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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SCIENCE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염력(下)

  • 맹성렬 |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sunglyulm@gmail.com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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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 겔러를 실험한 결과물은 과학저널 ‘네이처’에도 소개됐다. 마술로 치부할 수 없는 현상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의 손길이 닿자 방사능 검출 장비인 가이거 계수기가 작동했고 형상기억합금이 제멋대로 구부러졌다. 미국이 초능력 부대를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부대원들은 구름 깨기, 벽 뚫고 지나가기 등 황당한 실험을 진지하게 수행했다. 노려보기만으로 염소를 죽이는 실험은 실제로 성공했다. 염소는 왜 죽은 걸까.
시선(視線)으로 염소 죽인 미군 초능력 부대

지난해 4월, 신비한 초능력 마술과 테크닉 마술 대결이 펼쳐진 채널A ‘스토리텔링 매직쇼’의 한 장면.

최근 한 공중파 방송에서 ‘초능력 특집’을 방영해 화제가 됐다. 바나첵(Banacheck)이라는 이름의 외국인이 선보인 염력 시범에 시청자가 열광했다. 바나첵은 자신이 쥔 스푼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쥐고 있던 스푼도 자유자재로 휘게 했다. 탁자 끝에 놓인 연필을 눈짓과 손짓만으로 이리저리 돌리고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플라스틱 공을 이용한 염력도 흥미를 끌었다. 나무토막 위에 놓인 공에 손짓을 하자 공은 지시에 반응하듯 스스로 움직여 바닥에 떨어졌다.

바나첵은 출연자에게 1만 원짜리 지폐를 받아 접어서 성냥갑 위에 세워둔 바늘에 올려놓았다. 그 위에 유리컵을 덮어 어떤 외부의 영향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바나첵이 컵 주변으로 손짓을 보내자 지폐는 손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다. 출연자가 지폐를 올려둔 성냥갑과 바늘을 확인했지만 숨겨놓은 장치도 트릭도 없었다. 도대체 바나첵의 정체는 뭘까. 그가 행한 염력의 진실은 무엇일까.

초상(超常)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재산을 기부해 대학에 연구소를 설치한 경우가 더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탠퍼드대 설립자인 릴랜드 스탠퍼드의 동생 토머스 스탠퍼드다. 그는 1911년 초심리 연구를 위한 기금을 스탠퍼드대에 기탁해 텔레파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초심리 연구를 하게 했다. 그러나 연구는 오래가지 못했다. 초기 5년은 나름대로 관련 연구가 진행됐으나, 초심리학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대학 관계자들은 연구의 방향을 일반 심리학으로 바꿨다.

기탁자의 뜻을 존중해 성공적으로 기금 운용을 한 경우도 있다. 체스터 찰슨이 미국 버지니아대에 거금을 기탁한 예가 그렇다. 그는 복사기 원리에 대한 원천특허로 ‘제록스’사를 탄생시킨 주역인데, 1967년 거액을 기부해 버지니아대에 환생(還生) 연구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었다. 이안 스티븐슨 교수가 초대 석좌교수를 했고, 현재는 짐 터커 교수가 그 자리를 맡고 있다.

‘알파 프로젝트’

협잡꾼들의 방해로 초상 현상 연구를 그르치기도 했다. 1979년 맥도넬더글러스 항공사의 창립자 제임스 맥도넬은 미국 워싱턴대에 초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하라며 거액을 기탁했다. 당시 물리학 교수였던 피터 필립스가 연구소(맥도넬 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았는데, 그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초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필립스는 연구소에서 주로 연구할 내용이 ‘염력에 의한 금속 휘기(psychokinetic metal bending, PKMB)’라고 밝혔다.

소식을 듣고 수백 명이 실험 참여 신청을 했다. 그중에는 연구소의 실험을 방해하려고 작심한 이들도 있었다. 10대 후반의 스티븐 쇼와 마이클 에드워즈는 당시 초심리학이 엉터리임을 폭로하려고 활동하고 있던 마술사 제임스 랜디와 공모해 실험자들을 속일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모에 ‘알파 프로젝트(Project Alpha)’라는 암호명을 붙였다.

이들의 임무는 염력 실험 도중에 원래 주어진 프로토콜의 변경을 요청하거나 짜증을 내서 실험자들을 산만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실험자들이 잠시 피실험자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 빠른 손놀림으로 시편(試片)을 바꿔치는 등의 트릭을 사용했다. 쇼가 피실험자로 참여했던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쇼는 투명한 아크릴 플라스틱판의 홈에 5cm 안팎의 가는 철사가 끼워진 시편을 받았다. 실험자들은 아크릴판을 뒤집거나 핀셋을 사용하지 않고는 철사를 바깥으로 꺼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쇼에게 손바닥에 판을 올려놓고 염력으로 철사를 휘라고 지시했다. 쇼는 약간의 힘을 가하면 아크릴판이 휘어지며, 그때 철사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실험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 뒤 철사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휘고는 다시 홈에 집어넣었다. 워낙 짧은 시간에 이뤄진 동작이라 실험자들은 전혀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했다.

또 다른 염력 실험에서 쇼는 손을 대지 않고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가 두 배로 밝아지거나 커지거나 작아지도록 했다. 이는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요란한 손동작으로 염력을 발휘하는 듯한 동작을 하다가 실험자들을 잠깐 한눈팔게 한 후 카메라 옆의 조종 버튼을 조작한 결과였다.

쇼와 에드워즈는 회전자를 방전 코팅 유리 항아리로 덮어씌운 후 자신들의 염력으로 돌아가게 하기도 했다. 절묘한 트릭이었다. 전기를 띤 빗을 유리 항아리에 갖다대 방전 코팅 여부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슬며시 알루미늄 조각을 유리 항아리와 책상 사이에 끼워 넣어 작은 틈이 생기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고는 염력을 사용하는 척하면서 그 안으로 교묘하게 바람을 불어넣어 회전자가 움직이도록 했다. 물론 시범이 끝난 뒤엔 알루미늄 조각을 감쪽같이 없앴다.

금속 휘기는 눈속임?

이들의 행각이 몇 달 정도에서 끝났다면 초심리학자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도록 경고하는 정도의 행위로 정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랜디의 조종을 받는 이들의 행위는 이후 4년 넘게 지속됐고, 자신들의 속임수를 고백한 뒤에야 끝이 났다.

1981년 여름 제임스 랜디는 맥도넬 연구소의 발표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는 맥도넬 연구소의 실험자들이 촬영한 비디오에서 트릭이 사용된 부분을 지적했다. 이때부터 맥도넬 연구소 실험자들은 쇼와 에드워즈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실험 규칙을 적용해서 그들이 트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들의 염력 실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쇼와 에드워즈는 “우리의 초능력이 사라졌다”며 일방적으로 연구소와의 인연을 끊었다. 나중에 쇼, 에드워즈, 랜디는 자신들이 4년간 과학자들을 골탕먹인 것을 언론을 통해 자랑하듯 발표해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이를 격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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