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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 노벨상 앞에 당당하라!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과학 한국’, 노벨상 앞에 당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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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은 과학 분야 노벨상을 한꺼번에 2명씩 받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15명이나 받았는데 왜 한국인은 1명도 못 받나?
  • 이런 식으로 추궁한다면 ‘인류를 위한 공헌’이라는 노벨상의 취지는 무색해진다. 과학 영재를 키우자, 기초 과학을 육성하자는 주장도 개인의 영달과 국가의 영광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속물스럽기만 하다.
‘과학 한국’, 노벨상 앞에 당당하라!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잇달아 발표됐다. 생리의학상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로버트 에드워즈에게 돌아갔다. 이른바 ‘시험관 아기’를 만드는 체외수정 기술 발명 공로가 뒤늦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의 기술로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400만명이 넘는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를 낳을 수 없었던 수많은 불임 부부에게 축복을 준 것이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은 그의 수상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어떻게 인류에게 기여한 공로라고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나름대로 이해는 간다. 무엇보다도 에드워즈는 아기를 잉태하고 낳는 신비하고 성스러운 행위를 인간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는 단순한 물질적 과정으로 전락시켰으니까.

하지만 당시 온갖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 기술은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부분은 있으나 지금은 윤리적 논란에서 거의 벗어나 있다. 그만큼 친숙해졌을 뿐 아니라, 배아줄기세포나 복제 같은 훨씬 더 큰 논란을 빚는 기술들이 등장한 덕도 있다. 게다가 사실 인공수정을 통하든 자연잉태를 하든 간에 아기를 갖는 행위 자체는 여전히 신비하고 성스럽다. 기술이 개입된다 해도 아기를 갖는 각각의 부부가 느끼는 신비로운 경험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물리학상은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영국 맨체스터대에 재직 중인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공동 수상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이다. 이들은 연필심의 성분인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흑연은 종이 묶음처럼 탄소로 이뤄진 얇은 판이 층층이 겹쳐져 만들어진다. 각 층의 탄소들은 벌집무늬를 이루는데, 탄소 원자 하나 두께의 이 얇은 층을 그래핀이라고 한다. 그래핀은 지금의 실리콘 반도체를 훨씬 능가하는 소재다. 그래핀은 강철보다 튼튼하면서도 얼마든지 구부릴 수 있으며, 그 안에서는 전자의 이동 속도가 아주 빠르다. 따라서 그래핀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면서도 작고 안정된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스카치테이프로 노벨상 탔다?

‘과학 한국’, 노벨상 앞에 당당하라!
문제는 원자 하나 두께의 얇은 판을 만든다는 것이 이론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것. 그런데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스카치테이프 하나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테이프를 붙였다 떼자 그래핀 한 층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정말 장난스럽기 그지없는 창의적인 발상이었다. 이들의 연구는 2004년 ‘사이언스’에 실렸다.

그로부터 겨우 6년 만에 그들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됐다. 체외수정 기술을 찾아낸 에드워즈는 노벨상을 타기까지 무려 42년이나 걸렸는데 말이다. 아마 최근 들어 그래핀이 꿈의 신소재로 각광을 받으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데 힘입은 모양이다.

두 사람의 노벨상 수상은 1987년 요하네스 베드노르츠와 카를 뮐러가 고온 초전도체 실험 결과를 발표한 지 18개월 후 노벨상을 받은 이래로 가장 빨리 받은 것이다. 가임은 10년 전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킨 연구로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엉뚱한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런 내용만 들어도 두 연구자가 얼마나 재미있는 인물인지 짐작이 간다. 그래핀은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지금으로선 그들이 과학은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는 측면에 더 높은 점수를 줘도 될 듯싶다.

화학상은 미국 델라웨어대의 리처드 헤크, 퍼듀대의 네기시 에이이치, 일본 홋카이도대의 스즈키 아키라가 각자 독자적으로 탄소 원자들을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연구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탄소는 유기물의 주성분이며,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온갖 복잡한 분자들을 만든다. 생물은 체내에서 복잡한 생화학 단계를 거쳐 수많은 탄소 화합물을 만들지만, 인공적으로 그런 화합물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반응이 복잡한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순물도 많다. 이들은 금속인 팔라듐을 촉매로 삼아 그 반응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각종 화학약품, 의약품 등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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