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제조업 무시, 기술개발 소홀…LTE, 묘책 될까?

LG 휴대전화 끝없는 하락 다섯 가지 이유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1-23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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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무시, 기술개발 소홀…LTE, 묘책 될까?

    10월10일 론칭한 LG전자의 고화질 LTE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

    LG전자, 또 적자다. LG전자는 10월26일 올 3분기 영업손실이 31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1852억원), 4분기(-2457억원) 연속 적자를 낸 후 올 1분기(1308억원), 2분기(1582억원)에 연속 흑자를 냈지만 다시 적자에 빠진 것.

    11월3일 LG전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LG전자의 유상증자 발표로 11월3일 하루에만 주가가 13.73% 떨어졌다. 이에 앞서 10월 중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LG전자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한 등급 강등했고, 무디스도 LG전자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LG전자 3분기 실적에서 TV 부문인 홈엔터테인먼트(HE·1011억원),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맡은 홈어플라이언스(HA·701억원), 에어컨 등 에어컨에너지솔루션(AE·14억원) 부문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가 1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 MC 부문은 2010년 2분기 이후 여섯 분기 연속 적자다.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6위, 점유율 5.6%에 머물렀다. 애플(18.5%)에 삼성전자(17.5%)가 1%포인트 차로 따라붙고, 노키아(15.2%), RIM(11.4%), HTC(11%)가 그 뒤를 이었다. 2010년 1월 “2012년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LG전자, 왜 이런 위기를 맞은 걸까?

    ▶제조업·기술 경시, 스마트폰 초기대응 늦어져



    2007년 1월 LG전자 CEO로 취임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대표적인 제조회사인 LG전자를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품개발(R·D)보다 마케팅, 디자인에 방점을 찍었다. 인력을 재배치했고 30~40대 젊은 마케터와 외국인을 과감히 채용했다.

    자연히 R·D는 소홀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2008년 LG전자의 영업이익이 높았던 이유는 R·D 인력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임원진은 단기성과를 중시하면서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말자는 쪽이었다. 투자 대비 이익을 최대화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LG전자 사업전략은 ‘좀 더 편리한 UI(사용자환경)’를 만드는 데 집중됐다. 모토로라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 ‘모터로이’를 내놓고, 삼성이 바다 등 자체 OS를 만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두 트랙 전략’을 구상할 때, LG전자는 ‘피처폰 화질 개선’에 집중했다.

    2007년 LG전자가 경영 컨설팅을 의뢰한 모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 ‘고품질(high-end) 피처폰’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 역시 장기적으로 LG전자에 득이 되지 못했다.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최초 출시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조금씩 확대됐다.

    2009년 하반기 LG전자는 아레나폰, 초콜릿 투 등 ‘하이엔드 피처폰’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 대해 전 LG전자 개발자는 “스마트폰도 피처폰도 아닌 괴물”이라고 평했다. 아레나폰은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없었고 GPS 기능도 안 됐다. 그러면서 70만원 이상 고가에 판매됐다. 그 개발자는 “내가 보기에도 ‘아니다’ 싶은 제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 출시되면서 아레나폰 등은 바로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 유럽 경제위기를 빗대 LG전자 휴대전화의 위기를 설명했다. 금융, 서비스, 마케팅 위주의 산업을 키워온 유럽 국가 대부분이 극심한 경제 위기에 휩싸였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마케팅 등에 치중해 제조업을 등한시하던 LG전자의 ‘유산’은 지금도 존재한다.

    ▶여전히 떨어지는 기술력

    제조업 무시, 기술개발 소홀…LTE, 묘책 될까?

    LG전자 차세대통신연구소 LTE연구팀. LG전자는 가치 있는 LTE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최근 1년간 LG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리즈는 총 9종. 이 중 손에 꼽히는 히트모델은 하나도 없다. 한 IT전문가는 짧게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IT제품은 시장에서 6개월 단위로 회전하기 때문에 한번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 어렵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TV, 카메라, MP3,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모든 전자제품 기능이 집약된 매우 복잡한 기계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LG전자는 여전히 R·D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R·D 인력은 6000여 명으로 삼성전자의 3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OS를 다루는 기술이나 노하우 등은 삼성전자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해 R·D 인력만 1000여 명을 보충했다. 현재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R·D 인력은 감축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파트너 MS의 몰락

    2009년 2월16일 남용 당시 LG전자 부회장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는 LG전자가 MS 윈도모바일 OS를 기반으로 2012년까지 50여 종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내용의 ‘포괄적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당시 남 부회장은 “윈도 모바일 OS를 사용한 LG전자 스마트폰은,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MS의 OS를 기반으로 한 LG전자 옵티머스7은 발표 20개월 후인 2010년 10월에야 출시됐다. 이미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후였다. 품질 측면에서도 “PC용 OS를 크기만 줄여 스마트폰에 ‘우겨넣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마트폰의 핵심 생태계인 ‘앱 스토어’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2분기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에서 MS 윈도모바일(1.6%)은 삼성전자의 ‘바다(1.9%)’에 추월당했다.

    MS의 고전으로 그 파트너 LG전자는 스마트폰으로 ‘치고 나갈’ 시기를 놓쳤다. 김운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 내부적으로 ‘구글 OS 안드로이드는 여기, 저기서 다 이용하고, 아직 OS로서 검증되지 않았으니 우리는 PC에서 인정받은 MS로 가자’는 의사 결정을 내렸는데 이게 패착(敗着)이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은 안드로이드 대 아이폰으로 갔고, LG전자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졌다.

    ▶‘LG전자는 늦다’ 굳어진 이미지

    LG전자가 2010년 3월 내놓은 국산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 ‘안드로-1’은 출시와 동시에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당시 안드로이드폰 애플리케이션은 최신 OS인 2.1 위주로 개발되고 있었는데 ‘안드로-1’은 OS 1.5를 탑재해 상위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애플 ‘아이폰’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는 시점에, 인터넷 뱅킹, 주식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안드로-1’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LG전자는 기존 스마트폰에 대한 OS 업그레이드도 뒤처졌다. OS 업그레이드는 기존 LG휴대전화를 구입한 소비자에대한 ‘사후관리’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2010년 12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2.3(진저브레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5월 중순부터 갤럭시S, 갤럭시K, 갤럭시U 시리즈의 OS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당시까지 상당한 제품의 안드로이드 OS 2.2(프로요) 업그레이드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6개월 늦은 11월 첫 주에 이르러서야 옵티머스 마하, 옵티머스 원 등 제품별 순차적 업그레이드 계획을 밝혔다. 품질과 관계없이 OS 업데이트가 늦으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굳는다. 변화에 민감한 요즘 소비자에게 선택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애플의 철옹성, 삼드로이드 동맹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강자’는 애플이다. 11월11일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4S’가 출시된 날, 오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KT사옥에 아이폰4S 예약자가 몰려들었다. 10월 초 신제품이 ‘아이폰5’가 아니라 ‘아이폰4’의 업그레이드 버전임이 밝혀진 후 예약 취소사태가 벌어졌지만 아이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충성도는 여전히 높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2000만명 중 아이폰 가입자는 20% 수준이다.

    애플을 위협하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삼드로이드’ 동맹도 굳건하다. 10월19일 삼성전자와 구글은 최신형 안드로이드 OS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세계 최초로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를 공개했다. 구글은 새 OS를 탑재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본보기를 보여주는 일종의 ‘레퍼런스폰(reference phone)’을 내놓는데, 지난해 12월 ‘넥서스S’에 이어 두 번 연속 삼성이 구글의 ‘간택’을 받았다.

    한편 LG전자에는 아직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OS가 공개도 되지 않았다. 자연히 업그레이드 시점도 못 잡았다. 애플과 같은 독자 생태계를 갖지 않은 LG전자로서는, 삼성전자처럼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 4.0에서도 삼성전자에 우위를 차지하기가 어려워졌다.

    LTE 요금제, 망 확충 문제

    제조업 무시, 기술개발 소홀…LTE, 묘책 될까?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0년 2분기부터 6연속 적자를 냈다.

    현재 LG전자의 유일한 희망은 4세대 통신망(4G) LTE다. LTE의 최대 장점은 속도. 3세대 WCDMA에 비해 다운로드는 최대 5배, 업로드는 최대 7배 빠르다.

    LG전자가 내세우는 것은 특허다. LG전자는 “가치 높은 세계 LTE 특허 1400여 개 가운데 LG전자가 23%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가치는 79억달러(약 9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미 경제지 포브스도 “특허와 관련해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LG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LTE 특허를 보유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LTE는 LG전자에 호재(好材)라고 입을 모은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위치를 위협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 적자를 극복하는 데 LTE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투자회사에서 LG전자 3분기 적자에도 불구하고 주가전망을 부정적이지 않게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LTE는 LG전자의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아직 국내에도 LTE망이 완전히 확충되지 않았고, 영국은 2013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진출하는 북미시장에도 망 확충이 다 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쪽자리 LTE’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삼성, LG전자 등이 LTE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사이 애플은 음성인식서비스 시리(siri)를 포함한 아이폰4S를 발매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국내 통신사에서 LTE 전용 데이터 무제한요금제를 내놓지 않아, 데이터요금이 3G보다 1만원 이상 비싼 것도 단점이다. 라이벌, 삼성전자 갤럭시S2 LTE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10월12일부터 시중에서 LTE 판매가 가능해졌고, 12일 만에 LTE 스마트폰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삼성전자 갤럭시S2 LTE는 7만대가 팔렸고 LG전자 옵티머스 LTE는 3만대에 그쳤다.

    LG전자 측은 “11월 첫째 주까지 개통된 LTE폰 35만 대 중 15만 대가 LG전자 제품”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10월 스마트폰 실적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규모는 불확실하지만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 스마트폰 라인업이 과거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LG전자 스마트폰 이익구조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전자는 LTE를 통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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