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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강조한 김학의 사건 향방은?

“가짜뉴스로 쌓아올린 ‘적폐청산 시즌2’ 가능성”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文 대통령 강조한 김학의 사건 향방은?

  • ● “현재로선 증거 미약하거나 모순”
    ● “김학의 부부-박근혜-최순실 친분 가짜뉴스”
    ● “경찰-정치권 거래 의심”
    ● “야당 공격 의도” vs “기득권이 조직적 개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동아DB]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동아DB]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강원도 원주 별장 성 접대 내지 성폭행 의혹이 6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다시 정치 이슈로 등장했다. 이번에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2013년 차관 임명을 전후로 별장 성 접대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은 두 차례 수사를 벌여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보수정부 적폐청산 차원에서 출범한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3월 25일 김 전 차관의 뇌물 수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외압 혐의와 관련해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당시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도 권고했다. 그러나 인사 검증 책임자였던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권고 대상에서 빠졌다. 대검찰청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꾸리고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임명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별장 동영상의 전말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3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학의 사건 등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발표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동아DB]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3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학의 사건 등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발표하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동아DB]

정권 차원에서 수사단에 힘도 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의혹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야당은 김학의 사건에 대해 “정권 차원의 지침을 내린 하명수사”라고 반발한다. 사실상 대통령 하명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학의 사건의 쟁점을 검증해봤다. 

이 사건은 ‘강원도 원주 별장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2006년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시기는 김 전 차관이 대검 공안기획관에서 인천지검 1차장으로 이동했을 무렵이다. 그런데 이 별장에서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은 그 일이 2007년과 2008년에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차관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춘천지검장으로 있을 때다. 

2013년 수사에서 검찰은 1, 2년의 차이에 착안해 김학의 동영상은 성폭행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당시 검찰은) 성폭행 의혹에 대해 만난 시점과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시점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것으로 일단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자 윤중천 씨. [동아DB]

건설업자 윤중천 씨. [동아DB]

당시 검찰은 성폭행 또는 성 접대 의혹에 대해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동영상 속 인물을 ‘김학의’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사실 별장 성 접대 의혹은 뜻밖의 일과 연결돼 우연히 세상에 알려졌다.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 윤씨의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 사업가 권모 씨 간의 맞고소 사건이 발단이었다.


“촬영 2006년” “성폭행 2007~2008년”

윤씨와 권씨의 내연관계는 2012년 10월경 들통이 났다고 한다. 윤씨의 아내는 성관계 동영상을 봤고 다음 달 둘을 간통죄로 고소했다. 그러자 권씨는 “윤씨가 약물을 사용해 성관계(성폭행)를 가진 후 자신을 협박해 15억 원과 벤츠 차량을 빼앗았다”면서 윤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성폭행을 무혐의 처리했고 동영상 촬영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 과정에서 권씨는 박모 씨를 시켜 자신의 벤츠 차량을 윤씨로부터 찾아오도록 했다. 박씨가 2012년 12월 찾아온 이 차량의 대시보드 안에 있던 CD에 문제의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을 본 박씨는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윤중천’이라고 오인해 이를 다시 촬영한 ‘복사본’을 권씨에게 넘겼다. 

권씨는 복사본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은 재촬영 과정에서 흐릿해진 영상을 최초로 확보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영상을 분석해 본 뒤 ‘화면 해상도가 낮아 김학의와의 동일성 여부를 판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동영상 화질이 선명하지 못해 김학의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씨가 처음 입수한 CD 원본도 2013년 5월 2일 경찰에 제출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최근 국회에 출석해 “(경찰이 입수한) 영상에서 (김 전 차관의 얼굴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었다”고 한 바로 그 CD다. 이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약 6개월간 복사본이 돌아다녔고, 수사기관이 해당 CD를 통제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2013년 1월부터 법조계에선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검사장)이 등장하는 성(섹스) 관련 CD 영상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윤씨의 벤츠 차량에서 CD가 발견된 직후다. 

박근혜 정부는 그해 2월 25일 출범했고, 청와대는 3월 1일쯤 ‘김학의 고검장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 비위 사실 확인을 지시한 사람은 민정수석실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과연 김학의 성 접대 비위를 알고도 덮었을까?


조응천 의원 “경찰이 뒤통수쳤다”

조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김학의 취임 이전’에 김학의 관련 비위 풍문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행정관들에게 경찰들을 만나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를 위한 자료 수집과 검증 차원이었다. 당시 경찰에 내사를 하는지 수차례 확인했는데 ‘안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김학의 지명 당일인 3월 13일에야 ‘일선 경찰서에서 내사하다가 오늘에야 경찰청에 보고했다’며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당시 조응천 비서관의 직속상관은 곽상도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는데, 곽 의원도 기자에게 비슷한 취지로 얘기했다. 현재 여권에 소속된 조응천 의원의 이 증언에 따르면,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뒤통수를 친’ 경찰 보고로 말미암아 김학의 성 접대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사가 3월 18일에야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조응천 비서관이 내사 여부를 경찰에 문의한 건 맞지만 김 전 차관이 임명된 2013년 3월 15일엔 ‘내사’가 아닌 ‘범죄정보 수집 단계’였기 때문에 내사 중이 아니라고 알렸다는 설명이다. 내사와 범죄정보 수집은 보고와 지휘체계가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전고검장인 김학의는 검찰총장 후보군이 15명 안팎에서 8명으로 압축될 때까지 명단에 남았다. 검찰총장에서 탈락한 뒤 법무부 차관으로 갔다. 그러자 “뒤를 봐주는 실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언론매체는 사정 당국에서 관련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면서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차관이 어릴 적 청와대 동산에서 함께 뛰어놀던 사이란 진술이 여러 번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가깝고 또 오래된 관계였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김학의-박근혜의 친분은 부친 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차관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군 대령으로 월남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관인 김 전 차관의 아버지를 각별히 아꼈고 이때의 인연이 자녀들로까지 대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이어, 이 매체는 “김 전 차관의 6촌 누나와 박 전 대통령의 친분도 만만찮게 두텁다” “이 6촌 누나와 박 전 대통령은 목욕탕도 같이 다니고, 취임식에 어떤 옷을 입을지 의논할 정도로 친하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전 차관을 ‘진짜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증언도 전했다.


“대령 아닌 중령”

강원도 원주 소재 문제의 별장. [동아DB]

강원도 원주 소재 문제의 별장. [동아DB]

조응천 의원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시절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중 한 명에게서 ‘김학의 대전고검장에게 결격사유가 없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 음해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들었고 이후 추가 검증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의아해서 알아보니 김 전 차관의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육군 대령을 역임하며 (박정희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차관과 특별한 사이일 것으로 추측했다”고 했다. 

‘별장 성 접대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이 된 데에는 김 전 차관과 박 전 대통령 간의 2대에 걸친 친분이 작용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사실일까. 

김 전 차관 본인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는 입장에 서왔다. 김 전 차관 측은 일부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허위보도” “후일 다 모아서 법적 대응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한 진보성향 매체는 김 전 차관의 부친이 육사 17기이며 대령이 아닌 중령으로 1974년 전역한 김유식(1996년 타계) 씨라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학의-박근혜 친분설은 ‘대령’이라는 기초 사실부터 틀린 셈이다. 이 매체는 김 전 차관의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차관 부친과 육사 동기인 임복진 전 의원은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유식 씨가 박정희 부관이었다면 진급이 늦을 리 없다”며 “김 전 차관이 김 중령의 아들인지 몰랐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의 부인과 최순실 씨가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나 친분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KBS는 두 사람의 친분이 차관 인사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박관천 전 경정도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의 부인은 “전직 경찰관이라는 분이 무책임하게 악심을 품고 저를 음해했고,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분이 단 한 번의 사실 확인조차 없이 아녀자에 불과한 저와 가족을 공격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완전히 거짓인 내용을 보도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전 차관의 부인은 입장문을 통해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본 적조차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한다. 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이라는 곳 자체에 발도 디딘 적이 없다. 명백한 허위 보도”라며 “숨죽이며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는 한 아녀자를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김학의 사건이 다시 들춰지면서 의도를 갖고 만들어낸 전형적 ‘가짜뉴스’들이 판을 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인기가 주춤하자 박근혜 정부 도덕성을 다시 훼손해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경찰은 ‘김학의 동영상’을 최초 입수한 시점을 2013년 3월 19일이라고 확정한다. 윤중천 씨가 타고 다니던 벤츠에서 나온 CD가 아니라 최초 발견자 박씨가 영상물을 옮긴 USB 저장장치다. 박씨가 발견한 날이 2012년 12월 24일이었으니 석 달가량 복사본이 돌아다니다가 경찰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당시 국회 법사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경찰의 입수 시점 이전에 김학의 CD를 봤거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국회 법사위원장이던 2013년 3월 13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을 취임 인사차 법사위원장실에서 만났을 때 김학의 CD의 존재를 알렸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이 해당 CD를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받아 박 장관과 공유한 것이라고 했다. 신경민 의원(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도 “나도 그 영상을 봤다.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영상을 입수해 김학의 전 차관이 틀림없다는 인식과 우려를 공유했다. 포렌식을 해보면 무조건 김학의라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정치권에 동영상 넘긴 경찰 간부 밝혀야”

결국 경찰 수사팀보다 앞선 시점에 국회 법사위원들은 서로 동영상을 공유한 것으로 비친다. 경찰 고위간부에게서 입수한 동영상에 대해 3월 13일 법무부 장관에게 말해줬다는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장관의 말에 따르면, 이는 3월 19일 확보했다는 경찰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정황일 수 있다. 

몇몇 사정기관 관계자는 “보기에 따라, 경찰과 정치권 인사 간의 ‘동영상 주고받기’에서 ‘거래’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 성 추문이 담긴 동영상을 사적으로 정치권에 넘긴 경찰 고위간부를 밝혀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차례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 전 차관은 반격을 시작했다. 4월 8일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을 무고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여성들이 2013년 수사 당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검찰수사단이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여성 3명의 입을 ‘스모킹건’으로 판단하고 수사력을 모으는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김 전 차관 측은 이 여성들이 과거 수사에서도 진술이 오락가락했다고 본다. 

여성 3명은 윤씨와 내연 관계에 있었던 권모 씨, 김 전 차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최모 씨와 이모 씨다. 이씨는 2013년 검찰 1차 수사에선 동영상 속 여성을 ‘제3의 인물’이라고 했다가 2차 수사에선 자신이라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영민 비서실장 “은폐하려는 비호 있어”

이 여성들은 이번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에선 ‘원주 별장과 윤씨의 차량,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등지에서 금품수수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입장에선, 윤중천 씨가 이번 수사에선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일부 시인한 만큼 여성들의 추가 진술이 필요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성범죄나 뇌물 혐의와 관련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으면 김 전 차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다시 수사하라고 권고하면서도 특수강간 혐의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성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공소유지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모른다. 

수사 대상에 오른 곽상도 의원은 4월 8일 조사단에 대한 감찰청구서를 대검에 요청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곽 의원은 “조사단이 선후 관계를 뒤바꾸는 등 내용을 교묘하게 짜 맞춘 것을 발견했다. 조사단에 파견된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 같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한 로펌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딸의 해외이주 의혹을 제기한 내게 정치보복을 하기 위해 검찰의 표적수사에 개입한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수사단의 칼끝은 결국 야당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당시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경찰의 수사책임자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했는데, 이는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외압의혹을 확인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가령 2013년 3월 경찰이 김학의 사건을 내사할 때부터 책임자였던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을 추궁하면 그가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겨냥할 수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직격탄을 맞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목은 정치권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이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황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한 도구로 ‘김학의 사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이를 두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결사 저항의 속뜻이 김학의 사건 재수사 불똥이 본인에게 번지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아보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책임질 사람 따로 있는데 엉뚱한 데 이야기”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황희 민주당 의원은 4월 4일 국회 운영위에서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은 공권력과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기득권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일”이라며 “동영상을 보면 누군지 알겠는데,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가 뭔가”라고 따졌다. 이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은폐하려는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상 규명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당청이 손발을 맞춰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을 압박한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학의 사건은 ‘가짜뉴스로 쌓아올린 적폐청산 시즌2’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현재까지는 예전 수사 결과를 뒤엎을 증거가 미약하거나 모순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앞장서고 수사권고가 내려지고 수사단이 꾸려졌다. 보수야당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고 했다. 

재수사 대상에 오른 관계자들은 신변을 정리하면서 검찰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희 전 비서관은 최근 김앤장에서 퇴사했고, 수사팀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한 전 경찰청장도 법무법인 광장 고문직을 사퇴했다. 

곽상도 의원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찰 수뇌부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7월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고 이후 경찰수사를 (검찰 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팀이 지휘했는데, 바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아니냐. 이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이 제가 (무마하자고) 얘기하면 들을 사람들인가. 황교안 장관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거다. 책임질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데에 이야기한다.”




신동아 2019년 5월호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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