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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마지막회>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쌍둥이자리&큰개자리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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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하늘의 이란성 쌍둥이

아무리 추운 겨울날이어도 맑게 갠 밤하늘은 결코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밝은 1등성들의 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마차부자리와 오리온자리에 이어 뒤늦게 겨울밤의 축제에 뛰어든 별자리는 1등성 폴룩스를 대동한 쌍둥이자리다. 이 별자리는 이름처럼 두 줄기의 별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놓여 있어 따스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친구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계절이 겨울이다. 우정을 나눌 친구가 없다면 겨울은 정말 참기 힘든 고독한 계절이 될 것이다. 헤어진 친구가 그리워질 때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며 우정을 생각한다. 밤하늘의 별자리 중 우정을 상징하는 쌍둥이자리가 겨울철에 보이는 것은 우정이 가장 필요한 때가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리온자리의 북동쪽(왼쪽 위)으로 2개의 밝은 별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쌍둥이자리의 머리에 해당하는 두 별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변치 않는 형제의 우애를 느끼게 해준다. 오른쪽에 보이는 별이 형 카스토르(Castor)이고, 왼쪽에 보이는 별이 동생인 폴룩스(Pollux)다. 이 쌍둥이 형제가 실제로 태어난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뜨는 시간은 형이 20여 분 빠르다.

두 별의 남서쪽(오른쪽 아래)으로 계속되는 작은 별들의 줄기가 어깨동무하고 있는 쌍둥이의 모습을 만든다. 형은 다리가 짧고 동생은 다리가 상체보다 긴 것으로 보면 이들은 이란성 쌍둥이임에 틀림없다. 1980년대 말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트윈스’라는 영화에서처럼, 이 둘은 어울리지 않는 외모의 이란성 쌍둥이지만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우애만큼은 ‘트윈스’의 두 주인공 못지않게 돈독할 것 같다.



필자는 이 별자리에 ‘숏다리와 롱다리’라는 별명을 붙였다. 별나라에서는 다리가 짧은 사람이 형이다. 이 별자리를 보면 어깨동무하고 있는 두 사람을 동서양의 만남으로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로 동양인은 다리가 짧고, 서양인은 다리가 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은 당연히 동양인일 터. 믿거나, 말거나! 겨울밤은 깊어가고 상상은 각자의 몫이다.

쌍둥이자리의 형님별인 알파(α)별 카스토르는 2등성의 백색 고온별이고, 동생별인 베타(β)별 폴룩스는 1등성의 오렌지색 저온별이다. 그러나 실제로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1.6등성과 1.2등성으로 0.4등급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밝기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알파(α)별이 어둡고, 베타(β)별이 더 밝다는 사실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1603년 독일의 천문학자 바이어(Bayer)가 처음으로 그리스 문자로 별들의 이름을 정했을 때는 밝은 별부터 알파, 베타, 감마(γ) 순으로 붙여나갔기 때문에 α별인 카스토르가 더 밝은 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년 사이에 별의 밝기가 눈에 띌 정도로 변한다는 것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바이어는 비슷한 밝기의 별이 같이 있을 때는 서쪽(오른쪽) 별에 먼저 이름을 붙였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의 경우 가장 서쪽에 있는 별부터 이름을 붙여 동쪽(왼쪽) 끝에 해당하는 국자 손잡이의 마지막별이 에타(η)별이 됐다. 쌍둥이자리도 두 별의 밝기가 비슷했기 때문에 서쪽 별에 α라는 이름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어의 눈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특정 색깔의 빛을 더 밝게 느낄 수 있다. 아무튼 두 별 중 동쪽(왼쪽)의 β별만이 1등성이고, 서쪽(오른쪽)의 α별은 2등성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형이 먼저 늙었기 때문에 동생보다 어두워졌다고 상상하는 것이 두 별의 밝기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천왕성과 명왕성, 그리고 유성우

우리나라의 옛 천문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카스토르와 폴룩스 두 별에 북하(北河)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쌍둥이자리보다 약간 남쪽에 있는 작은개자리의 알파, 베타 두 별은 남하(南河)라고 한다. 북하와 남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들이 겨울철 은하수의 바로 옆에 보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쌍둥이자리의 두 별과 작은개자리의 두 별을 은하수로 흘러드는 북쪽과 남쪽의 작은 개천으로 여긴 것 같다.

카스토르의 발목에 위치한 에타별 프로푸스(Propus, 3등성) 근처는 1781년 영국의 음악가이자 아마추어 천문가였던 윌리엄 허셜(1738~1822)이 천왕성을 발견한 곳으로 유명하다. 허셜은 천왕성을 발견한 이후 음악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천문학자의 길을 간다.

한편 동생 폴룩스의 허리에 해당하는 델타별 근처는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1930년 명왕성을 발견한 곳이다. 명왕성은 오랫동안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렸지만,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을 행성에서 퇴출시키고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했다.

천왕성과 명왕성이 쌍둥이자리에서 발견된 것은 이 별자리가 행성들이 움직이는 길목인 황도의 제일 북쪽 별자리로 밤하늘에 가장 높이 뜨고 가장 오랫동안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모두 황도를 따라 움직이므로 황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우스神도 감동한 형제의 우애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왕성(왼쪽), 명왕성(가운데). 오른쪽은 두 별을 멀리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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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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