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한국의 미사일

  • 김병기 / 디펜스 타임스 기자 zzeit@daum.net

    입력2012-08-24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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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러시아의 SS-21을 참조해 만든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왼쪽). 1500km까지 날아가는 현무-3 순항미사일.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까지 평양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200km급의 지대지미사일을 개발하라는 비밀 지시를 내리면서 한국의 미사일 개발 역사는 시작된다. 당시 북한은 1960년대 초부터 강화해온 4대 군사노선 정책으로 군사력이 급강화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 기습 침투와 울진-삼척 공비침투사건 같은 강력한 대남 도발을 벌였다.

    그런데도 미국은 괌 독트린이라는 새아시아 정책을 펼쳐 중국과 외교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휴전선을 방어하던 미 육군 7사단의 철수를 추진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박 전 대통령은 ‘기술주권에 의한 자주국방’비전을 세우고 평양 등 북한의 종심을 공격할 미사일을 만들라는 지시를 국방과학연구소(ADD·국과연)에 내렸다.

    박정희의 비밀 지시

    1차로 1976년까지 사거리 200km급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다음으로 미군이 전술용으로 막 실전 배치한 퍼싱-1급과 같은 사거리 500km급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라는 것이었다. 곧‘항공공업계획’이라는 위장명칭을 내세운 미사일개발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국내 기술이 너무 부족해 기존 미사일의 모방 생산으로 기본 기술을 확보한 후, 500km급 미사일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방 생산할 모델로는 나이키허큘리스 미사일(이하 나이키)을 선정했다.

    나이키는 진공관 전자회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를 반도체를 쓰는 쪽으로 개량하면서 복제 생산한 것이 ‘백곰’ 또는 나이키허큘리스 코리아를 줄여 ‘NHK-1’으로 불렸던 K-1 미사일이다. K-1은 나이키와 똑같이 4기의 허큘리스 엔진으로 본체를 이루었다. 4개 엔진을 하나로 통합하고 관성항법장치를 탑재해 정밀도를 높인 것이 ‘현무’, ‘현무-1’ 또는 ‘NHK-2’으로도 불렸던 K-2 미사일이다. 그 후 국과연은 사거리를 300km로 늘인 K-3와 500km급인 K-5 등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국과연은 미국에 지술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핵무장을 위한 준비단계로 이해하고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미국은 한국이 지대공·지대지 미사일로 운용하고 있던 나이키를 실전에서 퇴역시키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이 나이키를 퇴역시키면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국군이 보유한 나이키의 운용유지에 어려움이 있으니, 이를 현대화하고 개량하기 위해 이 사업을 한다고 설득했다. 이에 미국은 나이키의 최대 사거리인 180km 이상의 탄도탄 개발을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에 기술이전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 조건이 처음엔 스틸웰 주한미군 사령관이 메모를 전달하는 형태였다가 한국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로 연장하면서 한미 미사일협정이 된다. 미국은 한국 연구원들이 레드스톤 미 육군 미사일연구소에서 연수하게 했다. 그곳에서 기본적인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자료를 넘겨주고 폐업하는 LPC 고체추진제 제조공장 설비를 저가에 판매했다. 미사일에 들어가는 주요 전자부품과, 워낙 소량 생산돼 국산화하기 어려운 일부 추진제 원료를 미국에서 수입했다.

    프랑스로부터는 추진제 관련 기술을 획득했다. 현무-1 개발 시에는 미국이 판매를 거부하는 관성항법장치 관련 기술을 영국으로부터 도입했다. 1979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중거리탄도미사일인 ‘아틀라스 센타우르’의 부품과 기술을 획득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군축 연구자인 피터 하이에스(Peter Hayes)는 ‘미사일 국제 거래와 두 개의 한국’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아틀라스 센타우르의 노즈콘 합금, 유도 시스템, 조립 장비, 엔지니어링 설계도 등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확보된 로켓과 미사일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백곰(1978)과 현무(1987), 현무-2(2005) 등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KSR-1과 KSR-2를 발사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무기 분야의 권위서인 ‘제인 전략무기 시스템(Jane’s Strategic Weapons Systems)’은 ‘KSR-2가 사거리 100km에서 900km 정도의 탄도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미확인 보고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탄도미사일

    ■ 백곰(K-1, NHK-1)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나이키 미사일은 1950년대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MD)사가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인데 지대지 임무도 수행할 수 있었다. 한국군은 1960년대 중반 도입해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다. 백곰은 나이키를 국산화한 것이다. 새로운 미사일 설계에는 항공역학적 안정성 검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당시의 한국은 기술력이 너무 미약해 새 미사일 설계 도전은 무리였다. 이 때문에 안전하게 기존 미사일을 모방생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나이키는 1950년대 기술로 제작된 것이라, 모방 생산을 하더라도 대폭적인 성능개량이 필요했다.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1, 2단 추진기관을 전부 추진력이 큰 복합추진제로 바꾸었다. 진공관 전자회로는 반도체화하고, 아날로그 시스템인 유도신호처리도 컴퓨터화했다. 유도방식은 나이키와 같은 레이더 지령 유도방식이었다. 하지만 1·2단 로켓 모두 콤퍼지트(composite)을 썼기에 출력은 나이키보다 훨씬 커졌다. 그에 따라 미사일을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기체도 완전 재설계했다.

    백곰을 개발하는 데 금성정밀(본체), 한화(탄두), 삼성항공(추진기관), 대우중공업(발사대), 대우전자-금성사(추적-탐지장치) 등이 참여했다. 백곰은 초기 생산물량을 시험운용포대에 배치했지만, 개발 직후 10·26과 12·12 사태 등이 일어나 양산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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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무-1(K-2, NHK-2)

    백곰 개발 성공 후 신군부가 정권을 잡았다. 신군부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반대하던 독자적인 탄도탄 개발을 포기하게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나이키에 페인트를 칠해서 국산 미사일로 사기 쳤다”는 논리로 백곰 개발을 폄하했다. 국과연 연구원 1000여 명 이상을 해고하고 미사일 개발 조직을 해산시켰다. 힘들게 확보한 미사일 개발능력이 결정적으로 훼손된 것이다.

    그러나 1983년 미얀마에서 아웅산 테러사건이 터지면서 전 전 대통령은 다시 국산 미사일 개발을 지시한다. 그에 따라 백곰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을 모아 새로운 미사일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때 개발에 들어간 것이 백곰을 개량한 현무(현무-1) 미사일이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 이전에 이 사업을 완료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짧은 기간에 개발하라고 했기에 새로운 외형설계를 할 수 없어, 나이키 외형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추진 유도방식은 완전히 바꿨다. 허큘리스 엔진을 하나로 통합해 대형 1단을 채택했다.

    1단 로켓엔 무연(無煙)추진제인 더블베이스(double base)형을, 2단 로켓엔 콤퍼지트형 추진제를 썼다. 고체연료를 채택한 것인데, 이는 발사시 발사포대의 위치 노출을 최대로 억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영국 GEC 사의 관성항법장치(INS)도 적용했다. 한국은 영국으로부터 INS 기술을 도입해 국내생산하면서 INS 관련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현무의 탄두는 500kg급이다. 표적에 따라서 단일 고폭탄이나 클러스터탄을 바꿔 사용할 수 있어, 백곰에 비해 유연성이 높아졌다. 물론 파괴능력도 강화됐다. 백곰은 양산되지 못했지만 현무는 200여 기 이상 생산돼 운용되었다.

    일부 현무는 나이키를 운용하던 강화진지에 배치됐으나, 상당수는 차량용 발사대에 장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무-2에 임무를 넘기고 퇴역해 예비전력으로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 현무-2(NHK-2 PIP A/B)

    블록 A


    백곰과 현무가 나이키의 외형을 차용해 설계했다면, 현무-2는 외형부터 완전 새로 설계한 정밀타격용 미사일이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에서 획득한 SS-21 지대지 미사일의 기술정보가 현무-2 설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은하-3호 발사에 대응해 2012년 4월 19일 현무-2 발사시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크기와 외형 등이 처음 확인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SS-21과 SS-23 중간형이었다. 길이 6m, 직경이 80cm인 현무-2는 사거리 300km, 발사중량 3t 내외로 개발 초기에는 공산오차(CEP)가 100m급이었다. 하지만 유도장치의 성능개량 작업을 통해 공산오차를 30m급으로 낮췄다.

    공개된 동영상은 현무-2가 매우 정확하게 표적에 명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탄착 정밀도가 매우 높은 수준임을 입증한다. 이 정도 정밀도라면 탄두 위력을 고려할 때, 발사진지에서 발사준비를 하는 적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를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 현무-2는 트럭으로 견인하는 컨테이너 박스형 발사대에 장착되어 운용된다. 일부는 나이키와 현무-1을 운용하던 강화진지에서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2 블록A의 최초 발사시험은 1999년 이뤄졌다. 위키리크스는 NHK-2 PIP 블록A형은 2005년 양산을 시작해 매년 15~20대가 생산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2009년 15기, 2010년 17기, 2011년 19기 생산).

    블록 B

    블록B형은 2011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초기 시제품 중 일부는 2009년부터 시험운용포대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보고 자료는 중기계획상 현무 성능개량 사업에 2조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밝히고 있다. 기당 가격은 40억 원 정도이고 매년 생산수량이 20기 미만임을 고려하면, 이 2조 원에는 순항미사일인 현무-3 양산비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리크스에 의하면 2009년 6월 3일 현무-2 블록B는 12번째 시험비행을 하고, 2010년 말에는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양산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월간조선’ 2011년 3월호는 사거리를 500km급으로 연장한 현무-2 블록B를 중부와 동부의 두 개 미사일 기지에 실전 배치했다고 한다.

    현무-2는 개발 초기부터 사거리가 500km급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1999년 블록A를 첫 시험발사했을 때도 미국 정보기관은 이 미사일(현무-2 블록A)의 사거리는 최대 500 km일 것으로 분석했다. 1999년 7월 2일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면 대한민국도 사거리 500㎞의 현무-2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현무-2 블록B의 배치로 한국군은 만포나 개마고원 등 북한의 내륙 깊은 곳까지 정밀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노동미사일을 쏘기 위해 연료를 주입할 때 이들을 파괴할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동 중인 발사대를 명중시키기는 어렵지만 이미 위치가 확인된 발사진지라면 10분 이내 파괴가 가능하다.

    한계가 있다면 블록B는 블록A를 크게 개량하지 않고 탄두중량을 500kg에서 300kg 정도로 줄여 사거리를 연장했다는 점이다. 사거리를 늘이면 탄착 정확도도 일정수준 커져서 정밀타격도가 떨어진다.

    북한이 현무-2 블록B의 존재를 의식해, 블록B의 사거리 바깥인 함경북도 북부로 올라가서 노동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사거리 800km 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는 것이다. 800km라면 중부지역에서 발사해 북한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1000km라면 남부 해안지역에서 발사해도 한반도 전역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미 양국은 한미미사일협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측은 사거리 1000km에 탄두중량 1000kg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순항미사일과 같은 규제를 받는 글로벌 호크의 임무중량이 900kg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상의 기준인 500kg을 넘어섰다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 일본의 우려를 고려해 550km 사거리를 제안한 상태여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한미미사일협정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사거리를 늘이는 것보다 탄두중량을 늘리는 것을 강력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7월 10일 ‘동아일보’는 미국이 사거리를 800km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국 측 협상책임자였던 김태효 전 대통령전략기획관이 한일정보보호협정 문제로 사임해 미사일협정개정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미국 측 반응은 이명박 정부가 종료되기 전인 올해 10월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미사일협정 개정을 논의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로는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에 장착해 운용하는 미국의 ATACMS와 비슷한 전술용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자는 것이 차기 전술 지대지미사일 개발사업이다. 앞에서 언급한 현무 시리즈 지대지 미사일들은 합참 차원에서 운용하는 전략미사일이다. 한국형 ATACMS인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육군에서 운용하는 전술 미사일이다. 국방개혁 2020으로 작전구역이 넓어진 육군의 군단급 제대에서 이 미사일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평시 현무 시리즈와 함께 육군의 유도탄사령부에서 운용하나, 실전이 벌어지면 군단 화력으로 운용된다. 차기 전술 지대지는 다연장로켓 발사대 규격에 맞춰 개발되기에, 길이는 4m, 직경은 60cm 이하다. 미국의 ATACMS를 기준으로 볼 때 무게는 2t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450kg급 탄두를 장착하면 200km 정도의 사거리를 갖게 될 것이다.

    현무-2 개량형에 적용된 유도기술은 300km를 날아가 30m급의 공산오차를 보인다. 따라서 사거리 200km급인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 정밀도는 20m 일 것이다. 기술은 진보하므로 현무-2 블록B보다 늦게 개발되는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더 높은 정밀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 차기 탄도탄 (현무-4 추정)

    한미미사일협정의 개정 협상이 타결되면, 국과연은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1000km급 탄도탄을 개발하려고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 할 경우 한국은 이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정밀무기를 보유해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사거리 800~1000km급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 처지에서도 꼭 필요하다. 현재 주한미군은 상황파악 후 10~20분 이내에 800km 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차기 탄도탄 개발 시 꼭 탄두중량을 1t급으로 늘려야 한다. 한국은 국가 비상상황 시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탄두 중량을 1000kg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한다. 사거리 800km급인 탄도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준비를 해놓았기에 협정이 개정되면 빠른 시간 안에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탄두중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거리 800km급의 지대지 미사일은 2단의 고체엔진을 탑재하고 총 중량은 5~6t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거리 300~500km급의 탄도미사일은 최대 초속 2km 내외의 속도를 내야 하지만, 800~1000km급 탄도미사일은 최대 3km의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러한 속도를 얻으려면 2단 추진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현무-1을 개발하면서 단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지만, 이 기술은 대기권 안에서 비행하는 미사일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사거리 800~1000km 미사일은 대기권 밖인 100km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 따라서 안전성과 정밀도가 보장되는 새로운 단계의 기술이 요구된다.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ATACMS를 발사하는 미국의 MLRS. 한국은 ATACMS와 비슷한 차기 전술 지대지 미사일을 만들려 한다.

    멀리 날리는 것으로만 따지면 우리는 사거리 2000km의 미사일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은 정확도가 낮다.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가 표적을 파괴하려면 고도의 유도장비가 있어야 한다. 국과연은 장기과제로 고성능 관성항법장치인 HRG를 개발하고 있다.

    그 외 추진제의 성능을 개량하고 보다 정밀한 공격을 위해 종말유도장치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종말유도장치를 개량하면 이동하는 함정을 공격하는 대함(對艦)탄도미사일(ASBM)을 개발할 수 있다. ASBM은 급속히 전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ASBM으로 미국 해군력을 견제한다. 중국은 사거리 2000km급인 DF-21D라는 ASBM을 확보했기에 미국 항모 전단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한국이 사거리 800km급의 ASBM을 확보한다면 서해와 남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항모와 기동함대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순항미사일

    한미미사일협정에 의해 미사일 사거리에 제한을 받게 된 한국은 이 제한에서 자유로운 순항미사일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의 순항미사일 개발은 대함 미사일 개발로부터 시작됐다. 국과연은 1984년 ‘해룡’이라는 이름의 소형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다. 소형 레이더 탐색기의 구매와 국산화가 불가능했기에 레이저 유도방식을 채택했다. 그로 인해 사거리가 제한되고 기상 악화 시 운용도 제한돼, 1987년 양산을 포기하고 대함미사일은 해외에서 직구매하게 되었다.

    1993년 해군은 국과연에 미국제 대함미사일인 하푼보다 성능이 뛰어난 차세대 대함미사일 개발을 의뢰했다. ‘계속 해서 건조할 한국형 구축함과 차기 고속함, 차기 호위함에 장착할 독자적인 대함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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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M-700K 해성

    하푼을 대체하는 대량생산의 대함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1996년 시작한 것이 ‘해성’ 대함미사일 개발이었다. 1000여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이 사업은 2003년 완료됐다. 2006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00여 이상이 생산돼 각종 함정에 배치되고 있다.

    해성은 완전 자동화된 대함 순항미사일이다. 표적을 지정해주면 발사 후 스스로 최적 고도와 비행경로를 따라 비행한다. 표적 가까이에 가서는 해면에 밀착된 초저공비행으로 표적 함정의 방어장비를 회피한다.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다시 선회비행해 명중시킬 때까지 반복 공격한다. 해성은 스트랩다운 방식의 관성항법장치(INS)를 채택했기에 속도와 위치 자세 등의 비행정보를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코스로 비행한다. 내부 유도시스템에 데이터버스(data bus)를 채택해 내부 컴퓨터로 파악된 장비 상황을 외부에서 모니터할 수도 있다.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한국산 순항미사일의 모태인 대함미사일 해성 .

    하푼은 동체 하부에 하나의 공기흡입구가 있다. 해성은 양 측면에 2개의 공기흡입구가 있고 엔진 추력이 높아 높은 수준의 회피기동을 할 수 있다. 종말유도장비로는 Ku 밴드(11~15 GHz)의 소형 레이더를 장착해 표적을 추적한다. 종말유도 시 적 기만기(欺瞞器)에 매우 강하게 대응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신형탄두는 티타늄과 둔감화약으로 제작돼 기존의 강철제 탄두에 비해 더 큰 공격력을 갖는다.

    해성의 양산과 배치는 한국군이 최초로 순항미사일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군은 해성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대지공격형 순항미사일 현무-3 개발을 추진했다. 시기상으로 따지면 먼저 추진된 것이 대지공격형 순항미사일이기에 이 기술이 해성에 적용됐다고 볼 수도 있다.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 현무-3 A/B/C

    걸프전에서 확인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위력은 북한의 탄도탄 위협을 받고 있던 한국군에게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1990년대 전반 한국은 기본 기술의 확보와 개발에 매진해 2000년대 초반 ‘현무-3’란 이름으로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을 배치했다. 현무-3에는 A,B,C 형이 있다.

    현무-3A는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500kg급 탄두와 500km급의 사거리를 갖는다. 해성과 현무-3A는 크기와 용도는 다르지만, 같은 시기에 같은 엔진을 갖고 개발된 순항미사일이다. 현무-3B/C 형은 효율이 좋은 터보팬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탑재 연료량도 늘려 사거리를 대폭 연장한 것이다.

    현무-3는 발사 후 GPS/INS를 이용해 비행속도와 위치, 비행자세 등을 파악해 50~100m 고도로 비행한다. 일정 거리를 비행한 뒤에는 중간유도를 위해 내장한 디지털지도와 비행 중에 파악한 고도를 비교해 현재의 자기 위치를 파악하는 TERCOM 기술을 적용했다.

    종말유도에는 적외선 화상센서를 사용한다. 미리 확보된 표적의 적외선 사진과 미사일 앞에 장착된 적외선 화상센서로 찍은 영상을 비교분석해 1m급의 오차로 정밀 공격을 한다. 쉽게 말해 건물 5층의 세 번째 창문을 표적으로 지적하면 정확히 그 위치를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밀공격 능력은 토마호크보다 더 앞선 것이었다.

    표적을 찍은 적외선 사진을 화상처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컴퓨터 프로세싱 능력이 필요했다. 당시 이러한 능력을 갖춘 순항미사일은 SLAM-ER뿐이었다. SLAM-ER은 조종사가 미사일에서 보내오는 적외선 화상센서의 영상을 보면서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화된 적외선 화상센서로 최종 유도까지 하는 기술은 어느 나라도 실용화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한국은 해내야만 했다. 한국은 만포지역에 밀집한 북한의 지하 무기공장 갱도 입구나 환기통을 맞히는 순항미사일을 만들어야만 했다.

    북한은 만포지역의 지하 무기공장 출입구를 북한-중국 국경 근처에서 북쪽으로 내놓았기에 이들을 부수기 위해 출격한 한미 연합전투기들은 중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고는 공격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 주장대로 초정밀 사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로 공격해야 한다. 미국은 현실을 인정해 한국의 지상 공격용 순항미사일 개발을 인정했다.

    현무-3A의 배치로 한국군은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정밀공격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것이 북한에 심각한 위협과 압력이 되었다. 북한은 핵심지역 방어를 위해 순항미사일이 저공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골짜기마다 기구나 새그물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런 장애물은 위성사진으로 확인되므로 회피하는 경로를 택하거나 고도를 높여 피할 수 있다. 현무-3B는 저공 장애물과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직선거리에 비해 훨씬 먼 비행경로를 선택한 측면이 있다. 장애물이 있는 500km의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800km를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이 필요한 것이다. 현무-3A형은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GLCM)이다. 발사트럭에 2기씩 장착돼 운용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부지방에 00기의 발사대를 운용하는 대대가 실전 배치되었다.

    위키리크스 자료에 의하면 B형의 2차 비행시험이 2006년 3월 미국에 통보된 바 있다. B형은 2009년경부터 배치되었다. 한국형 구축함인 KD-2와 KD-3(이지스 구축함)의 수직발사대에는 사거리 1000km의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SLCM)이 배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해성-2를 함대지로 개량한 것인지, 아니면 현무-3B의 해상 발사형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B형은 해성-2와 크기와 사거리가 비슷해 동일 미사일에서 분기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현무-3B를 기반으로 종말비행을 초음속으로 하는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2가 개발되었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종말 초음속 미사일은 아음속 비행을 하다가 적함 방어 장비의 사거리 영역에 들어서면 탄두 내부에 장착된 로켓 부스터가 작동해 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러시아가 개발한 클럽 대함 순항미사일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 중국은 이 미사일을 구매한 후 자국산 대함미사일을 종말 초음속으로 개량한 바 있다.

    사거리를 1500km로 연장하고 탄두중량을 축소한 C형은 2011년 개발이 완료돼, 양산 준비 중이라는 국방부장관의 언급이 있었으니 2012~13년 정도에 실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존재가 밝혀진 함대함 미사일로서 현무-3B와 같이 개발해 분기했거나, 현무-3B와 동시에 개발된 미사일이다. 위키리크스는 ‘해성-2의 비행중량은 1280kg(부스터 제외), 무게는 1000kg, 엔진추력은 360kg, 탑재 연료량은 270kg이고 2009년 11월 열 번째 시험비행을 했다. 2010년 이후 생산한다’고 밝혔다. 2012년 초 코리아 타임스는 ‘방사청 담당자가 해성-2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해성-2가 종말초음속 비행을 한다는 뜻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잠대함(潛對艦)형도 개발되었다.

    ■ 해성 함대지 버전 (해성-B)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차기호위함(FFX)과 한국형 구축함인 KD-1과 KD-2 등에 탑재해 북한의 지상표적을 향해 즉각 대응 공격할 함대지 무기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긴급사업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해성-B다. 2015년경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해성-B에는 레이더시커 대신 적외선 화상센서를 장착한다. 중간 유도를 위해서는 GPS/INS 그리고 현무-3에 사용한 TERCOM을 채택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체적으로는 SLAM-ER과 비슷한 성격의 미사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수직발사기에서 발사되는 수직 발사형과 기존의 경사형 발사대를 사용하는 형 두 가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 해성-3(추정) 순항미사일

    지금까지의 대함미사일은 해면 가까운 고도로 비행하기에 적함의 레이더는 파도의 반사파와 대함미사일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최신 함정에는 파도의 반사파를 걸러내는 고성능 저고도 레이더와 대함미사일 방어용 무기(SAAM ,CIWS)를 장착돼 있었다. 그로 인해 아음속 대함미사일의 효용성이 낮아지게 되었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선번’과 ‘크립톤’ 등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해 운영해왔다. 이에 자극받아 중국 인도 대만 일본 등도 유사한 미사일을 개발했다. 한국도 초음속 대함/대지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로 결정해 현재 진행하고 있다.

    1000km 거리라면 아음속 순항미사일은 발사에서 타격까지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탄도탄은 적이 발사 준비를 할 때 공격해야 격파할 수 있다. 그러나 야지(野地)로 이동해 발사를 준비하면 신속한 표적 지정이 어려워 정밀타격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야지에 전개한 탄도탄 발사대는 비행속도가 빠르고 종말단계에서는 탐색기로 표적을 식별해내는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공격한다. 한국은 2017년쯤 대함/대지 겸용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수상함과 잠수함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포착 10분 이내 북한 미사일 기지 격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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