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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인터뷰

“당뇨 고혈압 비만, 氣에너지로 막을 수 있다”

'성인병 명의’ 이홍규 서울대교수

  •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당뇨 고혈압 비만, 氣에너지로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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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생체 기에너지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수에 좌우
  • ● 氣찬 사람과 허약한 사람의 차이
  • ● 성인병과 노화, 그리고 활성산소의 비밀
  • ● 신선한 야채와 채소, 적절한 운동이 기에너지 활성화시켜
  • ● 근육과 뇌 기능 강화시키는 기수련법
  • ● 장수하는 사람은 유전자가 달라
국내에서 당뇨병 분야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는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이홍규 교수(57). 우리나라 최초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당뇨병 역학조사를 실시해 한국인의 당뇨 치료에 체계적인 지침을 마련했는가 하면,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양적 이상이 당뇨병 발병의 주요 원인임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해내 국제당뇨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의사다. 이런 업적 때문에 지난 1999년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이 분야 제1의 명의(신동아 99년 9월호 별책부록 참조)로 그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엉뚱하게도 동양의 기(氣)에너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다. 그리고 기에너지, 다른 말로 생명에너지에 대한 책자 출간도 앞두고 있다 한다.

성인병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당뇨병과 기에너지가 대체 어떤 관련이라도 있단 말인가, 아니면 단순히 그의 지적 호기심 때문인가. 어쨌거나 ‘잘 나가는’ 서양의학자가 동양철학의 고유 코드로 알려진 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9일 서울대병원 본관 10층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의사 가운을 걸쳐입고 다소 톤이 낮은 목소리로 기자 일행을 맞이하는 이교수의 외면으로는 동양의 신비적인 기운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안경테 너머로 보이는 눈매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서구의 날카로운 합리성으로 무장한 학자적 분위기라고나 할까.

주자와 아인슈타인의 만남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학자가 동양의 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자체가 다소 의아하게 여겨집니다.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지요?

“제가 줄곧 연구해오고 있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의사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가이 브라운(Guy Brown) 박사가 지난해에 ‘생명의 에너지(The Energy of Life)’라는 책을 펴냈어요. 읽다보니까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 담겨 있더군요. 그는 세계 각국의 생체에너지론 역사를 기술하면서, 결국은 서양에서 제시한 에너지라는 개념이 동양에서 말하는 기라는 개념하고 매우 겹친다는 점을 강조하더군요. 사실 이 에너지라는 개념을 사람의 몸으로 대입시켜 보면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저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교수는 특히 자신이 한국인, 즉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동양의 기론(氣論)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다 한다. 그런 작업 결과 브라운 교수의 책을 번역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이 연구한 동양의 기에너지론을 부기(附記)로 담아 출간하기로 했다는 것. 이교수가 파악한 동양의 기론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고대 동양인들은 만물은 기에 의해 생성되었고(노자), 천지에는 기가 충만하며(맹자), 모든 것은 기로 설명할 수 있다는 기일원론적(氣一元論的)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장자). 이런 기는 하늘과 땅이 숨쉬는 현상인 바람(氣息)과 뭇 생명체의 호흡운동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기에 대한 이러한 원초적인 생각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분열 발전하게 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기’ ‘자연의 기’ ‘원리로서의 기’란 개념들이 등장하고, 다시 한대(漢代)에 들어서서는 우주생성론이 자주 설명되면서 ‘원기(元氣)’라는 근원적이고 통합된 하나의 기(一氣)가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위진남북조 시기에는 도교가 흥하면서 기를 몸안에 가득 채우고 막힘없이 순행시키기 위한 호흡법, 체조법, 방중술 같은 것이 널리 유행하기도 했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 기를 ‘에너지를 가진 어떠한 물질’로 정립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그 대표적 인물로 송대(宋代)의 주자를 꼽을 수 있다고 이교수는 말한다. 주자는 현상계에서 움직이는 물질, 즉 에너지를 가진 물질을 기(氣)로 규정하고 그런 기의 변화를 가져오는 내재적 원리로서의 이(理)를 설정했다. 주자가 제시한 ‘에너지를 내재한 물질’로서의 기는 놀랍게도 현대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E=MC2의 원리(에너지는 물질의 질량과 운동량과 등가관계에 있다는 원리)와도 맞아떨어진다는 게 이교수의 해석.

그러나 명대(明代)에 들어와 왕양명 같은 유학자들이 이(理)와 기(氣)를 총체적으로 마음(心)으로 인식하고, 그 후대로 내려올수록 기의 정신적인 측면만 강조됨으로써 기의 물질적인 측면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한다.

“주자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측정기구를 이용하여 자연현상의 패턴을 양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후대인들은 그런 기구를 만들지 않고 그저 주자의 책을 외우고만 있었지요. 또 그의 가르침 중에서도 자연학은 버리고 인간학에만 안주하다보니 자연현상의 존재 패턴을 규명하는 기회를 놓쳤던 것이지요.

왕양명 이후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나 일본도 기에 대한 물질과학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저 기를 비물질적인 정신이나 생명과 관계된 비실질적인 개념으로만 인식하게 돼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기의 개념은 마음가짐·정서·막연한 기분 등 전적으로 인간의 정신면(특히 정서면)을 의미할 뿐, 물질적인 성격으로 이해하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조에 이퇴계와 이율곡 등에 의해서 이기론쟁(理氣論爭)이 벌어지다가 묻혀버리고 말았는데, 이 논쟁은 부분적으로 생명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점에서 과학자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고대 동양인들이 설정한 추상적인 기의 개념이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용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것은 영국왕립협회의 모토, 즉 ‘Nullius in Verbis(우리의 경험적 증거에 기초한 믿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그런 언명을 하는 그 어떤 권위자도 거부할 권리를 갖는다)’같은 신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교수의 기에 대한 소고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쉽게 지적해내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쩌면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동양의 성철(聖哲)들이 제시한 문자적 해석에서 더이상 빠져나올 줄 모르는 동양의 기철학자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무튼 그 바쁜 의사생활 속에서 언제 그렇게 동양의 기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쌓게 됐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동양의 기철학을 설명하면서 서양의학의 최신 연구 성과물을 예로 들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러나 화학·생물학·의학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지식이 없고서는 그의 말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소 ‘무거운’ 인터뷰였음도 미리 밝혀둔다.

미토콘드리아와 氣

―기를 에너지를 가진 물질 차원으로 규정하고, 생명체에 대입시켜 생체에너지라고 할 경우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해낼 수 있을까요?

“사실 그 부분이 저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먼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인 세포 얘기부터 해보지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에는 핵, 소포체, 리보솜,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등이 들어 있어요. 이중 마름모꼴 모양의 미토콘드리아는 한 개의 세포내에 수천 개씩 우글거리고 있는데 참으로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 안의 DNA와 달리 자체의 고유한 DNA를 가지고 있고, 모계로만 유전되는 특성이 있으며, 진화과정에서 외부에서 인간의 세포내에 침투해 세포 소기관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지닌 미토콘드리아가 중요한 것은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미토콘드리아에는 전자전달계라는 아주 미세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요. 당질·지방질·단백질 등의 식품이 소화 흡수돼 세포내로 유입되면 이 시스템이 작동해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 즉 ATP라는 화학에너지를 생성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미토콘드리아라는 화학공장의 생산라인에 의해 생성된 에너지를 이용해 세포들이 근육수축과 같은 일을 하는 거지요. 결국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에서 인간의 기(생체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교수는 좀 부족하다 싶은지 이 시스템을 더 세부적으로 보충 설명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생산라인인 전자전달계에 자극이 주어질 경우 전자가 빠져나가면서 에너지의 위상 차이가 생긴다. 이때 위상 차이에 의해 조그만 댐 같은 막이 형성되고, 다시 그 막에 의해 전압차가 생겨 프로펠러 같은 것이 돌아가 ADP를 ATP라는 화학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마치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인간의 생체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에너지-질량 등가의 법칙(E=MC2)에서 M(mass)의 영역 중 전자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이용한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교수는 생체에너지의 근원을 추적해 나가다 보면 미토콘드리아의 전자 활동이 결국 핵심이 된다고 주장한다. 기의 신비성 혹은 종교성을 철저히 배제한, 일종의 기계론적 기론(氣論)이라고나 할까.

성인병과 미토콘드리아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면 기가 빠졌다, 기가 쇠약해졌다고 말합니다. 이교수의 표현대로라면 이 역시 미토콘드리아의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감소가 노화의 원인이 된다는 이론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노화이론 중 최중심에 서 있어요. 기가 왕성한 아이들을 보면 엄청나게 뛰어다니고 지칠 줄 모르고 놀지만, 나이가 먹어가면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운동선수라고 해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기량이 쇠퇴하게 마련이죠. 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그 기능을 잃어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이가 50세쯤 되면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굉장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며 기가 빠진다는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그만큼 손상되고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어요.”

이교수는 요즘 의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노화와 활성산소(유해산소) 이론도 사실 미토콘드리아를 빼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체내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프리 라디칼(free radical, 유리 라디칼)이 나오는데, 이것이 활성산소(유해산소)를 생산해 미토콘드리아DNA 등 주변의 세포물질들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토콘드리아는 계속 쓰면 쓸수록 그만큼 손상되게 마련이고 그것이 세포의 노화, 즉 사람의 노화현상을 일으킨다. 흥미로운 점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감소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증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도 된다는 것이다. 이교수의 말.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나 환경인자가 있고, 고혈압은 고혈압대로 그 병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있다는 식으로 각 성인병을 분리해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성인병 같은 만성퇴행성 질환들의 대부분은 미토콘드리아가 기능을 잃고 숫자가 감소하는 데서 그 근인(根因)을 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몸 세포 어디나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양적(量的)인 변화를 일으키면 혈압이 높다거나 비만해진다거나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타나는 등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결국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즉 생체에너지를 생성하는 능력이 저하되면 성인병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미토콘드리아 기능 감소는 대부분 나이, 즉 노화와 관련돼 있어요. 보통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혈압, 혈당치, 체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올라가게 돼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그어놓고 그 수치를 넘어서면 성인병이라고 진단하고 치료를 하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성인병은 노화에 따른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히 충격적인 발언이다. 각종의 성인병을 따로 분리해볼 필요가 없다는 이교수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질병 자체의 치료를 위주로 하는 서양의학적 체계를 부정하는 말이며, 또 성인병 치료시 종래의 치료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교수의 발언은 인체가 전체적 혹은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는 동양의학적 관점과도 비슷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미토콘드리아 이론으로 보면 당연히 그렇게 결론이 날 수밖에 없지요. 미토콘드리아는 알다시피 우리 몸 세포 전체에 다 있어요.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든지 활성산소와 같은 산화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기능을 조금씩 잃어가고 몸 전체가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령 당뇨병의 경우 췌장 베타세포가 손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체의 다른 부분도 비슷하게 손상이 되고 있다고 보아야 해요. 암도 마찬가지예요. 위암이 생겼다고 할 때 인체의 모든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손상된 상태에서 그 한 부분으로 위에 악성종양이 생긴 현상인 것이죠. 이런 것을 전문적 용어로 ‘복잡계 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지금 서서히 서양의학계에서도 이 이론을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갈수록 파격적인 그의 발언. 재차 질문을 던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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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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