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태블릿, 포스트 PC를 꿈꾸다

  • 김지현│IT 칼럼니스트 http://oojoo.co.kr

    입력2011-05-19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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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블릿PC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대표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그간 2000만대나 팔렸다. 올해 전세계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7000만대로 추정되며, 내년에는 1억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PC 판매량이 연간 4억대 정도니 내년이면 태블릿PC가 전체 PC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 3개월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대로 PC 판매량인 9200만대를 넘어섰다. PC는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3년 후, 회사와 가정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던 PC는 과연 어떻게 될까?

    대체재 VS 보완재

    태블릿, 포스트 PC를 꿈꾸다

    키보드를 연결해 입력이 더욱 편리해진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태블릿PC는 휴대하며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기기다. 4인치의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크며 노트북처럼 쉽게 휴대할 수 있다. 태블릿PC의 크기는 7인치부터 10인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패드의 크기는 10.1인치다. 노트북 컴퓨터는 그 크기가 14인치 정도지만, 휴대하기 편리한 넷북은 11~14인치 크기가 일반적이다. 태블릿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태블릿은 ‘넷북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며 노트북 시장을 부분 잠식하고 있다.

    물론 태블릿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에 비해 컴퓨팅 파워가 떨어지고 속도가 느리다. 또한 풀 터치 방식의 풀 스크린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키보드가 없어 타이핑이 불편하다. 특히 기존 노트북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들(한글, MS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을 사용할 수 없어 컴퓨터와의 호환성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태블릿은 컴퓨터의 대체재로서 상대가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한 태블릿의 본격적인 등장은 이제 1년이 됐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인터넷 사용 습관 변화가 말해주듯, 태블릿PC가 널리 보급되면 우리의 컴퓨팅 사용 습관과 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굳이 윈도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닌 다양한 브라우저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태블릿PC의 보급과 함께 컴퓨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나 특정 브라우저 없이도 어떤 디바이스에서나 컴퓨팅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더 빨리 다가오게 될 것이다.



    태블릿, 포스트 PC를 꿈꾸다

    노트북 컴퓨터를 대신하는 모토롤라의 스마트폰 ‘아트릭스’.

    특히 부족한 컴퓨터 성능과 입력 장치의 불편함, 작은 스크린 등 태블릿PC의 한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성능이 강력해지고 있다. 듀얼 CPU(중앙처리장치)가 장착되면서 키보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가 등장하고 있다. 커다란 모니터와 연결해서 컴퓨터처럼 커다란 화면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젝터와 연결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도 있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가정에서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소파나 침대, 식탁, 거실이나 주방 어디에서나 태블릿PC를 쉽게 사용한다. 태블릿PC의 등장으로 방 안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PC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비즈니스 전용 태블릿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로서도 초기 투자비와 유지, 운영비가 비싼 컴퓨터보다는 태블릿이 훨씬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외근을 하거나 사내에서 이동이 잦은 직장인들도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태블릿을 선호한다.

    스마트폰 습격에 맞서는 PC의 자세

    태블릿, 포스트 PC를 꿈꾸다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노트북 컴퓨터로 3단 변신이 가능한 컴퓨폰.

    스마트폰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우리의 인터넷 사용 습관은 크게 바뀌었다. 집에서조차 컴퓨터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뉴스나 정보를 검색한다. 컴퓨터를 켜려면 적어도 30초 이상의 부팅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스마트폰은 켜는 순간 원하는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늘어갈수록 컴퓨터의 존재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 거창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문서작성이나 사진편집, 영상편집, 쇼핑, 홈뱅킹이 아닌 간단한 인터넷 작업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70만~90만원대의 스마트폰은 웬만한 컴퓨터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일부 스마트폰은 노트북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모니터, 키보드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싼 컴퓨터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향후 출시될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CPU와 메모리, 그래픽 코어가 장착될 전망이다. 이미 스마트폰에는 컴퓨터에 없는 다양한 센서가 내장돼 있다. 조도센서, 자이로스코프, 무선인터넷(WiFi), 지자기센서, 블루투스 같은 다양한 센서와 칩 덕분에 컴퓨터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똑똑한 스마트폰은 커다란 스크린과 각종 입력 장치를 연결하면 컴퓨터 못지않은 성능과 기능,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 좀 더 강력한 사용자 체험을 원하면 커다란 TV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면 된다.

    태블릿, 포스트 PC를 꿈꾸다

    TV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

    이미 40인치가 넘는 TV 스크린에 작은 스마트폰을 HDMI 케이블로 연결하면 TV를 똑똑하게 변신시킬 수 있다. 작고 불편했던 스마트폰이 금세 컴퓨터와 같은 성능을 갖추게 된다. 스마트폰마저 PC의 존재를 위협한다. 사실 집과 회사에 있는 컴퓨터는 TV처럼 업그레이드, 교체 시기가 길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컴퓨터가 출시되면서 1~2년에 한 번씩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했지만, 지금은 TV처럼 5년이 넘어도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 더욱 빠른 컴퓨터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는 식어가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를 켜는 시간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공백을 스마트폰이 메워가는 형국이다.

    PC로 인해 밀려난 거실의 TV마저 PC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TV는 ‘스마트TV’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스마트TV는 PC처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TV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셋톱박스(애플 iTV, 구글TV, Boxee 등)는 TV 스크린을 PC에 연결된 모니터처럼 변신시켰다.

    이러한 스마트TV는 PC를 위협하고 있다. 거실에서마저 TV로 웹을 사용할 수 있으니 PC의 주된 용도인 인터넷 사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태블릿PC로 인해 노트북 컴퓨터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가 데스크톱PC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PC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PC가 지금처럼 가정과 회사에서 핵심 기기로서의 자리를 지키려면 다른 기기가 제공하지 못하는 강점을 지켜야 한다. 즉 PC의 특징인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면서,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개인이 생산, 소유한 디지털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 사용할 수 있는 ‘퍼스널 클라우드(Personal Cloud)’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나 다른 기기에 뺏기는 순간 PC의 설자리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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