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장취재

신종플루와의 전쟁

과장보도가 빚은 ‘가상의 공포’와 왕따의 비극

  • 김지은│자유기고가 likepoolggot@empal.com │ 촬영협조·중앙대 용산병원

신종플루와의 전쟁

1/3
  • 신종플루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아이를 둔 학부모는 플루 공포에 휩싸였다. 플루 감염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감염 사실만으로 주변에서 배척당하는 ‘왕따’ 현상. 의사들은 과장된 보도와 억측이 신종플루에 대해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아닌 가상의 플루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종플루의 실체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신종플루와의 전쟁
지난 8월15일 첫 번째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가 보고된 이후 신종플루로 사망한 환자의 수는 10월10일 현재 1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9월에 1만5000여 명이던 신종플루 누적 확진 환자 수도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일반적인 계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전파 경로가 유사한 신종플루의 감염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게 거점병원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의 경우 신종플루 발생 초기 신종플루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하루에도 자그마치 100명을 넘었다. 약간의 감기 증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 탓에 정작 긴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진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는 얘기가 소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신종플루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그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나친 호들갑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금세 들끓었다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 안전불감증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신종플루든 독감이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험한 질병인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감기와 비슷한 증세라 여겨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거점병원의 신종플루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지금까지 언론취재를 통해 알려진 신종플루에 대한 정보가 상황을 부풀려 보도하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데 치중한 점이 있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합병증의 위험이 있고,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증세가 악화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신종플루보다 사망 확률이 훨씬 높은 폐렴과 독감을 제치고 마치 신종플루에 걸리기만 하면 모두 대책 없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취재를 위해 접촉한 병원들 중에는 언론 취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 많았다.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목을 끌기 위해 과장보도를 일삼은 덕에 사회적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신종플루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김미연(가명)씨는 병원 내 신종플루 검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신종플루 환자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도 감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신종플루 발생 초기에는 자기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하면 마치 사망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울고불고 난리 치는 부모가 적지 않았어요. 제때 발견해서 약만 먹으면 쉽게 낫는 질병을 오해한 거죠. 건강한 사람이라면 신종플루에 감염되고도 모른 채 지나갈 정도로 증세가 미약할 수 있어요.”

실제로 서울 거점병원들의 신종플루 격리병동에서 몇 달째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 대부분이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았으며, 설령 걸린 이들도 타미플루 처방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되었다. 한때 문제가 되었던 신종플루 관련 병동에서 일하던 의사들의 집단 감염 사태 역시 타미플루 복용으로 큰 문제없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보다 사회적으로 확산된 공포의 무게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무조건 병원에 격리 조치하라는 지침이 정해지기도 했지만 현재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집에서 휴식하며 회복 기간을 갖는 자택 격리 형태로 치료받고 있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는 증세가 심각하나 체력 저하가 심한 경우, 그리고 본래 지병이 있어 합병증이 우려되는 고위험군의 환자인 경우다.

교문 막아선 학부모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등하굣길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해 고열이 있을 경우 보건교사와 상담해 신종플루 증세가 확인되면 병원으로 보내거나 귀가 조치한다. 하지만 증세가 확인된 학생들 부모와 그렇지 않은 학생들 부모 사이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가 ‘왕따’당할까봐 학부모가 확진 판정 사실을 숨기고 아이를 억지로 학교로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물론 환자의 부모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고열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확진 판정을 받든 받지 않든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에도 일단 신종플루 증세가 확인되면 타미플루 처방을 해주므로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편이 낫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격리하면 아이의 불안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까지 동요해 감염 우려가 없는데도 분위기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발생하는 신종플루 왕따 현상은 몹시 심각하다.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학생이 치료 후 완치판정을 받고 학교에 복귀했으나 다른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교문을 막아서는 바람에 해당 학생이 전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신종플루의 공포가 심하던 초기에 감염된 학생 중에는 실제로 친구는 물론 선생님으로부터도 왕따를 당하면서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 일선 교사의 증언이다. 충분한 휴식과 치료로 완치된 상태에서 아이를 학교로 보냈지만 학교장이 직접 나서서 학부모에게 등교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사례도 있다. 이 학부모는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학교에 다시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다른 핑계를 대며 달래는 것이 더 마음 아팠다”고 고백했다.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해도 소문으로만 듣던 왕따를 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해 난감했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을 꺼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다른 학생들에게 행여 바이러스를 전염시킬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완치 후에 학교에 돌아온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죠. 게다가 한번 그렇게 발병이 되면 학급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교사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1/3
김지은│자유기고가 likepoolggot@empal.com │ 촬영협조·중앙대 용산병원
목록 닫기

신종플루와의 전쟁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