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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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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1월 30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 당시 문성근 최고위원, 한명숙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자신의 발언을 마친 뒤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느라 다른 참석자의 발언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1986년 바이런 리브스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자르기 편집하기 확대하기 등 텔레비전의 단순한 영상 기법들이 정향 반응을 활성화함으로써 화면에 주의를 계속 기울이게 한다”고 밝혔다. 광고는 이런 성향을 가장 잘 활용한다. 광고를 볼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화면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게 된다.

문제는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아주 길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도 사람들은 여가 활동의 절반을 텔레비전 시청으로 보낸다. 일하고 잠자는 시간 다음으로 많은 시간이다. 이렇게 텔레비전을 장시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처지고 수동적이게 된다. 처음에는 정향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쌓인다. 뇌에서 알파파가 많아진다. 뇌 활동이 줄고 자극에 덜 반응하게 된다. 그러면서 멍해진다. 시청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만족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습관성 약물은 약 기운이 가실 때면 몸이 알아차려 더 갈구한다. 텔레비전 시청도 마찬가지. 텔레비전을 끄면 기분이 안 좋아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계속 보게 된다. 텔레비전을 오래 볼수록 돌아오는 보상은 줄어드는 데도 계획보다 훨씬 오래 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오래 볼수록 만족감은 줄어든다. 게다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꺼림칙함이나 죄책감을 갖게 된다.

커비와 칙센트미하이는 이 연구 결과를 컴퓨터 게임에 적용한다. 컴퓨터 게임이 텔레비전과 다른 점은 난이도를 조금씩 높임으로써 상호작용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향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 이 역시 지치게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지치고 멍해지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을 갖게 된다.

커비와 칙센트미하이가 이 글을 쓸 때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 논의를 스마트폰에 적용한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즉,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보면 기분이 처지고 수동적이게 된다. 그럼에도 필요이상으로 오래 보게 된다. 스마트폰은 카카오톡, 트위터 등 강력한 상호작용성을 가진다. 텔레비전과 PC를 휴대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강력한 실시간 접속 기능을 가진다. 이런 점들로 인해 스마트폰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보다 더 큰 중독성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삶의 내상도 더 깊어질 수 있다.



다만 텔레비전, 노트북, 데스크 톱 PC는 사람에게 육체적 노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기만 하면 된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다르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야 한다. 화면이 작기 때문에 눈과 화면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고개를 숙이거나 등을 굽히거나 폰을 든 손을 눈앞으로 올려주어야 한다. 몇 분 이용할 때엔 별일이 아니지만 장시간 이용할 때엔 상당한 노동이 된다. 이는 스마트폰의 무한대 사용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폐해를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중독의 한 증상이다. 많은 사람이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레슬리 펄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책 제목인 ‘스마트폰 끼고 자기(Sleeping with your smartphone)’를 실제의 삶에서 실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거나 뉴스를 검색하다가 잠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켠다. 맞은편에 앉은 상대방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불쾌해진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신도 상대방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

새 메시지 왔는지 확인 또 확인

스마트폰 중독, 정말 나쁜 걸까?

5월 5일 영국 런던의 삼성 갤럭시S3 공개 현장. 체험용 제품 200개에 기자 2000명이 몰렸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대표적 증상은 확인 습관이다. 즉 메시지든 전자우편이든 뉴스든 새로운 것이 와 있는지를 자꾸 확인하게 된다. 심하면 방금 전에 확인하고서도 또 확인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의사인 저드슨 브루어는 스마트폰의 이런 특성이 슬롯머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슬롯머신 같은 도박 기계가 중독성을 띠는 이유는 뇌의 연합 학습 경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연합 학습은 뇌가 특정한 사건을 쾌감 또는 불쾌감과 연결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슬롯머신에서 잭팟이 나오면 뇌에서는 쾌감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왈칵 분비된다. 그러면 기분이 대단히 좋아진다. 뇌에 잭팟과 쾌감을 연결하는 신경 회로가 형성된다. 그렇게 연합 기억이 형성되면 뇌는 그 쾌감을 다시 맛보기 위해 다시 슬롯머신 단추를 누르기를 갈망한다.

브루어는 스마트폰이 똑같은 방식으로 뇌신경 회로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슬롯머신의 잭팟은 늘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다가 한 번씩 그림이 맞는 것이다. 그러나 보상은 꾸준히 이어질 때보다 가끔씩 이루어질 때 더 강력한 욕구를 일으킨다. 도박이 중독성을 띠는 이유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릴 때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알림 신호가 울리지 않을 때에도 확인한다. 메시지가 전부 쓸모 있는 것은 아니다. 스팸 메시지일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전자우편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가끔 반가운 메시지, 중요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가서 컴퓨터로 확인하면 이미 때가 지나버릴 반가운 번개 모임 같은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 메시지는 일종의 잭팟이 된다.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는 수고를 정당화하는 보상인 셈이다. 브루어는 이런 쾌감을 다시금 맛보고자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에 빠지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5회 스마트폰을 확인한다고 한다.

하루에 10번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사람은 시력이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얼마 전에 발표됐다. 더 큰 문제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줄어든다는 점일 것이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거나 카페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도 짬짬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면 당연히 함께한 사람과의 대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리적 거리가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일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트위터가 인간관계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직접 눈을 마주 보면서 하는 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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