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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소프트 지식재산의 부상 시장 선점 놓고 전략적 ‘기 싸움’

  • 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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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차 세계대전.’ 최근 글로벌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기업 간 특허 분쟁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특허괴물’의 희생양이었던 국내 대기업들은 ‘특허 전사’를 키우며 공격적 대응에 나섰다. 소송 제기부터 합의까지 득실을 치밀하게 따져 대결에 나서는 글로벌 특허 전쟁의 모든 것.
애플-삼성 맞고소로 본 기업 특허 전쟁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S(왼쪽)의 외관이 아이폰과 유사하다며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를 주장했다.

“디지털 제왕(帝王)’들의 특허 전쟁이 시작됐다. 선제공격을 한 건 애플이었다. 4월15일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폰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삼성이 모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애플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디자인과 상품 외장(外裝)을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특허. 둥근 모서리, 통화·메시지·사진 등의 아이콘, 사용자환경(UI), 겉포장 등의 유사성을 주장하며 모두 1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지난 3월 아이패드2 발표행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에 대해 ‘모방꾼(copycat)’이라고 독설을 날리며 각을 세웠다. 그 신경전이 이제 법정으로 이어졌다.

삼성의 역공(逆攻)은 신속했다. 애플의 제소 6일 만에 삼성전자는 한국, 일본, 독일 3개국 법원에 애플을 맞제소했다. 삼성의 공격 무기는 통신특허. 침해 사례는 10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침해한 특허에 대해 “데이터를 전송할 때 전송효율을 높이는 HSPA(고속패킷전송방식) 통신표준 특허, 데이터를 보낼 때 수신오류를 감소시키는 WCDMA 특허, 휴대전화를 데이터 케이블로 연결해 PC로 무선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한 특허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전략상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4월27일(현지시각) 미국 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조건이 많아 제소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문제 삼은 특허는 모두 10건. 터치패널 문자입력 방법에 관한 특허, 부드러운 화면 전환 방법에 관한 특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삼성은 미국 법원에서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수비’와 “애플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공격’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양분하는 두 ‘IT(정보기술)분야 거인’의 충돌은 특허 분쟁이 경영전략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소송의 승패를 떠나, 전방위적인 특허 공격은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수단이 된다.

‘짝퉁’ 취급으로 이미지 타격 입혀

소송 자체는 애플의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스카 세건(Sascha Segan) PC 매거진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소장이 조잡하고 두려움에 차 있다”며 “애플의 일부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송이야말로 최상의 칭찬’이라고 비꼬았다. 애플의 소송에 대해 ‘안드로이드폰 성장을 견인한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종의 ‘위협 효과(chilling effect)’를 노린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을 선보인 애플은 휴대전화 제조 후발주자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전화 기술을 따왔다. 애플 역시 다른 기업의 특허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삼성의 맞소송을 예상하고도 애플이 강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이 핵심자산으로 여기는 독창적 디자인을 삼성이 모방했다고 판단해서다. 소비자가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사용자의 편의를 배려한 간결한 디자인’이다. “아이폰이 영혼이 담긴 ‘샤넬백’이라면, 갤럭시S는 A급 짝퉁 ‘채널백’ 같다”는 한 소비자의 고백이 이를 대변한다.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대표변호사는 애플의 계산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지금까지 세계적 IT기업들은 주로 제품의 기능을 놓고 특허소송을 벌여왔다. 반면, 상품의 외관을 뜻하는 트레이드 드레스나 디자인은 카피(copy) 제품에 소송을 걸 때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애플은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 제품을 ‘짝퉁’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삼성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자 한 것 같다.”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는 기술 특허를 싼값에 사들인 뒤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을 받아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높은 매출과 특허 보유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특허 소송 전담 인력이 부족한 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특허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최지성 부회장 직속으로 특허 소송을 전담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센터를 설치했다. IP센터 구성원을 포함해 특허 관리 인력은 450여 명에 달한다. 이는 2005년 250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 변호사 안승호 부사장이 IP센터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 가능성을 간파하고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와 LCD 등 전자부품을 대량구매하는 애플 관계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삼성이 애플의 특허기술을 침해하는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애플의 소송을 무력화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했다. ‘발목잡기’식 특허소송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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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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