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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나로호 발사 책임자의 담대한 비전

  • 김승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seungjok@kari.re.kr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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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주벤처기업 스페이스-X의 발상 전환
  • ● 대형 로켓 대신 대량생산 가능한 소형 로켓
  • ● 양산 가격 낮출 수 있는 개발 이뤄내야
  • ● 연 1조 매출 상업위성 발사국의 꿈
제1부 스페이스-X사의 ‘창조경제’, 패러다임 시프트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1월 6일 팰컨-9 발사 장면.

지난해 12월 3일, 전 세계 우주 산업계는 미국 플로리다 주의 케이프커내버럴우주센터를 주목했다. 우주벤처기업인 스페이스-X사의 ‘팰컨(Falcon)-9’ 발사체가 위성통신용 정지궤도위성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회사가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상업용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려 성공시킨 첫 사례였다.

올 1월 6일, 이 회사가 또 다른 정지궤도 위성(TAICOM-6) 발사에 성공했다. 발사 이력이 붙은 기존 대기업도 한 달 만에는 다음 발사가 쉽지 않은데, 신생 기업이 해낸 것. 이는 팰컨-9의 ‘8연속 성공’이었다. 앞의 6번은 시험용 발사이거나 우주정거장용 화물 운송이었고, 뒤의 2번은 상업 발사였다. 팰컨-9의 등장으로 대기업들은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확 바뀔 것이라는 섬뜩한 예감을 했을 것이다.

10년 전 스페이스-X사가 등장했을 때 위성 상업 발사 시장 진입에 실패한 일본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마틴,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 그리고 러시아의 발사체 회사들은 이 기업의 실패를 ‘예측’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급해졌다. 스페이스-X사가, 쫓아갈 수 없는 초저가로 ‘위성 발사 대(大)바겐세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사의 성공은 이제 우주개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다. 이 회사의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배워야 할 점을 찾아야 한다.

자기 동기부여로 충만했던 톰 뮐러

스페이스-X사의 대표는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다. 하지만 필자는 팰컨 발사체의 엔진인 ‘멀린(Merlin)’을 개발한 톰 뮐러에 주목한다. 그가 스페이스-X의 성공을 가져온 제1 인물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퇴근 후나 주말에 동호인들과 자비로 로켓 엔진을 만들어 날리던 로켓 마니아였다. 난관에 봉착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하던 야심만만한 엔지니어였다. 그런 그가 야심 찬 꿈을 가진 머스크를 만나면서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아이다호에서 벌목트럭 운전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뮐러는 그때의 많은 미국 아이처럼 모형 로켓을 만들어 날리며 성장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비가 싼 아이다호대학에 들어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방학 때면 학비를 벌기 위해 벌목공으로 일하면서 벌목기계나 아버지의 트럭을 수리했다. 그러다보니 금속의 절단과 가공, 용접에 능숙해졌다. 훗날 그가 자기 집 작업실에서 엔진을 만들 생각까지 한 것도 이때 쌓은 실력 덕분이다.

2020 달 탐사 꿈이 아니다 과학 아닌 ‘산업의 눈’으로 우주 봐야

‘팰컨’ 신화를 만든 톰 뮐러.

로욜라 마운틴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미국 최고 유명 기업인 HP 하드디스크 사업부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하드디스크나 만들면서 인생을 보낼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벌목 일을 해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도 외면했다. 그리고 항공우주산업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로 떠나 유명 항공우주업체인 TRW의 에어로스페이스에 들어갔다.

뮐러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 사용된 ‘핀틀 인젝터’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액체수소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시스템화한’ 주어진 일만 하는 곳이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TRW 너머’를 바라봤다. 퇴근 후 차고에 틀어박혀 자신이 설계한 로켓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로켓 마니아 클럽인 ‘RRS(Reaction Research Society)’ 멤버들과 함께 모하비 사막으로 향했다. RRS는 1943년 만들어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로켓기술 동호회로, 모하비 사막에 소형 로켓 시험 및 발사 시설을 갖고 있었다. 로켓 마니아들이 모하비 사막에서 직접 만든 로켓을 날린다는 소문이 머스크의 귀에 들어갔다. 어느 날 뮐러를 찾아간 머스크가 물었다. “좀 더 큰 놈도 만들 수 있겠소?”

회사 설립 6년 만에 발사 성공

뮐러는 바로 세계 최초의 우주벤처기업인 스페이스-X의 창업 멤버가 됐다. 뮐러가 처음 만난 머스크에게 보여줘 감탄사가 나오게 했던 로켓 엔진의 추력은 6t이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한국형발사체 3단용으로 개발하는 엔진의 추력이 7t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이 취미로 만든 것치고는 엄청난 수준이 아닐 수 없었다.

뮐러를 만난 후 머스크의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2002년 6월 스페이스-X사를 설립하고, 2003년 3월 텍사스 주 맥그리거 시험장에서 최초로 만든 멀린 엔진 테스트에 들어간 것. 이어 팰컨-1 발사체 2단에 사용될 케스트렐 엔진도 시험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만 해야 이룰 수 있는 초스피드였다. 2003년 12월엔 엔진을 장착한 실물을 워싱턴의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 빌딩 앞에 세워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리고 소소한 문제를 수정해 2005년 1월 멀린 엔진을 완성하고, 4월에는 ‘팰컨-1’ 1호기 제작을 완료했다. 그는 이것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하려고 했으나 미 공군이 쏘려고 하는 ‘타이탄-4’의 발사 스케줄 때문에 여의치 않자, 남태평양의 마셜 군도로 옮겨가 2006년 초 발사했다. 그러나 처음 개발한 발사체가 그러하듯, 실패했다.

점화 직후 터보펌프의 조그만 알루미늄 너트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발사체가 터져버린 것. 2차와 3차도 실패했지만, 2008년 9월 4차 발사에서 성공했다. 회사 설립 6년 만에 이룬 것인데, 이는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초단기 성공이었다. 속도를 높인 스페이스-X사는 2009년 300kg급 위성의 궤도 진입을 성공시키면서 팰컨-1 개발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발사체인 ‘팰컨-9’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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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seungjok@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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