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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①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용감한 사냥꾼 오리온자리

  • 이태형|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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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의 슬픔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아르테미스.

별을 좋아한다는 핑계로 그녀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그중 한 명에게서 북두칠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속는 셈치고 그녀가 가리키는 하늘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 그곳에는 7개의 별이 국자 모양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물론 조금 찌그러진 국자지만 말이다. 그 일곱 개의 별은 오리온자리였다. 국자라는 생각을 갖고 오리온자리를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나는 속으로 그 여학생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냈지만, 그것이 사실 오리온자리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남쪽 하늘의 북두칠성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된 그녀의 기분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날 이후로 나는 오리온자리를 볼 때마다 손잡이가 부러진 망가진 국자를 떠올리곤 한다.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꾼의 이름이다. 사실 오리온은 오줌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우리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런 이름이 붙은 건 오줌을 묻힌 가죽을 땅에 묻어 태어난 아이가 바로 오리온이었기 때문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그리스 보에오티아(Boeotia)의 왕 히리에우스(Hyrieus)는 포세이돈과 함께 자신을 방문한 제우스신과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극진히 대접했다. 신들이 만족하고 소원을 묻자 히리에우스는 아들을 얻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신들은 그에게 자신들을 대접하려고 잡은 소의 가죽을 땅에 묻고 그 위에 오줌을 누게 했다. 아홉 달이 지나자 그 자리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가 바로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멈추지 않고 성장해 거인이 된다. 바닷속을 걸어도 머리가 물 밖에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오리온은 힘이 센 사냥꾼으로 성장해 다양한 모험을 했다. 그리고 크레타 섬에서 사냥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신과 인간이라는 신분의 차이는 사랑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컸다.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빠인 태양신 아폴론은 여동생에게 오리온과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그녀에게 오빠의 꾸중이 들릴 리 만무한 법.

결국 아폴론은 동생의 마음을 바꾸려면 오리온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아폴론은 오리온에게 금색의 빛을 씌워 보이지 않게 만들고는 아르테미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평소 활쏘기 실력을 자랑했던 아르테미스에게 “멀리 있는 금색의 물체를 맞힐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사냥의 신이자 활쏘기의 명수인 아르테미스는 오빠의 계략을 눈치 채지도 못한 채 활 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오리온의 머리에 명중된다.

아폴론에 속은 아르테미스는 戀人 향해 화살 날리고…

삼태성과 소삼태성(술그룻별).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이었음을 안 아르테미스는 슬픔에 빠져 오랜 시간을 눈물로 지새웠다. 결국 그녀는 오리온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오리온의 시신을 안고 제우스신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우스신에게 오리온을 하늘에 올려 자신의 달 수레가 달릴 때에는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우스신은 아르테미스의 청을 받아들여 달빛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는 제일 밝은 별들로 오리온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달이 떠있는 겨울밤 오리온자리를 보면서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러면 어디선가 아르테미스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신화 속에서는 오리온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또 아폴론이 오리온을 죽이기 위해 보낸 것이 전갈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늘에서 오리온과 전갈이 동시에 등장하지 않고 전갈이 사라진 뒤에만 오리온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오리온자리 중심 부분에 거의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놓여 있는 3개의 별은 모두 2등성으로 ‘삼태성’이라 불린다. 삼태성은 하늘의 적도에 위치하고 있어 어디에서 보더라도 항상 정동(正東)에서 떠올라 정서(正西)로 가라앉는다. 따라서 삼태성이 뜨는 위치를 확인하면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정확히 동쪽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지는 방향을 보고 정확한 서쪽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단, 동쪽에서 떠오를 때는 오리온이 가로로 누워 있기 때문에 삼태성은 세로로 서 있다. 이러한 지평선에서의 위치 때문에 삼태성은 예부터 저승 가는 길, 혹은 저승사자가 내려온 길로 알려져 나이 든 어른들이 무척 겁내는 별이기도 했다. 고대 서양의 뱃사람들도 동쪽 지평선 위에 삼태성이 뜨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다. 오리온자리가 폭풍우 치는 매서운 겨울 날씨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삼태성의 남쪽에 희미한 세 개의 별이 일렬로 모여 있다. 이 별들은 삼태성과 비교해 소(小)삼태성이라 불린다. 맑게 갠 날이면 소삼태성 중앙쯤에 있는 별이 어렴풋하게 희미한 반점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오리온대성운이다. 성운은 가스가 모여 있는 곳으로 오리온대성운 속에서는 이들 가스가 뭉쳐져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고 있다.

추운 겨울 한데서 별을 보다보면 간절하게 생각나는 게 있다. 추위를 잊을 수 있는 술과 안주다. 별 보는 사람들이 야식으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삼겹살이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은 그 냄새만으로도 추위를 잊게 한다. 삼겹살을 안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이면 추위도 잊고, 별과 자연과 내가 하나 됨을 느끼게 된다. 물론 몸매 관리에는 영 도움이 안 되지만 말이다.

술 얘기를 꺼낸 것은 오리온자리를 보면 술 한잔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힘센 사냥꾼 오리온은 아마 술도 엄청 잘 마셨을 것이다. 옛사람들은 소삼태성과 삼태성을 연결하고 그 오른쪽(서쪽)에 있는 별을 하나 더해서 ‘술그릇별’이라고 불렀다. 여기엔 좀생이별로 알려진 묘성(昴星)이 술을 마시고 도망치자 술집 주인이 술그릇을 들고 쫓아가 서쪽 하늘에서 겨우 붙잡는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묘성이란 서양에서는 ‘플레이아데스성단’으로 불리는 별들로 북두칠성을 작게 축소한 것처럼 좁은 공간에 여러 별이 모여 있어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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