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밀턴 사상으로 본 인터넷 표현의 자유

“진리와 허위가 자유롭게 논쟁케 하라 억압치 마라”

  • 현택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loveme@korea.ac.kr│

    입력2009-05-0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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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턴 사상으로 본 인터넷 표현의 자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0)씨가 지난 1월10일 구속됐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구속사건 이후 ‘표현의 자유’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인터넷이란 매체의 출현이 가져온 각종 역기능에 대한 논쟁은 많았지만, 평범한 네티즌이 전격 구속되는 사건이 몰고온 후폭풍은 이전보다 더 깊고 넓게 퍼졌다. 논란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다.

    현대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개인이 자유롭게 접근하며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매체는 바로 인터넷이다. 여기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만큼 보장되어야 우리의 민주시민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란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만 다를 뿐 사실상 인간은 오래전부터 출판물이란 전통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왔고 종교적 이유 혹은 정치적 이유로 탄압을 받는 출판 검열의 문제가 있어왔다. 물론 당시 논란의 핵심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 문제였다.

    출판 검열과 사상 표현의 자유 논쟁은 360여 년 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시인이자 사상가인 존 밀턴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출간한 팸플릿 ‘아레오파지티카’에서 검열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오늘날과 비교할 때 매체의 종류만 다를 뿐, 사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나 논란의 핵심은 당시 논란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렇다면 밀턴이 검열을 비판하고 사상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밀턴의 주장은 이랬다.



    “진리는 자유롭고 자율적일 때가 특별하게 정해진 논리나 사고의 방법에 묶여 있을 때보다 더 빨리 그 자신을 드러내 보인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인터넷은 가장 자유롭고 자율적인 매체임이 분명하다.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접속되는 인터넷이야말로 현대정보사회에서 가장 접근이 용이하고 사용 또한 자유로운 매체인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공식기관의 일방적 메시지도 있지만 개인 간, 집단 간 활발한 의사소통으로 다양한 의견과 사고가 공존한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은 분명 특별한 논리나 사고가 지배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정보교환과 의견논박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렇게 볼 때 인터넷은 밀턴이 말하는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유와 자율의 조건을 갖춘 좋은 매체라고 할 수도 있다.

    밀턴의 팸플릿 ‘아레오파지티카’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태생적인 한계와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익명의 인신공격과 허위사실이 유포돼 주변 사람들이 폐해를 받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 등이 그렇다. 인터넷은 한 개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죽음으로 까지 몰 수 있고 무서운 살인무기처럼 비치기도 한다. 나아가 인터넷은 허위사실 유포와 선동으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정부를 조롱하며 국가 전체를 일시적 혼동과 무질서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나 탤런트 최진실의 자살 등은 인터넷의 약점이 드러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인터넷상의 자유와 진리 추구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으니 당연히 인터넷상의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밀턴은 마치 이런 상황을 예측한 듯한 주장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이런 주장이다.

    “악한 풍습은 책이 아니더라도 막을 수 없는 수천 가지 방식으로 완벽하게 가르쳐지는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얼마든지 기만할 수 있는 허가제로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공원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까마귀들을 가두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런 용감한 사람으로 비유하지 않을 수 없다.”

    흰 비둘기와 까만 까마귀들이 함께 날고 있는 현실사회처럼, 인터넷은 진리와 허위,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혹자는 인터넷의 해악 때문에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보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필요하면 타인과 국가사회에 피해를 준 네티즌은 인신구속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밀턴이 설명하는바 “널리 퍼질 수 있는 나쁜 영향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밀턴은 이에 대해 “그런 것(나쁜 영향)이 두렵다면 이 세상의 모든 학문과 종교문제에 대한 논쟁은 전부 제거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 성경까지도 그래야 한다”고 반박한다. 허위와 해악 때문에 개인 간, 집단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공간을 제약할 수는 없다는 게 밀턴의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허위와 악은 피하고 억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리와 선과 함께 경쟁하면서 자연적으로 퇴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턴은 사상의 자유 이론을 갖고 있었고, 자유 공론의 장에서 진리의 승리를 믿었던 것이다. 밀턴은 또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다.

    “우리가 진리의 힘을 의심하여 허가와 금지를 하는 것은 유해한 일이다.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을 하도록 하라. 누가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는가. 진리의 논박이 허위를 억제하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종교개혁 당시 다양한 성경 해석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듯이, 오늘날 진리에 접근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열어두어야 한다. 그 누구의 방법이 옳고 오류가 없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인터넷은 바로 그런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의견 주장에 있어서 제도권 권위나 경직성은 별로 인정되지 않는다. 의견 표현에서 누구나 오류 없이 진리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말하면 딱히 정통이나 이단이 따로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비교적 표현의 자유를 많이 누리고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공간도 권력이나 경제적 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힘은 인터넷상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거나 탄압하고 특정 의견을 강요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억압하는 권력이나 권위는 오히려 네티즌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밀턴 사상으로 본 인터넷 표현의 자유
    현택수

    1958년 서울 출생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 사회학 박사

    現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저서 및 논문 : ‘일상속의 한국문화’‘그래도 나는 벗기고 싶다’‘문화복지와 문화복지정책의 개념에 관한 연구’ 등 다수.


    인터넷상의 비교적 ‘똑똑한 대중’의 의견 주장이 보장되고 개인적 표현을 존중하는 것이 국민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란 이런 자유로운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가 정책이나 정치적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게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국민복리 이념에 부합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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