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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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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현상과 경제는 닮은 데가 있다.
  • 평소엔 어느 정도 예측이 들어맞는다.
  •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엔 전혀 맞지 않고 삶은 파국으로 내몰린다.
  • 기습 폭우, 지진, 쓰나미, 금융위기가 그런 것들이다.
  • 언제쯤 과학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이런 운명을 정확히 예측해낼 수 있을까.
과학은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코엑스몰 일대.

11월11~12일 이틀간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뭐니뭐니 해도 ‘환율’이었다. 근본적으로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러일으킨 전세계적 갈등을 봉합하려는 시도다.

금융위기 직후 세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하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풀어 경기 부양에 힘쓰는 반면 중국, 인도, 호주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각국은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저마다 환율에 손을 대고 있다. 다음 위기는 환율 갈등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환율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환율 문제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위기가 해결될까? 나아가 경제위기가 합의를 본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위기란 애당초 왜 일어난 것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석학이 시시각각 세계 경제 동향을 주시해왔고 분석해왔지만 위기의 주기는 점점 단축되는 느낌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쏠린 눈

일부 사람은 위기 자체를 예측한다. 그러나 그의 예측이 늘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예측이 항상 정확하다면 인간은 그의 입만 보고 살면 된다. 그러나 지구상에 그런 인간은 없다. 거의 모든 전문가는 가끔 맞기도 하고 가끔 틀리기도 하는 존재일 뿐이다. 따라서 위기에 앞서 이를 정확히 예견하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이를 두고 ‘인류는 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견한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7년 ‘검은 백조(Black Swan)’라는 책에서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서 검은 백조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예측 범위를 벗어난 극단적인 값을 의미한다. 우리가 보는 백조는 다 흰색이므로 검은 백조가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지만 흑조는 있을 수 있다. 9·11테러와 같은 일이 검은 백조에 해당한다.

검은 백조가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인간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리적인 범위’란 무엇일까? 지난 9월21일 추석 연휴 광화문광장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긴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하루 강수량이 약 26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자 그렇게 됐다. 서울시는 100년 만의 폭우 때문이라고 한다.

하수관거나 우수관거의 지름, 폭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설계된다. 지난 10년, 30년, 100년간 강수량 자료를 토대로 웬만한 기간에 걸쳐 넘치지 않을 정도의 용량을 산정하는 것이다. 인구가 수천 명에 불과한 동네 우수관거를 10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강수량을 토대로 설계한다면, 자원의 낭비일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짧은 기간의 자료를 토대로 삼았다가는 해마다 물난리가 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도시공학자나 하천공학자의 눈에는 검은 백조가 출현하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다. 그저 1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인지, 1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인지의 차이일 뿐이니까. 고려하는 기간을 좁힐수록 합리적인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더 늘어난다. 검은 백조는 ‘미증유의 사건’이라는 의미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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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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