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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현장 취재

결승선 없는 마라톤 ‘몬주익 영웅’은 없었다

‘이동통신 올림픽’ 바르셀로나 ‘MWC 2012’ 가보니

  • 바르셀로나(스페인)=배수강 기자│bsk@donga.com

결승선 없는 마라톤 ‘몬주익 영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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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7일~3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가 열렸다. ‘이동통신 올림픽’으로 불리는 MWC에는 세계 1400여 업체가 참여해 전자기기와 통신이 쉴 새 없이 융합하는 IT쇼를 벌였다. 잠시 머뭇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첨단 전쟁’, 그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시장이 내려다보이는 몬주익 언덕은 고즈넉이 1992년 황영조의 월계관만 기억할 뿐.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언덕 몬주익(MontJuic). 해발 213m의 야트막한 몬주익은 ‘유대인의 산(언덕)’이란 뜻의 고대 카탈루냐어에서 유래했다. 중세에는 유대인이 많이 모여 살았다. 지중해 포트벨 항구를 뒤로하고, 산 중턱에 올림픽 주경기장과 카탈루냐 국립미술관(MNAC·Museo National D‘Art Cataluna)을 품었다. 서울 남산(해발 262m)에 잠실 주경기장을 옮겨온 느낌이다.

우리에게 몬주익 하면 황영조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마지막 날인 1992년 8월 9일.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 통증이 심했던 황영조는 한때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결국 72개국 112명의 선수와 함께 출발선에 섰다. 5㎞ 정도 달리다 보니 발바닥 통증도 사라졌다. 생각보다 컨디션도 괜찮았다.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신중하게 레이스를 펼치던 황영조는 30㎞ 지점을 통과할 즈음 스퍼트를 했다. 선수들이 하나둘 뒤로 밀려났고, 황영조와 김완기, 그리고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가 선두그룹으로 나섰다. 3㎞를 더 달리자 김완기가 처졌다. 황영조와 모리시타의 맞대결.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끈질기게 따라붙는 고이치를 견제하며 그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결승선 3㎞가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는 갈렸다. 몬주익 언덕에 올라선 황영조가 내리막길에서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내달렸다. 고이치는 조금씩 뒤처졌고, 황영조는 몬주익 스타디움에 홀로 들어섰다. 트랙을 돌고 두 팔 번쩍 들어 올리며 결승선에 들어선 황영조. 8만여 관중은 기립박수로 ‘몬주익 영웅’을 맞았다.

그로부터 20년 뒤, 몬주익은 다시 영웅을 맞이하고 있었다. 황영조가 뛴 몬주익 언덕에는 삼성, LG 등 세계 1400여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난하지만 치열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격한 호흡과 결승선 없는 마라톤이다. 잠시 주춤하면 곧바로 뒤처지는 ‘이동통신 올림픽’ 말이다.

황영조와 모리시타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가 개막한 2월 27일, 기자는 개최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전시장을 찾았다. ‘이동통신 올림픽’으로 불리는 MWC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국제소비자가전쇼(CES), 9월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 전시장은 지중해를 등 뒤로하고 두 팔을 벌린 몬주익 앞쪽 스페인 광장에서 카탈루냐 국립미술관까지 이어진 레니아 마리아 크리스티나 거리 양측에 마련됐다. 전시장 대부분은 평지에 설치됐지만 이 중 6,7관은 6차선 도로를 건너 카탈루냐 국립미술관 앞마당에 마련됐다. 황영조의 몬주익 언덕과는 걸어서 10~15분 거리다.

MWC는 1987년 ‘GSM 월드 콩그레스’로 시작했다. 행사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세계 이동통신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219개국 800여 이동통신 사업자와 200여 단말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등이 속해 있다. 처음엔 통신사 주도의 소규모 전시회였다가, 2008년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바꾸면서 급성장했다.

이동통신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통신기기가 소개되기 때문에 미래의 기술 발전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입장료가 100만 원대이지만, 각국 기업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입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인근 도시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항공권은 이미 행사 수개월 전 동이 났다.

중국에서 온 블로거 저우펑(周鵬) 씨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고, 전자기기와 통신이 쉴 새 없이 융합하는 IT 분야를 예측하려면 반드시 MWC를 찾아야 한다”며 “폐막일(3월 1일)까지 샌드위치를 먹으며 전시장도 돌아보고 각종 콘퍼런스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WC 대회전 ‘8관’

결승선 없는 마라톤 ‘몬주익 영웅’은 없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모인 8관에는 각국 취재진과 관람객들로 붐볐다.

그의 말처럼, MWC 전시장에는 한국의 삼성·LG전자와 SK텔레콤, 미국의 인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모토로라, 퀄컴, 대만의 HTC, 일본의 소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모바일 브랜드들이 모여들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격돌하는 격전장은 전시관 8관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은 행사장 입구 오른쪽 8관에 자리했다.

8관은 전시장 중 가장 넓은 MWC 메인홀이다. 다른 전시관 3개를 합쳐 놓은 대규모 실내 축구장 같다. 그만큼 접근성과 주목도가 뛰어나 행사 참가 업체는 대부분 8관에 부스를 차리길 원한다. 행사 주최 측인 GSMA는 업체 영향력과 기여도 등을 종합해 8관 자리를 배정한다. GSMA 사무국도 8관에 뒀다. “8관을 둘러보면 모바일 업계의 판도를 알 수 있다”는 MWC의 속설이 있을 만큼, 독보적인 전시관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국내 업체와 함께 미국 인텔, 퀄컴, 중국 화웨이와 ZTE 등이 8관에 입성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노키아는 3년 만에 MWC에 돌아왔지만 입구에서 가장 먼 7관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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