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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IENCE ② 염력(上)

‘폴터가이스트’ 현상

“그가 나타나면 사고가 난다”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폴터가이스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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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거운 파일 박스가 저절로 움직이고, 달력이 찢어지거나 액자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통나무로 만든 식탁이 두 동강이 났고, 부엌 서랍 속에서 칼이 폭발해 네 조각으로 부서졌다. 이런 까닭 모를 현상을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재발성 자발적 염력 현상이라 한다.
  • 귀신놀이 같은 이 현상 때문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파울리는 원자폭탄 개발계획에 참여하지 못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

공포영화의 고전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1973년 상영된 할리우드 영화 ‘엑소시스트(The Exocist)’의 도입부. 주인공인 어린 소녀의 방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자 소녀의 어머니가 운전기사에게 딸의 방에 쥐덫을 놓아달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시간이 흐른 후 침대가 움직이고 문이 저절로 여닫히는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딸이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결론을 내린 어머니는 신부에게 부탁해 엑소시즘(exocism), 즉 구마의식(驅魔儀式)을 치르도록 한다. 이 공포영화는 소녀에게 일어난 현상이 악령들림이라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허구지만, 유사한 현상이 종종 현실에서 발생해 화제가 되곤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림 소리가 나거나 가구가 저절로 움직이는 등의 현상을 독일어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라고 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유령’이란 뜻이다. 이런 현상은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졌는데, 사람들은 이를 유령의 소행으로 여겼다.

‘엑소시스트’가 상영되기 3년 전인 1970년. 영화에서와 유사하게 가톨릭 신부들이 연루된 ‘폴터가이스트’ 사건이 독일 뉘렘베르크 인근의 한 시골 마을인 푸르스루크에서 발생했다. 그해 가을 한 연립주택에서 두드림과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죽은 이의 영혼이 내는 소리?

그 집엔 여러 가구가 함께 살았는데, 소음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했다. 소음은 해를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연초엔 빈도와 강도가 다소 약해지는 듯했지만, 5월 말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서 거주자들이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에 이르렀다. 두드림 소리뿐 아니라 긁거나 톱질하는 듯한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고, 머신건을 쏘는 듯한 굉음은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집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는 일대에서 가십거리가 되었고, 지역 신문에는 원인을 추정하는 기사가 연달아 실렸다. 그러자 자칭 이런 현상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수맥 전문가들은 그 집의 지하에 흐르는 수맥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고, 심령술사들은 그 집에 악령이 산다고 했다.

언론에서는 누군가 실없는 장난을 하는 걸로 의심했다. 그래서 이런 장난을 칠 만한 연령대이던 13세 헬가와 11세 안나 자매를 의심했다. 조사 초기에는 두 자매가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나왔다. 이상한 소리는 두 소녀가 그 집에 함께 있을 때 강도가 제일 셌으며, 헬가 혼자 있을 때에는 그 강도가 조금 떨어졌고, 안나만 혼자 있을 때는 훨씬 조용해졌으며, 둘 다 집을 비우면 더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질 줄 모르자 그 지역 가톨릭 사제인 야콥 볼프슈타이너가 직접 나섰다. 그는 두 소녀와 그들의 부모를 인근 동네에 있는 자신의 목사관으로 데려갔고, 두 소녀를 커다란 목재 테이블에 눕혀놓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두 소녀가 테이블에 눕자마자 테이블에서 두드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둘을 목사관 바닥의 카펫 위에 눕혔는데 바닥에서도 두드림 소리가 났다. 이 조사 과정은 그들의 부모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이 입회한 상태에서 이뤄졌고 모두 녹음됐다.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었던 볼프슈타이너 신부는 소녀들에 대한 조사를 심리치료학 박사인 하임러 신부에게 부탁했다.

하임러 신부의 보고서는 좀 더 상세한 관찰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소녀를 침대에 누일 경우 침대에서 두드림 소리가 들렸지만, 이들을 바닥이 폭신한 해머록에 누일 경우 두드림 소리는 잦아들었고 대신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해머록에 판자를 집어넣으면 다시 두드림 소리가 들렸다. 혹시 두 소녀가 장난으로 몰래 침대나 판자를 두드리거나 해머록 바닥을 긁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소리가 나는 동안 소녀들의 손발 움직임이 면밀히 관찰됐을 뿐 아니라 소리가 단지 그들 주변에서만 국소적으로 나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런 의심은 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찬장에서도 소리가 나곤 했는데 한번은 찬장 문이 굉음과 함께 열리더니 그 안에 있던 유리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고 한다.

‘재발성 자발적 염력’

도대체 두 소녀를 둘러싸고 이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일까. 신부들이 내막을 조사해보니 그 건물 지하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죽어서 건너편 공동묘지에 묻혔던 날 밤부터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에 미련을 갖고 두 소녀를 통해서 뭔가 알리려고 한 것일까.

스릴러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신부들은 “이 사건이 어떤 원혼이나 악령과 관련됐다고 믿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그것이 초심리학에서 ‘염력(psychokinesis)’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관련자들의 무의식에 의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날 헬가는 창문 너머로 죽은 이가 집에서 맞은편 공동묘지로 이송되어 묻히는 장면을 봤고, 몇 달 전 선생님이 해준 유령 이야기가 생각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처음 두드림 소리를 들었을 때 죽은 이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믿었다. 어떤 이가 침대 맡에서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이런 식의 스트레스가 확대 재생산되어 무의식으로 발현됐다고 볼 수 있다.

이 현상을 초심리학적인 것으로 판정한 두 신부는 인근의 프라이베르크 대학의 초심리학자인 한스 벤더에게 좀 더 전문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그는 주로 심층심리학 및 초심리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벤더는 두 소녀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들의 영상을 찍었는데, 그 영상 중에는 카펫이 저절로 말리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벤더는 그런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가상의 실험을 제안했다. 두드려대는 존재가 실제로 어떤 영혼이라고 가정하고 그에게 질문을 해서 두드림 횟수로 O/X를 표시하도록 했다. 두드림 소리는 이런 시도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았고, 마침내 두 소녀는 장난으로 두드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더 이상 그 집에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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