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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노총위원장 출신 장석춘 의원

노동자도 사용자도 어렵게 만든 ‘노동존중 사회’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인터뷰〉 한국노총위원장 출신 장석춘 의원

  • ● ‘2017년도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선정
    ● “‘세금주도성장’은 대안 안 돼. 현장 절규 제대로 들어라”
    ● 4대강 예산 2.5배인 54조 투입해 일자리 몇 개 늘렸나
    ● 규제프리존 결사반대하더니 이제 와서 하겠다고?
    ● 이재갑 노동부 장관 ‘설거지 장관’ 아닌 ‘소신 장관’ 되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장석춘(61) 자유한국당 의원은 노동운동권 출신이다. LG전자노조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고용노동특별보좌관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구미 을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노동운동가답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겼다. 


“환노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이 잘돼야 노동자도 좋아진다. 지금 전국의 공단이 다 어렵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 의원은 ‘2017년도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에 선정됐다. 한 해 동안 법률안 대표발의와 가결 건수, 본회의·상임위원회 출결 실적 등 의정 활동 전반을 평가해 국회사무처가 심사하고 국회의장이 시상하는 입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노동자와 서민의 권익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자유한국당 경북도당위원장을 맡았다.


회사가 망하면 노동자도 망한다

노동운동에는 어떻게 투신하게 됐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다녀온 후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일반작업자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생산직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했다. 급여는 물론 옷이나 명찰 색깔도 사무직과 달랐고, 식당도 따로 사용했다. 경비원도 생산직을 무시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노동인권을 확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엔 어땠나. 


“당시는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매일매일 노조집행부가 바뀌었다. 강경파만이 살아남는 시대여서 모든 집행부가 회사와 협상하기보다는 조합원 선동에만 몰두했다. 나도 1989년 구미공장 노조 조직쟁의부장으로 한 달간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LG전자노조 구미지부장 3선을 거쳐 LG전자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그는 ‘강한 노조’를 추구했다. 그런데 그가 생각한 강한 노조는 회사와 대립하는 강성노조가 아니라 알차게 교섭하고, 경영진으로부터 존중받고, 조합원을 실질적으로 지켜내는 노조였다고 한다. 

“두 차례 파업을 하면서 월급이 제때 못 나올 정도로 회사가 휘청댔다. 사원들도 이러다 회사가 망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회사도 노사관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노조의 타당성 있는 요구를 수용하는 등 경직됐던 노사 문화가 달라졌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뢰가 쌓였다. 그래서 노조도 품질을 높이고 납기일을 맞추는 등 협조했다. LG전자는 성과급을 일찍 도입한 회사다. 성과가 나면 주주 배당, 재투자와 함께 사원들 몫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회사가 망하면 노동자도 망한다”며 “그러니 노조는 회사가 잘되도록 이끄는 주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대타협 이끌어내

집무실 벽에 걸린 ‘和平(화평)’이란 전서체 글씨가 눈에 띄었다. 장 의원이 직접 쓴 것인데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어려서 서예를 배웠는데, 최근 재미를 붙여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화평’이란 문구를 걸어놓은 이유는. 

“대한민국이 이런 정신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노동운동할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평소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가 쌓여야 한다.” 

그에게 “아무래도 노조는 강성이라야 지지를 받지 않냐”고 묻자 “그래서 위원장 시절 ‘어용’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껄껄 웃었다. 그런데도 그는 LG전자노조 위원장을 세 차례나 연임했다. ‘어용’ 소리를 듣는 그에게 조합원들이 계속해서 표를 몰아준 이유가 뭘까. 

“투명한 조합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도덕적 정당성을 갖추려고 애썼다. 특히 조합원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상·하반기 한 번씩 전국 공장을 돌며 노조원들과 만나는 순회 간담회를 했다. 즉석에서 현안에 대해 질의받고 답변하고, 노조 방향성과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다. 처음엔 지부에서 선별한 노조원들만 있어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직접 무작위로 선정했다. 그들과 난상토론을 하며 현장의 고민을 듣고 내 생각을 얘기하며 설득했다.” 

무작위로 뽑은 조합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니, 지난 7월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민과의 즉석 맥주파티’ 이벤트가 떠오른다(웃음). 

“자기네 듣기 좋은 말만 할 사람들로 세팅하고, 이걸로 민심을 경청했다고 생각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2008년 한국노총 위원장 시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하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당시 ‘제2의 IMF사태’라 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다. 정부는 노동자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량 해고가 불 보듯 뻔했다. 고민 끝에 타협안을 먼저 제시했다. 우선, 정부엔 추경을 요구했다. 당시 추경 내역은 지금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추경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실업자 재교육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재계에는 인적 구조조정이 아닌 사업 구조조정을 먼저 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정부도 기업도 근로자 해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한국노총에서 임금 동결을 결의할 수 있었다. 노사정 약속을 사회가 담보할 수 있도록 종교단체까지 끌어들여 노사민정 합의로 승화시켰다.”


본질 벗어난 엉뚱한 처방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최저임금 16.4%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등 친노동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 8월 취업자 수(통계청 발표)가 지난해 8월보다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참사’다. 경제지표도 암울하다. 통계청이 분석한 올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는 소득이 8%가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들이 폐업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모토다. 

“한국노총 위원장 때 정부에 ‘친노동도, 친기업도 원치 않는다. 노사 간의 균형점을 잡으라’고 요구한 바 있다. 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아예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게 노동자에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지금은 노동자도 사용자도 모두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여전히 시끄럽다. 

“정부 주도로 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자체가 시대적으로 맞지 않다. 노사 자율로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리적 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정치권은 돕는 역할만 하면 된다. 지금의 최저임금 인상은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보면 되는데, 이게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 

정부는 취약계층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다는데, 취약계층 가구당 소득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이분들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인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화하면 가구당 수입은 더 줄 것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업주들이 범법자 취급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 최저임금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가 928개사로 지난해보다 43.7%나 증가했다. 근로자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를 신고한 건수도 18만9882건으로 전년도보다 7.3% 증가했다. 고용자가 남는 게 없으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 고용자도 배려했어야 했다. 고용주의 지급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상이라 앞으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정부에선 대기업 갑질 근절,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질에서 벗어난 엉뚱한 처방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도시 소상공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들도 일꾼 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사실상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문제 제기를 ‘적폐가 떠들고 있다’고 치부해버린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이다.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부가 현장 절규를 제대로 듣고 알맞은 처방과 결단을 해야 할 때다.”


‘정책 책임지는 여당 맞나’

장석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호영 기자]

장석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호영 기자]

주 52시간근로제를 어떻게 보나. 

“선진국에 비해 노동시간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줄이더라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했다. 기업도 근로자도 준비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여당은 곧바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자고 하더라. 내가 ‘당신들 정말 정책에 대해 책임지는 여당 맞냐’고 물었을 정도다. 산업 현장에 난리가 날 게 뻔했다. 그래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 7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단계별로 하자는 우리 당 안을 관철한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2020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52시간근로제가 적용되는데, 당장 버스기사 수급을 어떻게 할지 우려된다. 현재 버스기사 양성 규모가 연 2000명이다. 버스기사 부족으로 운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데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 영세한 중소기업 사업주 중에서 주52시간근로제 시행하고 최저임금 1만 원 이상으로 올린 상태에서 몇 %나 기업을 계속 운영하려고 할지 나도 궁금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조차 지난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도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만 한다.” 

그는 “근로시간을 주52시간 이하로 줄이려는 목적이 뭐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자는 것과 함께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대기업 중에 근로자를 늘린 곳이 없다. 오히려 생산물량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지금 전국 대부분 공단 지역의 아파트, 원룸, 상가가 텅 비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4대강에 투입한 22조 원이면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세금 54조 원을 투입해 늘린 일자리가 몇 개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경제학자들조차 ‘이건 아니다’고 말할 정도다.”


사라진 ‘노동개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이 악용한 게 많다. 특히 대기업에서 정규직을 써야 하는 자리까지 비정규직을 쓰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도 문제다. 비정규직은 노동유연성과 관련이 있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면, 정규직이 비정규직 임금을 착취하는 지금의 부조리부터라도 없애야 한다.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공정한 임금을 주면 비정규직 문제는 많이 해소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 이기주의도 한몫했다? 

“당연하다. 대기업 강성 노조는 조합원 중심주의에 매몰돼 비정규직에 대해 외면했다.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기 대원여객은 큰 감동을 준다. 이곳은 청소원, 경비원도 모두 정규직이다. 정규직원들이 조금 적게 받더라도 같이 가자며 그렇게 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문제점을 더 지적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노동개혁’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노동 기득권이 너무 강하다. 노조가 불법 저지르고 마포대교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켜도 정부가 보호해준다. 이런 정부가 노동개혁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노동개혁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도 안타까운 게 성과연봉 제도다. 박근혜 정부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였고, 노동계는 너무 격하게 반응했다. 민주당은 무책임하게 이를 악용했고…. 이게 통과됐으면 궁극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호봉제를 손댄다는데, 노동계 반발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이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국회 지원이 필요한데.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규제프리존특별법을 결사반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하겠다고 한다. 그때 민주당이 합의했다면 지금쯤 지방 국가산업단지가 활성화됐을 것이다.”


총알받이 장관?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에 대해 충고한다면. 

“지금 정책 밸런스가 맞지 않아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정책 실패는 결국 기업을 망하게 하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이 사실을 정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눈앞의 표만 좇아다니다 보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본다.” 

물러난 김영주 전 장관에 대해 평가한다면. 

“지난 1년 동안 소신껏 일했겠나. 김 장관뿐 아니라 이 정부에선 장관이 없다. 청와대에서 나오는 정책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 임명자는 어떤가. 

“설거지 역할밖에 더하겠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뒤치다꺼리하다 실패한 부분에 대해 독박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총알받이인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장관 임명자에 대해 반노동세력이라고 반발한다. 

“임명권자가 정책 기조를 소득주도성장으로 정해놓았으니 거기에 보조를 맞추지 않겠나. 장관이 되면 노동계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새 노동부 장관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단 하루 장관을 하고 그만두더라도 최소한 아닌 건 아니라고 소신껏 이야기하라고.” 

인터뷰를 마치며 장 의원은 구미 지역 현안에 대해 강하게 언급했다. 

“구미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구미 국가산단 5단지의 기업 유치는 구미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필수 과제다. 하지만 내륙 최대 산업도시인 구미에 KTX가 정차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 입주를 꺼리고 있다. 이 정부는 북한과 철도공동체 구축을 위해 국회 비준동의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게 맞는 정책인가. 주민들의 철도 서비스 편의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KTX 구미 정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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