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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꿈’은 박정희式 개발독재”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백정우 미래전략연구원 상임이사

“김정은 ‘조선꿈’은 박정희式 개발독재”

  • ● 김일성-마오쩌둥 ‘혈맹 신화’ 재현 중
    ● 北·中 ‘전략 협력’이 트럼프 ‘통 큰 결단’ 압박 형국
    ● ‘시진핑 지구촌 운명공동체’ 일원 된 김정은
    ● 단둥 부동산 ‘북한 프리미엄’ 덕 50% 급등
    ● 32명 사망 中관광객 ‘극좌파 親김일성 그룹’
박종철 경상대 교수. [홍중식 기자]

박종철 경상대 교수. [홍중식 기자]

박종철(43) 경상대 교수(정치학)는 한손에 꼽히는 북·중·관계 전문가다. 전북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일본 도호쿠대,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과 옛 사회주의 국가 외교문건 발굴·해제·연구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통(中國通)이면서 북한통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시기 정치국원에게만 배포된 문건과 중국·소련·동유럽 기밀 해제 문서를 바탕으로 반(反)우파투쟁과 문화대혁명(1966~1976) 초기 북·중 관계와 조선족 문제를 연구했다. 신의주-단둥(丹東) 루트 등 북·중 국경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산업 협력으로 연구 범위를 넓혔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부인이다. 5월 4일, 10일 ‘요동치는 동아시아와 북·중관계’를 주제로 대담했다. 

북한이 대화로 선회한 까닭은 뭘까. 제재가 작동했으며 군사 옵션에 대한 두려움이 평양을 협상으로 이끌었다는 분석과 핵능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북한 시간표대로 상황이 움직여왔다. 장기적 전략이 있었던 것 같다. 전광석화처럼 6차까지 핵실험을 했으며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 실험 이후 ‘핵무력 건설이 완성됐다’고 선언했다. 그러곤 신년사를 통해 대화 국면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한국 대통령선거까지 고려해 시간표를 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미·중 사이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위상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미중 패권 경쟁 초입에서 호가(呼價)를 높일 기회를 엿봤다? 

“마지막 타이밍을 잡았다고 본다.”


김정은 베이징 방문 ‘단독 보도’ 하기도

3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현지에 체류하면서 ‘중국을 방문한 북측 최고위급 인사는 김정은’이라고 단언하는 ‘단독 보도’를 글·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외에 전한 게 당신이다. 2011년 12월 집권한 김정은에게 6년 넘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급박하게 움직인 모습이다.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베이징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비핵화와 한국·미국과 대화할 것을 제시했다. 2017년 북·중 관계와 한중 관계는 최악이었다. 중국은 남북과 공히 관계가 나쁜 등거리 상태였다. 2015년 9월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 열병식 때 박근혜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이 오른 바 있는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섰을 때가 한중 관계의 정점이었다. 이후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이 같은 구도가 깨진다. 2017년부터 남북 모두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입구를 모색했다고 봐야 한다.” 

남북이 각각 입구를 찾았다? 

“그렇다. 한중 정상회담을 두고 중국 내부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 처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로 불화를 일으키거나 미국의 사드를 끌어들여 안보를 위협하는 골치 아픈 문제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방중해 사드 문제를 봉합하고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 국면에서 김정은이 초청을 요청했고 시진핑이 화답해 베이징으로 초대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위한 시진핑-김정은 다롄 전략회의”

5월 7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8일 랴오닝성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에서 대화하고 있다.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40여 일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다롄=신화 뉴시스]

5월 7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8일 랴오닝성 다롄의 휴양지 방추이다오에서 대화하고 있다. 3월 25∼28일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40여 일 만에 중국을 다시 찾았다. [다롄=신화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4월 27일)을 한 달 앞둔 3월 25~28일 전용열차 편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모두의 시선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쏠린 3월 중순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이뤄지리라고 ‘족집게’처럼 예측했다. 근거가 뭐였나. 

“냉전 시기 북·중 관계는 협력하면서도 갈등이 심했다. 박정희 정권 시기 한미동맹과 비슷하다. 북·중 갈등이 심각한 때가 많았으나 한반도 국제정치 질서가 변경될 때는 매번 정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게 문화대혁명 초기 북·중 관계가 단절됐을 때 마오쩌둥-리처드 닉슨의 대화가 이뤄지면서 북·중 관계가 정상화됐다.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김일성은 매우 긴밀하게 대화했다. 현재의 상황은 1970년대 초와 매우 유사하다. 1992년 한중 수교 때도 일선에서 물러난 덩샤오핑(鄧小平)이 김일성을 직접 설득했다. 북·중은 국가 간 관계라는 일반적 특성과 당·군 관계의 특수성이 혼재돼 있다. 북·중관계사(史)를 연구하다 보니 현안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 듯싶다.” 

김정은 위원장은 5월 9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기에 앞서 중국 다롄(大連)으로 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5월 7일부터 이틀간 정상회담, 연회, 해변 산책, 오찬 등 5차례나 만났다. 

“다롄 정상회담은 6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전략회의다. 다롄 회담에서 주목되는 것은 ‘운명공동체와 북·중의 전략적 협력, 전략적 의사소통’이라는 수사다. 시진핑의 사상인 ‘지구촌이 평화 공존하는 운명공동체’에서 김정은은 그간 말썽꾸러기였다.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결을 통해 북한이 시진핑이 말하는 ‘지구촌 운명공동체’의 일원이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 중 두드러지는 용어는 ‘북·중 사이의 전략적 협력’이다. 북·중 관계가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4자(남·북·미·중) 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중이 하나의 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중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트럼프의 통 큰 결단을 유도하는 형국이다. 북·중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것으로도 보인다. 시진핑의 고견에 감사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중국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추이다오(棒槌島) 해변을 김정은과 시진핑이 산책하는 사진을 북한과 중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국 언론에선 문재인 대통령과의 도보다리 산책을 연상케 한다고 했으나 과거 김일성, 김정일과 덩샤오핑 사이에 이런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혈맹 신화를 재연해 북·중 인민에게 선전·선동한 장면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압박과 관여’ 정책에 조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 제재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평양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 국면 조성에 중국이 끼친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15년 넘게 북한 경제를 관찰해온 감각으로 볼 때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각된 2008년께부터 북한 경제가 점진적으로 재건되고 있다. 북한은 냉전 시기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상시적으로 압박과 제재를 받았으며 탈냉전이 시작되고 사회주의 경제권이 붕괴하면서 경제적 쇼크도 겪었다. 포괄적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은 내재적 성장 동력을 찾게 마련이다. 북한은 우수한 과학기술자와 노동력을 갖췄으며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석탄 생산을 매개로 경제 재건이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한·미·일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북한에 심각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가했으며 중국 또한 책임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외교·경제적으로 평양을 압박했다. 북한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은 핵무력이 완성됐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석탄 생산 매개로 경제 재건 중”

북한 경제에 대한 중국 측 인사들의 설명은 어떤가. 

“공식회담과 1.5트랙 대화에서 북측은 경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지표도 그렇다. 매년 북·중 국경을 답사하는데 북한 쪽 국경도시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중국과 일본의 지인들이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전하는 내부 사정 또한 경제가 재건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리팅팅(李婷婷) 교수는 북한의 발전상에 놀랐다고 했다. 평양의 화교 상인이나 국제NGO 활동가들의 증언도 유사하다.” 

북·중 국경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중국인, 일본인 연구자는 평양을 방문해 노동당 중간 간부 정도는 면담할 수 있다. 한국 학계는 그렇지 못하다. 북·중 국경은 한국 학자가 북·중 간 경제활동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15년 넘게 국경을 답사했으며 평양 거주 화교, 기업인을 수시로 인터뷰해왔다. 단둥-신의주 상황은 평양-베이징 관계의 바로미터다. 베이징에 고급 정보가 많다면 국경 지역엔 중하급 정보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며칠 사이에 단둥 부동산 가격이 50%가량 폭등했다. ‘북한 프리미엄’은 북·중 관계의 미래를 반영한 것이다.”


김정은 향한 욕설 난무하던 中인터넷

한중 관계는 어떤 상황이라고 봐야 할까.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방중 이후 한중 관계를 천연 동반자 관계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한다. 한자로는 ‘天然’이다. ‘천연’은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거나 변화시킬 수 없다는 뜻을 가졌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보다 격상한 표현인 것으로 해석된다. 천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주목할만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측 관방학자들도 한중 관계가 최상이라고 평가한다.” 

전통파와 전략파로 나눠 중국의 대북정책을 들여다보면 전략파는 미국과 관계를 우선시하면서 상수가 아닌 변수로 북한을 다룬다. 반면 전통파는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평양을 포용한다. 두 관점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중국 내부에서 한반도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단순하게 보면 질문처럼 전통파와 전략파로 나누는 게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고 본다.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된 후 중국은 경제·외교적으로 북한을 지원했으나 2013년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것 같다. 관방학자들이 노골적으로 김정은을 비판했으며 김정은에 대한 욕설이 인터넷에 난무했다. 중국이 북한에 심어놓은 몇 안 되는 친중 인사들마저도 제거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미국에서 유학한, 반북 정서를 가진 냉철한 전략가들은 젊은 세대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들이 한반도 정책을 좌우할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시진핑 주석과 지도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비슷하게 ‘전략적 인내’ 관점에서 북한을 관찰한 것 같다. 우유즈샹(烏有之鄕 ·유토피아)처럼 극좌적인 친마오쩌둥, 친김일성 그룹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영향력은 있으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엎치락뒤치락했다기보다는 전략가들의 견해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지도부 또한 방향을 확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국경을 마주한 대국과 소국의 비대칭적 갈등도 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내 ‘극좌파 親김일성 그룹’ 위로한 김정은

4월 22일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관광버스 전복 교통사고가 일어나 중국 단체관광객 3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은 우유즈샹(유토피아 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징의 싱훠여행사(星火旅行社) 직원과 이 회사가 모객한 단체관광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3일 새벽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저녁에는 치료 중인 부상자를 찾아 위로했다. 4월 25일에는 “나와 우리 당과 정부는 이번 사고를 놓고 책임을 통절히 느낀다”고 했다. 또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고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교통사고에 몸을 극도로 낮춰 사죄한 데는 배경이 있다. 한국 언론이 놓친 것인데 관광객이 유토피아 그룹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유즈샹은 중국 최대 마오주의 선전 매체다. 인터넷 방송사도 운영한다. 중조우의탑을 방문해 6·25전쟁 전사자를 위로하는 북한 방문이었다. 중국 여론이 김정은을 두들겨 팰 때 북한을 옹호한 몇 안 되는 단체다. ‘친김일성 그룹’이기도 하다. 김정은이 병원으로 달려간 건 그래서다. 김정은이 부상자를 위로하는 장면과 배웅하는 모습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중국에 생중계됐다. 북한 처지에선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마오쩌둥과 김일성의 우정이라는 혈맹 신화를 재현하는 모습을 연출해 ‘역시 김정은 동지’라는 말을 들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중국에 가진 불신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1956년 9월 17일 마오쩌둥-아나스타시 미코얀(당시 소련 부수상)과 최용건(북한에서 부주석을 지냈다)-마오쩌둥 회담록을 보면 중국이 북한에 6·25전쟁 개전(開戰) 책임을 따져 묻는다. 김일성이 중국 지도자를 미개한 황제로 비판한다면서 소련 말은 50%만 듣고 중국 말은 100% 듣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1993년 중국에서 발간된 ‘신화와 현실’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그 문건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 보수가 북한에 대해 평가하는 것과 거의 같아서다. 문건은 김일성을 두고 일개 유격대장이 해방 영웅 행세를 한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6·25전쟁 개전과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면서 부패가 심각한 나라라고 꼬집는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평양이 덩샤오핑을 수정주의자로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다. 북·중 국경에서의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에 대한 불만도 문건에 담겨 있다. 중국은 북한을 정확히 보고 있던 것 같다.”


“트럼프가 ‘통 큰 결단’할지가 관건”

4월 17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1층 로비 모습. 북한과 중국은 김일성-마오쩌둥 시대의 ‘혈맹 신화’를 연출하고 있다.

4월 17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1층 로비 모습. 북한과 중국은 김일성-마오쩌둥 시대의 ‘혈맹 신화’를 연출하고 있다.

동아시아가 정상 외교로 분주하다. 북·미 정상회담이 6월 12일 열린다.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샅바싸움이 거세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정세는 낙관적이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잿빛이다. 과거 북핵 협상이 고위급에서 이뤄졌다면 현재는 정상 수준에서 진행된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싶다. 각국 정상들도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능동적으로 결정했다. 미래의 핵에 대해선 조건 없이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제는 과거의 핵이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물질, 수천 개에 달하는 핵 설비, 완성된 핵무기와 ICBM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국이다.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의 성공은 마라톤에서 출발을 잘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사찰과 검증, 평화협정 체결에는 수많은 지뢰가 깔려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나. 군사·기술적 검증을 완벽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도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트럼프가 어떻게 통 큰 결단을 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이 축을 이뤄 트럼프를 압박한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예측한다. 1971~ 1972년 미·중 데탕트 시기 북·중 정상이 거의 매달 만나 긴밀하게 상의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과 시진핑-김정은 다롄 정상회담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그가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4월 17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1층 로비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한국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대형 얼굴 사진이 로비에 걸려 있다. 당 중앙위원회 청사는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중국은 덩샤오핑 시대 이래 개인 숭배를 엄격하게 금지하기에 이 사진은 중국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으나 중국 인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패싱’ ‘중국 왕따’ 운운하는 한국 언론의 분석은 완전히 엉터리다. 북·중 관계가 ‘마오-김일성 시대의 혈맹 신화’를 재현하는 연출을 하고 있다.”


“中, 한반도서 美中 힘의 균형 원해”

북한과 중국은 혈맹인 것 같으면서도 역사적으로 ‘밀당’을 반복해왔다.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의 오성홍기에는 조선 열사들의 선혈이 배어 있다”는 말은 덕담을 넘어서는 무게감이 있으나 평양과 베이징 사이에는 갈등과 반목 화해와 친선이 엇갈리면서 되풀이됐다. 마오쩌둥, 김일성은 사망한 지 오래고 지금 북한과 중국 정권은 ‘교과서로’ 혈맹 관계를 배운 이들이 움직인다. 앞선 시대와는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정학적이고 현실주의적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김일성과 마오쩌둥은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나 공산주의 이론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투쟁하며 감각으로 정치를 배운 혁명가들이다. 젊은 시절엔 모험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전쟁이나 혁명을 했으나 중년에 들어선 뒤로는 세력 균형 속에서 이익을 취하려는 속성을 보였다. 북·중 협력의 구심력으로는 지정학적 운명, 경제적 이해, 사회주의 연대가 있다. 갈등의 원심력으로는 민족주의가 존재한다. 물밑의 이익과 물위의 명분이 혼재돼 북·중 관계가 돌아가는 것이다.” 

1961년 7월 체결한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제1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당하거나 개전 상태에 놓이면 상대방은 지체 없이 군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이 조약은 지금도 유효한가. 

“북·중조약은 20년 주기로 자동 갱신된다. 2021년이 갱신하는 해인데 자동 연장이 확실해 보인다. 북·중조약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에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북한이 시작한 무력 행동에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없으나 미국이 시작한 무력 침공에는 개입할 요소가 있다. 북한 급변 사태 시 중국이 어느 수준에서 개입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겠으나 북한 경제가 상당 수준 안정화돼 급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략자산이 한반도 주변(특히 황해)에 전개되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한반도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북한이 미국 쪽으로 움직이는 것도 중국이 용인하기 어렵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정화’다. 6·25전쟁 이후 모든 지도자가 한반도로 인해 중국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여겼다. 중국인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벌어진 임진왜란과 청일전쟁으로 명(明), 청(淸)이 멸망했다는 인식을 가졌다. 중국에 한반도는 늪과 같은 공간으로 개입하면 나라가 흔들렸다. 중화인민공화국이 6·25전쟁에 참전한 후 1958년 중국인민지원군이 북한에서 철군한 것은 중국이 한반도에 개입해 탈이 나지 않고 평화롭게 마무리된 첫 사례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중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희망한다. 1957년 12월 미군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도입한다. 종파사건으로 김일성이 중국군 철군을 요구하자 1958년 마오쩌둥이 철군을 단행하면서 불균형이 가속화했다. 베이징은 한반도에서 현재 미·중이 힘의 불균형에 처한 것으로 인식한다.”


김정은이 품은 ‘조선꿈’

김정은이 ‘북한판 덩샤오핑’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평가도 있다. 

“나는 김정은이 품은 ‘조선꿈’은 덩샤오핑과 같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가 되는 것이라고 중국인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학자들은 다소 놀라면서 황당해했다. 중국인이 북한 지도자에게 가진 인상은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쩌둥의 이미지다. 인민을 희생하더라도 고난의 행군을 하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나는 김정은이 희망하는 ‘조선꿈’이 덩샤오핑이나 박정희와 같은 개발독재라고 해석해왔다. 장성택 숙청이나 김정남 독살 등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나의 이런 견해에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의 결속, 즉 완성을 선언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선제적 자발적으로 폐쇄하고, 사회주의 경제강국을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김정은의 노선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연상시킨다. 4월 말 중국 언론인을 대상으로 베이징에서 강연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변했다.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것 같다.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나 평양의 박정희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중국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까. 

“평양이 2016년부터 ‘전략국가’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2016년 제7차 노동당대회부터 ‘국가경제발전5개년계획 전략기간’ 등의 어휘가 나온다. 노동신문을 분석해보면 전략국가는 경제 발전을 중시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국가는 기본적으로 북·미수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 경제·외교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주면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경제 발전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나는 북·미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델과 유사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 경제가 발전하고 주변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면 핵 개발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를 포기한 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됐으며 외부의 안보 위협이 사라지자 핵 개발을 포기했다. 중국과 동유럽처럼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 달러가 넘어서면 민주주의와 인권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카다피 되는 일 없을 것”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현재의 대화 국면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적대적 협상”이라고 했다. [홍중식 기자]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현재의 대화 국면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적대적 협상”이라고 했다. [홍중식 기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나 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가 가능하긴 할까. 

“북한에 핵 시설이 2000개가 넘는다. 완성된 핵을 어떻게 검증하나.” 

북한은 완성된 핵무기를 일부 남겼는지, 아닌지 모호한 상태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든 전략적으로 모호한 상태를 가지려 하지 않나.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악수를 확실히 할 것으로 본다. 허튼 기미가 보이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나. 엇박자가 나면 항모전단 3개와 잠수함, 전략폭격기가 한반도로 몰려올 것이다.” 

주한미군 위상은 어떻게 될까. 

“북한 내부 문건을 보면 오래전부터 북한도 주한미군을 인정한다. 중국의 생각은 북한과 다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핵우산이나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민족 전체로 보면 두 강대국에 안보를 위탁하는 형국이 돼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김정은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대화 국면은 적대적 협상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도 명운을 걸고 협상에 나선 것이다. 리비아의 전례처럼 미국이 배신한다면, 나는 그럴 경우 북·중조약을 명분으로 삼은 중국이 김정은에게 안전 보장과 경제 협력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미·중 신(新)냉전의 최전선으로 부각돼 남북이 또 한 번 대리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 경우 미·중이 각각 남북에 안전 보장과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면 현재의 중국과 체제 유사성이 커진다.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서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다른 형태의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럴 개연성이 있으나 반대로 갈 수도 있다. 북한이 좀 더 친미적이 되고, 우리나라가 좀 더 친중적이 되면 한반도가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중립지대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신동아 2018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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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꿈’은 박정희式 개발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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