주장하는 백승헌(28체질건강연구원장)씨는 한층 인체 의학적 관점에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의 4체질설과 이제마의 사상체질론을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연결시켜 해석한다.

먼저 다혈질(多血質)은 그 말이 의미하듯 혈액 활동이 왕성하다는 의미로 소양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양인 체질은 사상의학이론에서 비대신소(脾大腎小, 비장 기능이 발달하고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소양인은 비장이 발달돼 혈액 생성이 많다고 본다.

둘째, 담즙질(膽汁質)은 담즙이 많다는 의미로 태음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음인은 사상의학이론에서 간대폐소(肝大肺小, 간장 기능이 발달되고 폐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태음인은 간장이 발달돼 담즙 생성이 많다고 본다.

셋째, 우울질(憂鬱質) 또는 흑담즙질(黑膽汁質)은 담즙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태양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양인은 사상이론에서 태음인과 반대로 폐대간소(肺大肝小, 폐 기능이 발달하고 간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태양인은 간장 기능이 약함으로 인해 담즙 분비가 부족하다고 본다. 우울질이란 말 역시 간장 기능이 약함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을 잘 느끼는 태양인 체질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액질(粘液質)의 경우. 점액은 인체 내에서 내분비계가 발달돼 호르몬과 수분이 많다는 의미로 소음인 체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소음인은 사상이론에서 소양인과 반대로 신대비소(腎大脾小,신장 기능이 발달하고 비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짐)하다고 하는데, 소음인은 신장이 발달해 점액 분비가 많다고 본다.

아무튼 이러한 접근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동양과 서양에서 체질에 따라 인간을 네가지로 구분했다는 점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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