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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 실시 며칠 만에 다른 직장 알아보라니”

올 연말 한국서 철수 200명 해고 충격의 야후코리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공짜 점심 실시 며칠 만에 다른 직장 알아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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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 인터넷 사용자 특성 외면…회생 기회 놓쳤다”
  • ● 고용유지 노력 없이 ‘칼 같은 정리’에 직원들 불만
  • ● 근속연수 불인정 등 조건 불리…6개월치 위로금 주고 “끝”
  • ● 포털 업계 불황 겹쳐 직원들 재취업은 ‘한겨울’
“공짜 점심 실시 며칠 만에 다른 직장 알아보라니”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오른쪽 위).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거리에 자리한 야후코리아 사무실.

10월 19일 금요일 오후 2시가 좀 지난 시각. 야후코리아(대표 이경한) 직원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만에서 건너온 로즈 짜오 아시아 총괄수석부사장과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변호사, 그리고 외국인 안전요원 4명도 와 있었다. 발표를 하는 짜오 부사장의 요지는 간단했다. 오는 12월 31일을 기점으로 한국 사업 철수. 그는 “여러분은 재능 있는 인재이므로 금방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공짜 점심 일주일 만에…

모두에게 시쳇말로 ‘멘붕’이 왔다. “15년간 일궈온 회사를 5분 만에 접어버렸다”는 허탈한 탄식도 나왔다. 두어 시간 뒤 이 소식이 속속 보도됐고, 직원들 휴대전화는 가족, 지인, 거래처 사람들로부터 온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사업 철수란 초강수는 뜻밖이었다. 직원 A씨는 “일부 구조조정 발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 아예 셧다운을 통보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주말 사이 해프닝도 벌어졌다. 발단은 사업 철수 발표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사 메이어 CEO가 전 세계 직원에게 보낸 e메일. ‘이번 FYI에선 옥토버페스트를 기념하니 머그컵 하나씩 챙겨오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야후코리아 직원들도 이 e메일을 받았다.

지난 7월 ‘구글 스타’ 메이어가 전격 영입된 뒤 야후에는 두 가지 ‘구글스러운’ 정책이 도입됐다. 하나가 공짜 점심이고, 다른 하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 메이어가 본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Friday FYI(For Your Information)’라고 불리는 이 모임은 전 세계 야후 직원들을 상대로 생중계된다. 공짜 점심 정책에 따라 야후코리아 직원들도 회사 근처 5개 식당에서 무료로 점심을 먹게 됐다. 직원 B씨는 “공짜 점심을 먹은 지 일주일 뒤에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메이어의 ‘옥토버페스트 메일’에 대해 야후코리아의 한 직원이 ‘좀전에 갑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야후에 온 지 얼마 안 된 당신에게서 옥토버페스트 운운하는 메일을 받으니 씁쓸하다’는 취지의 글을 FYI 게시판에 올렸고, 이에 메이어 CEO는 “이해해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한다.

야후꾸러기 앞날 ‘깜깜’

주말이 지나고 야후코리아 직원들은 세브란스 패키지(severance package·정리해고 후 지급되는 퇴직금)를 통보받았다. 전 직원에게 퇴직금 외에 6개월치 급여를 더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단, 조건이 붙었다. △(사업 종료일인) 12월 31일까지 성실히 업무를 수행한다 △향후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본인은 이 계약에 자발적으로 사인했음을 밝힌다. 회사는 11월 7일까지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전 논의가 없었던 안인 데다 다른 국가로 옮겨가는 등의 고용유지 방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위로금 산정에 근속연수를 고려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직원들은 여러 개선사항을 요청하며 본사 임원들과 전화 회의도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야후코리아는 사원복지 일환으로 직원에게 최대 20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올 연말까지 이 대출금을 갚아야 할 처지의 직원들이 대출금 상환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B씨는 “한 번도 적자 난 적 없는데도 언론에는 야후코리아가 망해서 문 닫는다는 식으로 보도된 게 무척 자존심 상했다”며 “직원 몇몇이 메이어 CEO를 비롯한 본사 임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한국 직원들의 자존심을 고려해 정정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안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외국회사가 사업을 철수한다는데 현지 직원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며 “결국 직원 대부분이 회사가 제시한 대로 세브란스 패키지에 사인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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