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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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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사람이 런던 올림픽을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박태환의 물살을 가르는 질주와 우사인 볼트의 경주마 같은 육중한 가속도는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렇다면 미래의 올림픽은 어떨까? 더 많은 스포츠 영웅이 더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줄까? 유전공학과 생물학은 이에 대해 놀랍도록 냉소적으로 답한다.
“미래의 올림픽 ‘유전자 조작’으로 엉망 된다”

우사인 볼트가 8월 5일 런던 올림픽 1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던 7월 말 별난 국제 뉴스가 하나 나왔다. ‘우사인 볼트와 동물들이 달리기 경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였다. 영국의 크레그 샤프라는 과학자가 이 연구를 진행했다. 잘 알다시피 볼트는 100m 달리기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한 가장 빠른 사람이다. 9.58초가 그의 기록이다. 그러나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로 알려진 치타 앞에서 그는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치타는 100m를 5.8초에 달릴 수 있다. 사람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인간의 한계는 바뀐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데 매진하고 있다. 우리가 30년 전에 알고 있던 인간의 한계 중 상당수가 이미 한계가 아닌 것이 됐다. 영양 가득한 균형 잡힌 식단, 깨끗한 공중위생 환경, 과학적인 훈련 덕분으로 올림픽이 계속될수록 인간의 한계는 더 높게 새로 설정되고 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와 관련해선 그 기준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성장은 유전자와 환경의 산물이다. 유전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전자 이상이 장애를 일으키는 문제에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 유전체의 염기 서열 전체가 밝혀진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흘렀다. 지금은 개인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해 비교하는 연구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체 서열 전체를 알아내는 데 지금은 1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연구자들은 머지않아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누구나 쉽사리 자신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

개인 유전체 서열 분석은 주로 의학적인 이유에서 실시된다. 개인의 유전자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어디에서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이는지를 알면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다. 또한 특정한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떤 약물이 더 잘 듣는지,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를 알 수 있기에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공중 보건 측면에서도 예산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질병 측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유전자 차이는 운동 소질이 얼마나 있는지 여부도 알려주는 것으로 가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튼튼한 혈관을 만드는 유전자는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유전자의 차이가 어떤 육체적인 능력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요즘 늘어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의 수영 실력이 연습만의 산물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가 수영선수로서 적합한 육체적 성향을 타고났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박태환은 헤엄치면서 맨 끝 레인의 선수까지 볼 수 있고 주변 선수의 미세한 동작 변화까지 순식간에 파악하는 인지능력을 지녔다.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벼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붙은 축구선수 박지성을 뛰어넘는 폐활량에다 수영하기에 딱 맞는 어깨와 엉덩이와 팔을 가졌다. 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사인 볼트의 씨

그렇다면 현대의 놀라운 유전공학이나 생물학은 갓난아기가 박태환이나 박지성처럼 될 소질이 있는지를 부모에게 미리 알려줄 수는 없을까? 이런 쪽으로 연구를 하는 이들이 실제로 있다. 이들은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은 운동 능력을 강화시키는 유전자 집합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7월 19일자 ‘네이처’ 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사한 남성 올림픽 단거리 주자와 근력을 주로 쓰는 운동선수는 거의 모두 577R이라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유전자는 ACTN3이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다. 이 변이체는 고속으로 질주할 때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일을 돕는 단백질을 만든다. 따라서 이 변이체를 지닌 사람은 올림픽 단거리 경주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일반인이 우사인 볼트와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선천적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유전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뛰어난 달리기 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 결과는 본래 호주의 양(Yang) 연구진이 2003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은 ACTN3 유전자가 운동 능력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운동선수들에게서 이 유전자를 조사했다. 이 유전자는 R형과 X형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R형은 위에 말한 단백질을 만들고 X형은 만들지 않는다. 조사 결과, 단거리 주자는 96%가 R형인 반면 지구력 운동선수는 보통 사람들과 비율이 다르지 않았다.

ACE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를 지닌 사람은 8000m가 넘는 산을 더 잘 오를 수 있다. 이 유전자는 인내심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의 셰르파(sherpa·히말라야산맥 등산 시 길을 안내하고 짐을 나르는 부족)는 94%가 이 변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민족은 45~70%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우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에게서 이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

또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7번이나 메달을 딴 핀란드의 에로 멘티란타는 EPOR이라는 유전자의 변이체를 지녔다고 한다. 이 변이체는 적혈구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산소 운반 능력을 25~50% 증가시킨다. 현재까지 운동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체는 200개 넘게 밝혀졌다. 유전체 연구가 계속될수록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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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lmglh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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