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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이 공개하는‘나만의 즐겨찾기 秘급’

“인터넷 잘한다고 떵떵 거리려면 이 주소만 누르면 되는 거지?”

  • 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지식인들이 공개하는‘나만의 즐겨찾기 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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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온라인의 시대,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해 세상을 읽는다.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를 모아두는 익스플로러 모퉁이의 ‘즐겨찾기’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즐기는지를 보여주는 징표가 아닐까. 그렇다면 문득 드는 궁금증. ‘시대를 앞서가는 유명인사’들은 어떤 ‘즐겨찾기’를 갖고 있을까. 그들이 간직하고 있을 비장의 온라인 비급(秘핞), 그게 알고 싶어졌다. 거꾸로 생각해보니 이 온라인 시대에도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은 한발 떨어져 있다. 당장 기자의 아버지만 해도 그렇다. 그런 이들에게 ‘유명인사들이 전수하는 자신만의 인터넷 노하우’는 색다른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내 아버지의 눈’이라는 색다른 관점으로 기사를 써보겠다는 다소 뜬금없는 욕심이 생겼다.
지식인들이 공개하는‘나만의 즐겨찾기 秘급’
=기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그 눈을 통해서라면, 온라인 세상에 익숙지 않은 독자에게도 부담없을 그 입을 통해서라면, 유명인사들의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이 흔치 않은 경험을 보다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독자를 그 경험의 장으로 초대한다.=

한참을 망설였다. 끝내 이 자리에 선 건 모두 딸녀석 때문이다. 기자가 돼 한동안 ‘마와리’를 돈다며 매일같이 경찰서에 데려다달라 하더니만, 이번에는 함께 기사를 써보잔다. 그것도 인터넷에 대한 기사를! 이글을 읽는 내 연배들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아버지가 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난 못 한다. 환갑이 넘은 나이, 자꾸만 약해지는 마음 탓인지 아이들도 영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 한숨 쉬는데, 그동안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던 딸아이가 참으로 간만에 환하게 웃으며 하는 부탁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인터넷 할 줄 모른다. 컴퓨터로 고스톱을 친다는 친구들 말에도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집사람이 인터넷으로 초등학교 동문회 홈페이지를 찾아봐달라고 했을 때는 공연히 자존심이 상해 “청소나 좀 하라”며 큰소리쳤다. 어엿이 대학 나와 남한테 사장님 소리 듣는 내가 모르는데, 살림만 아는 집사람이 알다니…. 물론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동문회 홈페이지가 따로 없다니 사실 배울 필요도 없지 뭐. 어릴 적 풋사랑은 가슴에 품는 거지 컴퓨터 속에서 찾는 게 아니지 않은가.

어쩌다 집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안개 낀 장충단 공원’ 같은 옛 노래가 흘러나오면 배워볼까 싶기도 했지만, 기회가 영 마땅치 않았다. 애들한테는 “눈 아프고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불편해 안 배우는 것뿐”이라고 우겼지만, 이렇게 아예 컴퓨터와 담을 쌓고 살다간 집에서 1인자 자리를 찾기란 영영 불가능할 것도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불같은 내 성격을 아는 아이들 누구도 컴퓨터를 배우라고 성화를 부리진 않았다. 그런데 그게 또 아이들이 내게 아예 관심도 없기 때문인 것 같아 서운한 것이다. 그러던 중에 기자가 된 딸이 “인터넷 잘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그런 고급 정보를 얻는지 알아봐 달라”니 못 이기는 척 응할밖에. 그렇게 해서, 딸아이가 신문만 들춰보면 나오는 사람들과 잡은 약속에 끌려 나갔다. 이외수, 공병호, 박경철, 최윤희, 이어령, 김영철, 홍정욱…. 몇몇 지나치게 바쁜 이와는 전화통화도 했다. 암, 다들 한창 바쁠 만한 분들이지. 내가 언제 또 이런 이들을 만나보겠는가.

▼ 홍성지 _ 바둑7단의 온라인 무림(武林) 정복기

“거참, 프로 바둑기사들도 인터넷으로 노네”


지식인들이 공개하는‘나만의 즐겨찾기 秘급’

사진제공 스포츠동아

찾아보니 홍성지(21) 7단은 지난 7월27일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겨 화제가 된 신예기사다. 나도 바둑을 좀 두긴 하지만 단수가 있다고 말하기는 쑥스러운 정도다. 군대 있었을 때 장기 두면서 바둑 같이 뒀던 수준 이랄까. 그렇기에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꼬마를 만나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그것도 인터넷을!)” 청하기란 영 쑥스러웠다.

사실 홍성지 기사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처음 배우고 중3 때 프로기사 자격증을 딴 ‘신동’ 수준의 프로라서 반가웠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바둑계에서 유망한 한 청년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이창호 9단이나 이세돌 9단 같은 대가를 만나면 더 좋겠지만, 한국기원 관계자는 인터넷 하면 이 선수라며 홍 7단을 적극 추천했다.

그래서 상왕십리로 찾아가 홍성지 7단을 만났다. 한국기원, 충암연구실, 왕십리연구실이 모여 있는 이곳은 바둑인들의 아지트라고 했다. 갓 10대를 넘은 나이, 왼쪽 귓바퀴에 매달린 은색 귀고리가 잠깐 거슬렸지만, 어쩌겠나, 내가 나이 든 탓이려니 하고 귀엽게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 또래 애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여유 있는 발걸음이나 느린 말투 덕인지 인상도 좋아 보였다. 어깨에 걸친 손바닥만한 보조가방에 지갑이며 차 열쇠를 넣어두는 모습에서 흡사 나 같은(!) 차분함을 느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만 그런 건 아니었다. 홍 7단도 자랄 때 컴퓨터 게임을 많이 했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전주에서 서울로 전학 와 하루에 10시간씩 바둑을 배우는 동안 쉬는 시간만 되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단다.

“주변에서는 준프로대회에 나가라 했어요. 정말 잘했거든요. 워크래프트는 아시아랭킹 200위였고요.(웃음)”

게임 이름을 잘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자랑하는 걸 보니 대단한 게임이긴 한가 보다.

그러고 보니 이 청년, 지금도 게임 없이는 죽고 못 사는 듯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게임 종목이 바둑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프로기사가 되면 자신이 알아서 시간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에 상왕십리에 와서 1시간 기보 보고, 3시간 바둑 두고, 1시간 연구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다. 그럼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 그게 인터넷이다.

“바둑 게임을 했어요. 저희는 놀아도 바둑 주변에서 놀거든요. 항상 그 언저리에서 어슬렁거리며 바둑의 원리를 몸으로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게임을 하게 된 것도 그래서고요.”

홍 7단은 처음 컴퓨터를 켜면 ‘사이버 오로(www.cyberoro. com)’라는 사이트에 들어간다고 했다. 바둑게임 사이트가 많다지만 이곳이야말로 그만의 비밀기지인 셈이다.

“베팅도 할 수 있지만, 상업적이지 않고 진지한 분위기가 좋아요. 무엇보다도 바둑 뉴스를 보면서 바둑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좋죠. 한국리그 생중계도 다시 볼 수 있고 기보도 많으니, 저처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제격이에요.”

그 다음으로 자주 가는 사이트는 넷마블 바둑 (www.baduk.netmarble.net)한게임 바둑(www.baduk.hangame.com)이란다. 바둑강좌도 많고 성적이나 랭킹도 잘 나타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사이트에는 게임이 활성화돼 있어 좋아한단다. 그래서 한 판에 얼마나 돈을 베팅하느냐고 물었더니 10억원이란다. ‘정말 인터넷은 무섭구나’ 생각하는 찰나, 그가 이렇게 덧붙인다.

“당연히 사이버 머니 10억원이죠. 제 전체 재산은 400억원 정도 되죠. (웃음) 실제로는 별 가치가 없어요. 돈으로 바꾸는 사람도 없고, 우리끼리 실력 쌓으려고 재미 삼아 하는 거니까요.”

홍 7단의 말로는 그말고도 많은 프로 바둑기사가 인터넷으로 게임을 한단다. 전체 프로기사가 240명이고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40명쯤 되니까, 최소한 40명 정도의 프로기사는 인터넷으로 바둑을 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바둑대회에 참가하려면 대회를 주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게임을 해야 해요. 최소한 30번 정도? 물론 사람마다 실력도 제각각이죠. 예전에는 모르는 아이디(ID)가 나타나면 그 사람의 실력을 알아보기 쉽지 않았지만, 요새는 아이디 옆에 성적이 주욱 떠요. 기보도 뜨고요. 그러니 일일이 검색해보지 않아도 제 실력에 맞는 적수를 찾을 수 있죠.”

사람과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 것이나 인터넷 화면을 통해 바둑을 두는 것이나 바둑 이기는 마찬가지란다. 내게는 답답한 노릇이지만, 요즘 프로기사들은 이렇게도 실력을 쌓나 보다.

“놀아도 바둑 주위에서 놀면 얻는 게 있겠죠.(웃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매일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은 좋은 친구들이 주위에 늘 있었다. 젊을 때는 그런 친구들이 공연히 얄미웠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 친구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놀면서 배웠던’ 것이다. 홍성지 7단도 그랬다. 비록 나보다는 마흔 살이나 어리지만, 그는 어떻게 해야 배움을 얻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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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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